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CEO→與의원' 고동진 "반도체지원 특별법 발의할 것"[인터뷰]

[the300 소통관] 고동진 국민의힘 서울 강남병 당선인

박소연 l 2024.04.24 18:00
/사진=고동진 의원실 제공

"이쪽(정치권)으로 오니까 명함 나눠주고 인사할 때 나도 모르게 내가 개발했던 폴드(접히는 스마트폰)가 돼버리더라."

고동진 국민의힘 서울 강남병 국회의원 당선인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머리가 좀 큰데 머리가 절로 툭툭 떨어진다(숙여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을 지내며 '갤럭시 성공 신화'로 알려진 그는 정치 입문 후 주민들의 '고충처리반'이 됐다며 자신이 '정치 초짜'라고 거듭 몸을 낮췄다. 초선 당선인 간담회에서 '삼성 같으면 벌써 TF(태스크포스) 만들었을 것'이라고 쓴소리를 한 데 대해서도 "총선 백서 TF 얘기 나오니 뜨끔하더라. 일주일만 참을걸"이라며 웃었다.

고 당선인은 개원 후 반도체산업 지원을 위한 특별법 발의를 구상하고 있다. 그는 1호 법안을 묻는 질문에 "평택, 용인, 화성에 세팅되는 반도체 공장이 빨리 가동되도록 지원하는 특별법을 검토하는 게 궁극적으로 민생을 위한 길 아닌가"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세수의 20%가 법인세인데 작년에 삼성전자 반도체 적자가 나서 올해 법인세를 안 낸다. 기업이 잘 돼야 민생 경제가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고 당선인은 특히 반도체산업에서의 '전력' 지원을 강조했다. 그는 "전력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 야당에선 100% 재생에너지 RE100 얘기만 하고 있다"며 "지난 2월 대만 TSMC가 구마모토 공장을 2년만에 완공한 것은 100% 원자력으로 했기에 당겨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도 국제적 여론 부담감 때문에 2차 TSMC 공장은 재생에너지로 가져갈 거다. 중요한 건 단계(적 적용)"라며 "재생에너지와 반도체 공장 가동 중엔 상식적으로 반도체 가동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40년 전 반도체를 산업의 쌀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국가 무기가 됐다. 핵 보유와 거의 가치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며 "왜 미국이 왜 한국과 일하려 하고 미국, 중국이 서로 대만을 케어하려 하겠나"라고 했다.

/사진=고동진 의원실 제공

노란봉투법과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견해를 묻자 "노동자 인권, 권리 보장은 흔들려선 안 된다"며 "다만 (노동법이) 시대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움직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그는 "우리나라 노동법은 유연성이 떨어진다. 생산직 중심으로 만들어진 법인데 지금 IT(정보기술), 소프트웨어 근무자는 거기에 별 관심이 없고 배달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는 법으로 커버가 힘들다"며 "노동관련 법안들이 급변하는 4차산업 시대 산업환경과 노동 조건 전체를 커버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 성장과 노동문제를 조화시키는 게 숙제"라고 했다.

그는 기업 발전을 위해선 정부 규제 완화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은 내버려두면, 뒷다리만 안 잡으면 잘 하는 집단이다. 이를테면 반도체장비 들여오는데 화학물질은 산업통상자원부, 가스는 환경부, 종업원 안전은 고용노동부가 들여다보는 3중 규제를 통합해 한 위원회에서 해야 한다. 해외는 다 그런다. 규제를 풀고 국제무대에서 훨훨 날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상속세, 증여세 문제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는 한때 손톱깎이로 세계를 재패한 '쓰리쎄븐'이 상속세 때문에 싱가포르 펀드에 팔렸다며 "국가경제 차원에서 보면 뭐가 옳은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상속세를 없애잔 게 아니라 기업을 발전시키고 법인세를 내면 20년 분할로 하든 5년간 어떤 위치를 유지하면 감면시키든 베네핏(혜택)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 "증여세 문제도 심각하다. 자녀한테 증여시 증여세는 이해하는데 배우자한테도 적용하는 게 맞나"라며 "내가 대표이사 되는 데 집사람 공이 50%라 그렇게 주려고 했는데 법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더라"고 했다.

/사진=고동진 의원실 제공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선 "전 정부 탓하기 싫지만 150조원이 추경(추가경정예산)으로 풀렸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이라며 "민생경제에 도움되지 않았고 물가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지난 2년간 민생경제 살리려고 노력했지만 아쉬움이 있다. 반도체 살리고 노동·연금·교육개혁 진행하면 민생 물가가 잡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삼성전자에서 40년간 근무한 고 당선인은 지난해 말 당의 인재영입 제안을 받고 정치 입문을 처음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작년 7월에 '일이란 무엇인가' 책을 출간하고 강의 요청이 들어와 1500~2000명을 만났다"며 "삼성 밖의 젊은 사람들과 만난 건 난생 처음인데, 질의응답을 하면서 삼성을 떠나면 제2의 인생은 젊은이들에게 재능을 돌려주고 기부하며 환원하는 멘토로 살아야겠다 어렴풋이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작년 12월 당 지도부의 전화를 받고 삼성에서 40년을 채우겠다고 핑계를 댔는데 올 1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전화를 했다"며 "기업에서 기술, 제품, 서비스로 고객을 기쁘게 해드렸다면 정치는 고객이 지역 주민과 국민, 국가로 확대된 게 아닌가. 대한민국 청년을 위해 헌신할 수 있다면 값어치 있는 일이라 생각해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성에서 곧바로 정치권에 왔으면 혼란에 빠졌을 텐데 2년간 고문하고 책 쓰고 삼성 바깥 사람들과 대화하며 완충시간을 가져 (적응이 용이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정치를 하는 데 있어서 '투명성'과 '책임감'을 지켜나갈 생각이다. 고 당선인은 "보좌관과 협의한 건 기자들, 지역 주민들한테도 얘기할 수 있어야 하고 내가 얘기하고 행동한 것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앉아있기보다 현장을 찾아다니고 야당 의원, 주민들을 만나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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