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가 '21대 국회'에 줘야할 마지막 선물

[the300][대한민국4.0, '대변혁'으로 가자]'20대 국회'에서 반드시 고쳐야 할 '3법]

이원광 기자, 강주헌 기자 l 2020.04.26 07:00
(광주=뉴스1) 황희규 기자 = 16일 광주 북구 동림동에서 북구청 안전총괄과 광고물관리팀 직원들이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홍보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광주북구 제공)2020.4.16/뉴스1




제1법, '공직선거법(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2018년 12월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 합의문)

4·15총선이 끝났다. 21대 국회 개원까지 한달여 남았다. 이제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시간이다. ‘도둑을 잡기 위한 경찰차’인지 ‘같은 도둑질’인지 따지는 것도 옛날 일이 됐다. 당초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인다는 선거제 개혁의 정신이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진 지금에 주목해야 한다.

누구를 탓할 것도 없다. 명분을 버리고 ‘한 석이라도 더 얻고 본다’는 ‘패도’(覇道)의 정치를 여야가 앞다퉈 추종했을 뿐이다, 20대 국회가 저지른 잘못을 20대 국회가 바로 잡아야한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다원과 공존의 민주주의를 위한 도전

시작은 좋았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5당 원내대표는 2018년 12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검토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에 서명했다.

기존 선거제의 구조적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거대 양당이 과도한 의석을 차지하는 등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를 바꾸자는 게 골자다. 소선거구제에선 당선된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던 표가 모두 ‘사표’ 처리되면서 ‘비례성’을 약화시켰다.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하고 특정 계층이 과하게 대변되면서 ‘대표성’도 결여된다.

소선거구제의 지역구 의석수를 조정하는 것은 물론, 선거 방식 자체를 개편하는 논의가 시작된 이유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연동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구를 통합해 1명 이상의 의원을 뽑는 ‘중대선거구제’, 아깝게 낙선한 의원을 구제하는 ‘석패율제’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20대 국회의 선택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였다. 비례대표 의석수 47개는 그대로 두고, 이 중 30석은 지역구 의석 수와 연동하기로 했다. 그동안 정당 지지율만큼 의석수를 가져가지 못한 소수정당들의 목소리가 반영됐다. 이른바 ‘4+1’(민주당·정의당·민주통합당·바른미래당+대안신당) 협의체는 지난해 12월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가결 처리하며 ‘새 시대’를 여는 듯 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하여

거기까지였다. 선거제 개편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미래통합당이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앞세워 준연동형 비례제의 무력화를 시도했다. 지역구는 지역구대로, 비례대표는 비례대표대로 의석수를 챙기겠다는 속내다. 민주당도 더불어시민당으로 맞불을 놓았다. 1년 6개월.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새 선거제가 잠정 폐기되는 순간이었다.

‘5월 국회’가 선거제 보완을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당장 급해 보이지 않는다고 손을 놔버리면 모순은 심화·왜곡된다. 각 정당이 의석수라는 이해관계에서 다소 멀어진 지금을 놓치면, 선거제는 21대 국회에서 격한 갈등을 촉발시키는 ‘시한 폭탄’이 될 수밖에 없다.

당초 구상대로 비례성 강화뿐 아니라 권역별 명부에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잘 맞물려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또 지역주의 완화를 위한 작업이 절실하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주의로 회귀한 결과가 나온 만큼 이 부문에 초점을 맞춰야한다. 무엇보다 위성정당 창당을 차단하고, 정당득표율과 지역구 의석의 연동률을 높이는 등 원점에서 살펴야한다.

선거제 보완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 대변혁을 준비하는 21대 국회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의미도 있다. 21대 국회는 코로나19(COVID19)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처리는 물론 내수 진작을 위한 각종 입법 준비에 집중해야 한다. 선거제 보완을 통해 잠재적 위험 요소를 조기에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성정당’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시선 읽어야

사회적 갈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의미도 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전략에 대해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선거소송 소송인단은 17일 민주당·시민당, 통합당·한국당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대법원에 선거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시민당과 한국당의 인적 구성과 의사 결정 과정 등이 독립적이지 않고,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 과정을 당헌·당규 등 민주적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47조를 위반했다는 설명이다. 이들 위성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왜곡하기 위한 위헌적 목적으로 탄생했다는 주장이다.

이번 선거 결과에 담긴 민심도 읽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준연동형 비례제 무력화를 위해 선수를 친 통합당·한국당은 지역구 선거에서 41.45%(1191만5277표)의 득표율을 기록하고도 비례대표 선거에선 이보다 7.61%포인트(p) 적은 33.84%(944만1520표)를 얻는 데 그쳤다.

민주당·시민당도 마찬가지다. 지역구에서 49.91%(1434만5425표)를 얻었지만 비례대표 선거에선 33.35%(930만7112표)로 부진했다. 16.56%p 차이다. 유권자들이 인물 중심의 지역구 선거에선 양 당을 뽑고도, 정당 투표에선 선뜻 지지하지 못한 셈이다.




제2법, '국회선진화법'



몸싸움만 일삼던 '동물국회'를 막기 위해 제정된 국회 선진화법. 이름은 '선진화'지만 여전히 진영 갈등의 근원이 되고 있다. 20대 국회는 선진화법 규정에 기대어 정책법안 논의에 발목을 잡거나 법 자체를 교묘히 피하는 '꼼수'가 판쳤다. 20대 국회가 이 선진화법 문제만 해결해도 21대 국회는 ‘일하는 국회’가 될 수 있다.

선진화법의 핵심은 다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머릿수로 밀어붙이는 '날치기' 제한이다. 다수의 힘을 막을 수 없을 때 본회의장 점거 등 물리적 다툼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다.

이를 위해 국회는 2012년 선진화법을 제정하면서 법안에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 제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도입, 국회폭력 금지 등의 조항을 포함했다. 자칫 아무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는 '식물국회'를 막기 위해 신속처리안건 지정이라 불리는 패스트트랙 제도도 만들었다.

여야 간 대립이 첨예한 법률 통과 시 정족수의 60% 이상(재적 5분의 3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은 최장 330일에 걸쳐 심사하고, 심사 기간이 끝나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지난해 패스트트랙 정국을 거치며 '식물국회', '동물국회' 모두 연출됐다.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나만 옳은 타락한 진영의식 앞에서 갈등은 더욱 증폭됐다. 선진화법은 법을 유리하게 이용하는 '꼼수'에 허울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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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략적 판단에 '왔다갔다'…누굴 위한 선진화?

선진화법은 태생부터 정치적 기술이 개입될 가능성이 높았다. 선진화법은 18대 국회 막바지 새누리당(현 통합당)이 주창해 통과됐다. 곧 치르게 될 2012년 19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얻기 힘들 것으로 본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현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면 정국주도권을 내줄 가능성을 우려했다.

19대 총선 결과를 열어보니 새누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했고 스스로 발목을 잡아버린 꼴이 됐다. 당시 이명박 정부 후반기였고 '미래권력'인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찬성 의사를 밝혔고 법안이 통과됐다.

2015년 말 선거구획정안, 노동법과 테러방지법 등 통과를 원하는 새누리당이 선진화법에 막히자 선진화법 개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고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의석을 합치면 과반이 넘는 구도가 만들어졌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2017년 3월에 한국당을 제외한 정당들을 중심으로 다시 선진화법 개정 목소리가 나왔다. 다당제 상황과 맞지 않고 '식물국회'가 우려된다는 명분이었다. 국회의원 과반수인 최소 151석 이상으로 낮추자는 개정안을 발의되기도 했다. 이때는 한국당이 부정적 입장을 고수했다.


◇180석이 문제가 아니다

이제 어떤 법안이든 여당 단독으로 처리가 가능해졌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180석(더불어시민당 포함)을 단독으로 확보했고 열린민주당까지 더할 경우 의석수는 183석으로 늘어난다. 나머지는 정당별로 △통합당+한국당 103석 △정의당 6석 △국민의당 3석 등이다.

선진화법이 마련됐지만 여야 협치라는 선순환은 사라졌다. '180석 이상 확보‧강행 혹은 180석 저지'가 목표가 된 주객전도의 상황이 벌어져왔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선진화법을 무력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한 상황에서 다수 의석을 '절대 선'으로 여긴다면 진영대결의 얽힌 실타래는 풀리지 않는다.

선진화법을 만든 것이 오히려 여야의 합의 정신을 경시하는 태도를 유발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인데 선진화법만 어기지 않으면 혹은 유리하게 잘 이용하면 된다는 것은 타락한 진영의식의 발로라는 지적이다.

21대 국회가 개원하기 전에 협치의 주춧돌이 절실하다. 동물, 식물국회를 모두 경험한 20대 국회가 마지막 본회의에서라도 필리버스터제를 없애는 등 전면 재개정 등으로 바꿔야한다.

박진 국회 미래연구원장은 "여야가 합의를 못하는 것은 정당 입장에서 정파나 지지층에 기대 버티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21대 국회에서는 어떤 본인의 정치목적이나 맹목적 당론 등 다른 요인들 때문에 의사결정을 바꾸거나 왜곡하지 않는 합리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노태악 대법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노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과 공수처와 사법농단에 관한 입장이 쟁점이 되고 있다. 2020.2.19/뉴스1




제3법. '국회 인사청문회법'



국회의원들이 싸우기 위해 정기적으로 모이는 '모임’이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다. ‘역량 검증’은 핑계다. 후보자의 미래 비전이나 전문성이 청문회를 지배한 역사가 없다.

싸움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본인과 배우자로는 부족하다. 세상을 떠난 부모나 자녀, 먼 친척까지 ‘털린다’. 일을 해야할 인물들은 사라지고 ‘무난한’ 이들이 요직을 차지한다는 쓴소리가 들린다.

20대 국회가 마지막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인 ‘5월 국회’가 인사청문제도를 뜯어고쳐야 하는 이유다. 민주당이 ‘180석’을 차지한 21대 국회로 미룰 경우 ‘친여 인사’를 쓰기 위한 준비 작업이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

◇신상털기, 막말…국회 인사청문회 ‘현주소’

국회 인사청문회는 2000년 첫 시행됐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자의적 임명권을 견제하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동시에 후보의 전문성과 정책 역량을 검증하거나 국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담당한다. 대통령 인사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유능한 인물에게 국정 운영의 힘을 더해주는 기능이다.

현실은 다르다. 대체로 도덕성 검증에 치중돼 여야 정쟁으로 흐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가 대표적이다. 조 전 장관과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나 ‘정책 청문회’가 아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역량이나 미래 비전에 대한 질의와 답변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일부 의원들은 조 전 장관에게 법무부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에 대해 물었으나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정책과 비전이 사라진 공간은 자녀의 부정 입학 의혹과 부친이 설립한 웅동학원, 부인과 5촌 조카가 관계 있다는 사모펀드 등이 가득 메웠다.

‘막말’은 일상화된다. 2016년 8월 당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선 엉뚱하게 누리과정 예산 처리를 두고 여야가 언쟁을 벌이다 사달이 났다.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이 야당 의원들에게 “멍텅구리”, “사퇴하세요”라고 발언하자 손혜원 민주당 의원이 “닥치세요”라고 맞대응했다.

언론도 ‘정책 청문회’ 기사를 안 쓴다. 아무도 안 보기 때문이다. 독자 반응성을 확인해보면, 청문회 기간 후보자 개인이나 가족 신상 관련 기사와 정책 기사 간 차이는 확연하다.
역량 검증 뒷전, 후보자 신상털기 전락한 '국회 인사청문회법'


◇‘대안’도 있다

인사청문제도를 바꾸기 위한 시도가 이어졌던 이유다. 손질에 더 적극적인 쪽은 야당으로 △인사청문회 대상 공직자 범위 확대 △국회의 자료제출요구권 강화 △후보자 허위진술 처벌 강화를 중점 요구했다. 반면 여당은 후보자 사생활 보호 등에 관심을 뒀다.

중요한 것은 역량 검증의 역할을 회복하는 것이다. 예비심사소위원회를 통해 후보자에 대한 비공개 사전검증을 진행하고, 해명되지 않는 부분이나 후보자의 역량과 비전을 국민 앞에서 집중 검증하는 ‘2단계 청문회’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후보자 개인은 물론 가족, 지인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청문회 전반에 걸쳐 정책 검증에 집중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해외 사례도 있다. 미국은 백악관과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세청 등이 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 작업을 한다. △개인과 가족 △직업 및 교육 배경 △세금 △경범죄 위반 △전과 및 소송 분야 200여개 항목에 대해 들여다본다.

후보자로 공식 지명한 후에도 상원의회 상임위 차원에서 사전 조사를 한다. 답변 내용이 충분치 않으면 자체 조사를 벌인다. 이 과정에서 개인 비리나 도덕성 결함 등이 확인되면 후보자 스스로 사퇴하거나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한다.


◇5월 국회가 ‘인사청문제도 개편’를 바꿔야 하는 이유는

인사청문제도 개편을 ‘5월 국회’에서 마무리 짓는 것이 21대 국회의 순항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단독 과반에 성공한 민주당이 21대 국회 개혁과제로 인사청문제도 개편을 내세울 경우, ‘자기 편’을 심기 위한 정지 작업이란 야당 반발에 부딪힐 우려가 있다.

특히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종식되면 개각 가능성이 전망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을 얻은 180석을 앞세워 인사청문제도를 개편하면 그 자체로 정국이 경색될 우려가 있다. 20대 국회에서 여야 협상을 통해 바꾸는 게 낫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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