트럼프는 판문점, 北은 평양 원했다

[the300](종합)제네바·인천송도까지 거론.."北과 거리·제3국 등 싱가포르 선택"

김성휘 기자 l 2018.05.11 12:26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2017.11.07. photo1006@newsis.com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장소를 결정하기까지 판문점, 북한 평양뿐 아니라 의외의 장소들까지 '리스트'에 올랐던 걸로 드러났다. 또 미국은 일시와 장소를 우리측에 지난 4일 알려줬다. 미국이 당시 잠정결론은 내린 상태였던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싱가포르 결정 과정을 재구성했다. 회담 장소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판문점, 북한은 자국의 평양, 미국 참모진은 또다른 제3국인 스위스 제네바나 싱가포르를 각각 고려했다. 심지어 인천 송도가 거론되기도 했다.

판문점은 '문재인픽'(문 대통령의 선택)이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회의를 할 만한 장소인가" "정확한 위치가 어디인가"를 묻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기준 "3-4주 안에 열릴 것"이라 시기를 앞당겨 말한 것도 판문점 개최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방한 때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려다 악천후 등 조건이 나빠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방한 이후 "(DMZ)에 가려고 했다"고 말하는 등 남북한 접경지역을 방문하려는 의지를 수시로 비쳤다.

북한은 자국 수도인 평양을 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항공편 조건 등 아무래도 해외이동에 제약이 있다. 물론 미국 대통령을 평양에 불러들일 경우 그 의미와 파장을 계산했을 것이다. 단 바로 이점 때문에 미국은 평양을 그리 선호하지 않은 걸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이 얼마나 고려했는지는 모르지만 북한이 평양 개최에 적극적이었던 걸로 안다"고 했다.

스위스 제네바는 중립적 제3국이란 점에서 고려됐다. 물론 김정은 위원장이 중학시절 스위스 베른에서 유학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인천 송도는 한미 정상의 대화에 등장했으나, 큰 비중을 둔 것은 아니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북한에서 항공편으로 인천공항을 오기 쉬운 점 등 송도의 교통·지리적 입지 때문인 걸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결국 싱가포르로 정해진 데에 "가장 보편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이라 평가했다. 그는 "유럽 역사를 보면 얄타, 몰타, 카이로 회담 등 항상 제3국에서 해왔던 것 아니냐"라며 "처음 미국쪽은 같은 제3국이라도 제네바를 더 선호했다. 비행거리 같은 것을 감안해서, 현실적인 싱가포르로 최종 선택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일주일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났을 때 '6월 12일-13일 무렵에 싱가포르'라고 통보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지난 4일 미국을 방문, 볼턴 보좌관과 만났다. 정 실장은 5일 귀국, 문재인 대통령에게 싱가포르 등의 대화 내용을 보고했다. 청와대는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다가 싱가포르로 최종 발표가 난 뒤 언론에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만 "싱가포르로 최종 확정까지 변동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우선 북한이 평양을 강력히 희망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에 관심을 보였다. 그럼에도 결론은 싱가포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문 대통령에 전화를 걸어 "장소를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 말했을 땐 이미 싱가포르로 확정한 상태였던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9일 한미 정상 통화 관련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판문점을 배제한 데 대해 미안함이랄까, 문 대통령에 대한 배려를 하는 것으로 느껴졌다"고 전했다.

한미 정상은 지난달 28일에도 통화했다. 당시 청와대는 두 세곳으로 압축, 각 지역의 장단점에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판문점, 싱가포르, 나머지는 인천 송도였다"며 "일순위는 판문점이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질문이 가장 많았던 곳도 판문점이다. 그 결과가 "저스트 애스킹"(그저 물어본다)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판문점을 거론한 일이다.

이 관계자는 "송도는 두 정상이 그전에 지나가는 투로 말한 바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더 진척이 안돼 거의 의미가 없는 정도였다"고 했다. 이어 "4월28일 평양이 아예 안 나와서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은 생각이 없구나'라고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미 정상회담은 싱가포르 '현지시각' 12일 열릴 전망이다. 싱가포르는 서울·평양보다 1시간 늦는 정도로 큰 차이가 없다. 미국 워싱턴 시간으로는 11일 밤이나 12일 새벽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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