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지킬 수 없었던 약속 '국민통합'

[the300][우리가 보는 세상]

정진우 l 2022.01.04 04:3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본관에서 2022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2022.01.03.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4개월여를 남기고 '국민통합' 메시지를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3일 마지막 신년사를 통해 "우리 역사는 시련과 좌절을 딛고 일어선 위대한 성공의 역사였다. 생각이 다르더라도 크게는 단합하고 협력하면서 이룬 역사였다"며 다시 통합하자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어느 정부든 앞선 정부의 성과가 다음 정부로 이어지면서 더 크게 도약할 때 대한민국은 더 나은 미래로 계속 전진하게 된다"며 차기 정부에서도 '국민통합'이 중요한 가치가 돼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사실 취임 이후 임기 내내 '국민통합'을 얘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10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며 "감히 약속 드린다. 이 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문 대통령은 기회가 될 때면 '국민통합'을 꺼냈다. 총리나 장관급 인사를 할때도 그랬고 각종 정책을 내놓을때도, 심지어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결정할때도 '국민통합'을 언급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난 5년 가까이 지나는 동안 대한민국 국민들은 통합과 거리가 멀었다. 진보와 보수, 여성과 남성, 젊은세대와 기성세대 등 갈라질대로 갈라졌다.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선 대립과 갈등의 지점이 차고 넘친다.

왜 그럴까. 청와대를 비롯해 여권에선 개혁을 하다보면 반드시 반대 세력의 목소리가 커진다고 항변한다. 집권세력의 개혁에 저항하는 기득권의 반발하는 몸짓이 커질수록 '국민통합'은 멀어지고 '갈등'만 부각되는 것처럼 보인다는거다. 개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걸 두려워해서 개혁을 포기해야하냐는 반론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개혁의 문제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협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국민통합'을 달성하기 위해선 반대 세력과 '협치'하는 실천의 모습을 보여줘야하는데 말과 행동이 달랐던 것이다. 많은 정치학자들은 "우리편이 아니면 무조건 적이다"란 일종의 '타락한 진영의식'(극단적 진영논리)이 더불어민주당과 집권세력에 있었기 때문에 사안마다 갈라치기와 갈등이 필연적으로 나타났다고 입을 모은다.

문 대통령도 이를 인정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0대 국회 개원연설을 통해 "국민들 앞에서 협치를 다짐했지만 실천이 이어지지 못했다"며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저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공동책임이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를 비롯해 여야 정치권 모두 협치에 실패했기 때문에 '국민통합'이란 약속은 공수표가 된 것이다.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이 국민을 끌고 가는 시대는 끝났다. 개성과 창의성이 넘치는 수많은 국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반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비로소 '협치'가 이뤄지고 '통합'에 이를 수 있다. 행동은 없고 지키지 못할 약속만 내세우면 정치 불신이 쌓일 뿐이다. 정치인들이 '국민통합'을 말하기전에 '협치'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주는 2022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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