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데리고 투표 '인증샷'...'정치 1번지' 유권자들 바람은[르포]

[the300]

김지은, 최지은 l 2024.04.10 14:19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본투표일인 10일 오전 10시쯤 서울 종로구 사직동 제2투표소에 많은 시민들이 찾아왔다. /사진=최지은 기자


"아이들이 웃고 떠들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본투표일인 10일 오전 10시쯤. 30대 직장인 A씨가 5살, 7살짜리 아이들과 손을 잡고 서울 용산구 원효로 제1동 주민센터를 찾았다. 아이들은 주민센터 앞에서 투표 도장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을 신기하다는 듯 쳐다봤다.

A씨는 "이번에 공약들을 쭉 보는데 아이들을 위한 정책은 많이 없어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를 키우는 환경만 잘 조성되면 저출산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신정치 1번지로 꼽히는 용산구 투표소에는 가족 단위 유권자들이 계속해서 찾아왔다. 이들은 휴일을 맞아 가족 나들이를 가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에게 투표할 권리를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용산구 일대 투표소를 살펴본 결과 대부분 유권자는 젊은 부부였다. 출입문 앞에는 아이들 자전거와 킥보드가 여러개 세워져있었다. 용산구 원효로 일대 아파트에는 신혼 부부를 비롯해 임신부, 학부모 등이 모여산다.

A씨가 이번 투표에서 관심있게 본 것 중 하나는 육아 정책이었다. 그는 "남성에게도 육아휴직을 보장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육아휴직을 끝내면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다"며 "결국 한 명은 희생해서 일을 포기하고 육아에만 전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갓난 아기를 포대기에 안고 투표소를 찾은 30대 B씨 역시 워킹맘으로 살기 쉽지 않다고 했다. B씨는 "우리나라는 현금성 복지가 대부분인데 사실 중요한 건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근무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거나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바라는 건 딱 하나... "정쟁 보다 화합해달라"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원효로제1동 주민센터에 투표를 하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찾아왔다. /사진=김지은 기자


정치 1번지로 통하는 서울 종로구는 수 십 년간 이곳에 살아온 토박이 유권자들이 눈에 띄었다. 이날 종로구 사직동 제2투표소 주민센터 선거사무원에 따르면 오전 6시부터 10시까지 400여명의 주민들이 투표를 완료했다.

이날 오전 10시20분쯤 서울 종로구 사직동 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40대 C씨는 아내와 딸, 아들과 함께 투표소를 방문했다. 종로에서 나고 자란 C씨는 지역구를 대표할 캐치프레이즈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C씨는 "이번 선거에서 종로는 각인이 될만한 공약이나 문구가 없는 것 같다"며 "국회의원들이 선거 때만 인사하러 나오지 말고 평소에도 구민과 소통을 자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씨 가족은 투표 도장을 찍어 나온 손을 한 곳에 모은 뒤 인증샷을 찍고 돌아갔다.

4살 아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40대 D씨는 실속있는 정책을 희망했다. D씨는 "국회의원들이 돈을 많이 투자한다고 하는데 진짜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전달이 안되는 것 같다"며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2대 국회는 소통할 수 있는 정치권이 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종로에서 30년 넘게 살았다는 95세 E씨는 "이번 투표는 사람보다 정당에 더 중점을 두고 뽑았다"며 "지역구에 크게 바라는 건 없고 정치인들한테 딱 하나 바란다. 정쟁에 매몰되기 보다 서로 화합하며 국정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부터 진행된 본투표에선 오후 1시까지 전체 유권자 4428만11명 가운데 2350만3552명이 투표를 마쳤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전국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18세 이상(2006년 4월 11일 출생자 포함) 국민이라면 누구나 투표할 수 있다. 투표 시 신분증(주민등록증·여권·운전면허증 등)을 지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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