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양]文대통령, 北에 '번영' 뜻하는 '모감주나무' 식수

[the300]김정은 아닌 최룡해가 행사 참석…2007년 盧, 중앙식물원에 '소나무' 심어

평양공동취재단,이건희 기자 l 2018.09.19 19:25
/사진=평양공동취재단, 이건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북한 평양 영빈관 숙소 앞 정원에 '번영'을 의미하는 '모감주나무'를 기념으로 심었다. 2007년 10월4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념식수한 나무는 소나무였다.

두 번의 식수행사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측 정상과 함께 하지 않았다. 반면 지난 4월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과 김 국무위원장은 군사분계선 인근 '소떼 길'에서 함께 소나무를 심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30분 옥류관 오찬을 마친 뒤 백화원 영빈관 숙소 앞 정원에서 기념식수 행사를 진행했다. 남측에선 김재현 산림청장을 비롯해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북측에선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이 자리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식수한 나무를 직접 소개했다. 남측에서 준비한 10년생 모감주나무 한 그루였다. 그는 "모감주나무는 꽃이 황금색 꽃이라 해서 나무 말이 '번영'이다"며 "옛날에는 이 열매를 갖고 절에서 쓰는 염주를 만들었다 해서 염주나무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준비된 식순에 따라 문 대통령과 최 부위원장은 삽으로 흙을 세 번 뿌리고, '번영의 물'을 줬다.

표지석 제막식도 이뤄졌다. 표지석에는 '평양 방문 기념하며 2018.9.18-21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이라고 쓰여 있었다. 북측에서 날짜를 잘못 제작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 부위원장은 표지석에 가려진 흰색 가림막 천을 걷어낸 뒤 "나무를 가져오신 사연을 담아 '평양 방문 기념하며'라고 새겨 썼다"며 "마음에 드냐"고 물었다.

문 대통령은 "이 나무가 정말 무럭무럭 자라고, 그 다음에 꽃도 풍성하게 피고 또 결실을 맺고, 그것이 남북관계 발전에 함께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반겼다.

또 문 대통령은 "모감주나무를 기념식수하는 게 특이하다"며 "보통 소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를 많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7월에 꽃이 핀다는 말에 "한 번씩 오셔서 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

최 부위원장도 "식수 말이 곱다"며 "가을바람이 여러 곡식, 열매를 풍성히 하고, 올 한 해는 황금 같은 귀중한 금덩어리로, 좋은 나무가 앞으로 무럭무럭 자라 통일의 길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모감주나무를 기념으로 심은 건 이례적이다. 앞서 남북 정상이 진행한 두 차례 기념식수 행사를 통해 심은 나무는 모두 '소나무'였다. 

지난 4월2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함께 남측 군사분계선 인근 ‘소떼 길’에 소나무를 공동 식수 하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가깝게는 지난 4월27일 문 대통령과 김 국무위원장이 함께 심은 '소떼 길'의 소나무다. 당시 두 정상은 한라산과 백두산의 흙을 함께 섞은 흙을 소나무에 뿌렸다.

두 정상이 함께 잡은 삽에도 의미가 담겼다. '삽자루'는 북한의 숲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침엽수이고, '삽날'은 남한의 철로 만들었다. 남과 북의 화합과 평화를 상징했다.

식수 후에는 김 위원장이 한강수를, 문 대통령이 대동강수를 각각 뿌렸다. 표지석에는 한글 서예 대가인 효봉 여명태 선생이 새긴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문 대통령이 직접 정한 글귀였다. 당시 김 위원장은 나무를 심고 "어렵게 찾아온 이 새 봄과 이 기운을 소중히 하고 잘 키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2007 남북정상회담 마지막날인 10월4일 오후 노무현 대통령 내외와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평양식물원에서 한라산 백록담 흙과 백두산 천지 흙을 나무(반송)에 뿌리며 식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1년 전 북한에서도 기념식수 행사는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10월4일 평양 중앙식물원에 심은 소나무다. 당시 남북정상회담 취재기를 담은 책 '50년 금단의 선을 걸어서 넘다'에 따르면 남측은 김 국방위원장과 노 전 대통령의 공동식수를 희망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대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당시 위원장이 빈 자리를 채웠다.

심겨진 반송은 대전 산림청에서 준비한 것이었다. 서승진 당시 산림청장은 "아주 잘 생기고 건강한 나무를 골라 가져왔다"고 했다. 뿌려진 흙은 한라산 백록담 흙과 백두산 천지 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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