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불참-공정위 반대 속 처리된 '인앱결제 강제 금지' 법안

[the300](종합)과방위, 앱마켓 갑질 금지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가결

서진욱 l 2021.07.20 16:07


구글, 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 행위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했다.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공정위원회가 인앱결제 강제 금지 외 규제 조항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으나, 여권 과방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인앱결제 강제 금지' 등 앱마켓 갑질 방지 규제 신설… 동등접근권 막판 제외


과방위는 20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 6건을 병합한 안건조정위 대안이다. 앞서 안건조정위는 이날 오전 3차 회의를 열고 해당 대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 1에 앱 개발사에 대한 앱마켓 사업자의 갑질 행위 금지 조항들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앱 사업자가 인앱결제와 같은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 부당하게 앱 심사를 지연하거나 삭제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그밖에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금지하는 조항을 둬 추가적인 갑질 행위를 막을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앱마켓 사업자의 법적 의무를 담은 조항은 제22조 9로 신설됐다.

개정안은 공포 즉시 시행된다. 실태조사 조항에 대해선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6개월의 유예기간을 뒀다.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인앱결제 강제 금지 등 규제 조치가 즉시 적용된다.

주오 쟁점 중 하나였던 '콘텐츠 동등접근권'은 최종 안에서 빠졌다. 관련 기업들의 반대 의견을 고려한 결정이다. 동등접근권(모든 소비자가 차별없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 권고 조항을 담은 한준호 민주당 의원의 법안은 정보통신방송소위로 재회부됐다. 앱마켓 사업자가 개발사의 다른 결제방식(인앱결제 외) 홍보를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 역시 대안에서 제외됐다.



공정위 "중복규제 우려로 '반대'" vs 방통위 "조정 가능한 사안"


공정위는 전체회의에서 공정거래법상 조항들과 중복된다며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50조 1항 9호에 규정된 인앱결제 강제 금지 조항에 대해선 결론적으로 어떤 내용이든 더 이상 반대하지 않고 과방위 판단을 존중하겠다"라면서도 "최종적으로 (조항 내용이) 주관적 요소를 담은 사후 규제다. 공정위 규제와 중복될 수 있지만 반대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다른 앱마켓 등록 제한(10호), 차별적 행위 금지(13호) 조항에 대해선 명확하게 반대 의사를 밝혔다.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한 대표적인 반경쟁 규제로 앱마켓 사업자가 중복규제 대상이 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부위원장은 "10호와 13호는 공정거래법의 대표 규제이니 공정위가 모든 사업자에게 동등하게 집행해 나갈 수 있도록 해 달라"라며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위 간) 조사 경쟁도 일어날 것 같다"라며 "조사 단계에서 협의가 필요한데 질서 있게 진행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우려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사진=뉴스1.


이에 대해 방통위는 해당 갑질 행위들이 인앱결제와 연계해 일어나기 때문에 별도로 규제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반경쟁 행위는 모든 산업에 걸쳐서 일어나기 때문에 공정위 소관 규제로 판단될 경우 두 기관이 조율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반경쟁적 문제들은 모든 산업에 걸쳐서 보편적으로 일어난다. 앱마켓 영역에도 공정거래법적 요소도 있지만 따로 떼낼 수 없다"라며 "공정거래법 관점이니 방통위를 배제해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조항들은) 앱마켓 사업자와 관계에서 부당하게 벌어질 수 있는 사례들을 나열한 것이니 한묶음으로 처리해야 한다"라며 "중복규제 문제는 조정이 가능하고 지금까지 조정해왔다. 집행 과정에서 긴밀히 협의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안건조정위원장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특정 결제수단을 강제하고 다른 앱마켓에 가지 못하게 하는 건 다 연결된 기술적 영역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라며 "조사 결과를 가지고 방통위가 조치를 취하고 독점 관련 내용은 공정위에 조사를 의뢰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졸속 처리, 제2의 임대차 3법 우려" 규탄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이원욱 위원장이 방송통신심의위원 추천의 건을 의결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민의힘은 TBS에 대한 감사원 감사 청구를 요구하며 과방위 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고 있다. 이날 안건조정위 3차 회의와 전체회의에도 전원 불참했다.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은 여당의 법안 일방 처리를 규탄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국민의힘은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고 두 건의 관련 법안도 제출했다"라며 "국내 산업과 소비자 보호라는 국익 관점에서 규제 필요성 입장을 고수해왔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소 앱 개발사 유불리 여부 △공정위의 과잉 및 집중 규제 우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위반 소지, 통상 문제 발생 우려 등을 고려해 충분한 논의를 주장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은 "민주당은 무조건 통과시켜야 한다는 생각에만 집착한 나머지 무모한 졸속 처리를 감행했다"라며 "졸속처리법으로 발생할 수 있는 선의의 피해자에 대해선 억지로 눈감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은 작년 강행, 일방 처리한 임대차 3법의 결과가 어땠는지 돌아보고 반면교사로 삼아도 모자랄 판에 인앱결제 금지 법에도 같은 수순을 밟았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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