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로 도시민-농민 하나로 묶는다"

[the300][생활 바꾸는 정치로-지방자치 광역단체장에게 듣는다]⑥ 이춘희 세종시장

세종=이상배, 박경담 기자 l 2015.03.06 05:51
이춘희 세종시장/ 사진=이기범 기자


"'로컬푸드'(지역농산물) 직거래를 통해 도시민과 농민들 사이에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단골이 생기고 서로 연락처를 주고 받는다. 새로운 이주민과 원주민이 하나로 연결되는 효과가 있다."

'세종시의 설계자' 이춘희 세종시장(60)이 이제는 세종시의 '화학적 융합'에 팔을 걷고 나섰다. 도시와 농촌, 신도심과 구도심, 이주민과 원주민. 이들을 하나의 '세종시민'으로 묶어내는 것이 이 시장에게 주어진 숙제다.

신행정수도 건설추진지원단장, 초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으로서 '행복도시'를 직접 일군 그가 이제는 시장으로서 도시를 반석 위에 올리는 일을 맡았다.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명품도시'로 키우기 위해 이 시장은 올해 50개 우량기업을 비롯해 대형 병원과 고려대 등 주요 대학 캠퍼스를 유치하기 위해 뛰고 있다.

다음은 이 시장과의 일문일답.

-세종시는 구상한대로 만들어지고 있나
▶큰 골격은 문제가 없지만 상당히 많은 부분이 뒤틀렸다. 당초 50%는 보존하고, 나머지 50%만 개발하라고 했다. 도시개발 파트에서 불만이 많았다. 원래 지형 그대로 살려 먼저 공간계획을 짜고 거기에 맞춰 일부 필요한 부분만 훼손을 했다. '첫마을'은 의도대로 해서 산자락을 살렸다. 다 밀어놓고 다시 심는 나무와 수백년 거쳐 큰 나무는 다르다.

그런데 (이명박정부 당시) 수정안 백지화 파동을 거치면서 원래 설계 공모에 참여했던 건설업체들이 떨어져 나갔다. 결국 새로 들어온 중견업체들이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반발해 예전 방식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정부청사단지 아파트들이 다른 단지들과 별로 다를 바 없이 만들어졌다. 훼손도 많이 됐고 빼곡해졌다. 속상한 부분이다.

-세종시장으로 출마하게 된 계기는?
▶세종시를 계획하고 토지보상문제를 놓고 주민들과 협상도 했다. 당시 주민들에게 정말 좋은 도시가 될테니 떠나지 말라고 했다. 나도 은퇴하고 나면 여기서 살겠다고 했다.

이후 인천도시공사 사장으로 있는데 세종시 주민들이 인천까지 찾아왔다. 당선시켜줄테니 2012년 첫 세종시장 선거에 출마하라고 했다. 지역 출신도 아니고 연고도 없는데 될 턱이 있나. 미적거리다가 4개월 남겨두고 왔는데 결국 떨어졌다. 그래도 시민들은 의외로 표를 많이 얻었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도전하게 됐다.

내가 세종시 건설 때 법 만들고, 도시 이름 짓고, 계획 수립하고, 토지 보상도 했다. 세종시는 나의 '분신'이고 할 정도로 애정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는
▶세종시 건설 때 전권을 주셨다. 지원은 확실하게 해주면서 간섭은 거의 안했다. 노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가장 큰 공약사업이니 궁금할텐데도 철저하게 믿고 맡겼다. 입지 선정도 발표 당일날 아침에 보고했다. 

이춘희 세종시장/ 사진=이기범 기자


-가장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정책은
▶구도심인 조치원을 살리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조치원에 '청춘'을 돌려주기 위해 22가지 '청춘 조치원' 사업을 하고 있다. 일종의 도시재생 사업이다. 과거에는 주로 재개발·재건축을 했는데, 이제는 도시 재생 방식으로 바꾸려고 한다. 예전에 인구가 많이 늘고 집값도 오를 때에는 재건축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있는 시설 중에 살릴 것은 살리면서 조금씩 뜯어고치는 재생 사업을 추진 중이다.

-도농 통합 차원의 정책이 있다면
▶세종시의 농업이 위기다. 농민과 농지 면적이 줄고 있다. 땅값도 올라 농사짓기가 힘들다. 농촌 살리는 게 도시 살리는 것보다 훨씬 값이 싸다. 그래서 농촌 살리기 차원에서 도시와 농촌을 연결해주는 로컬푸드 직거래 사업을 하고 있다.

도시 쪽에 직매장을 하나 만들려고 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우선 좌판을 벌여놓고 농산물을 팔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했고, 최근 설을 앞두고도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 처음에 하루 200만원씩 팔렸는데 11월이 되니 500만원으로 늘더니 최근에는 1000만원 가까이 팔렸다.

도시민들이 굉장히 좋아한다. 로컬푸드 직거래를 통해 도시민과 농민들 사이에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농민들이 이름을 붙이고 파는데, 자연스레 단골이 생기고 서로 연락처를 주고 받는다. 새로운 이주민과 원주민이 하나로 연결되는 효과가 있다.

-일자리를 늘릴 복안은 있나?
▶지난해 31개 기업을 유치했다. 올해는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50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연 매출액 1조원대의 한화첨단소재가 왔다. 세종시에 오려는 기업이 생각보다 많다. 정부청사가 옆에 있어 정부와 긴밀하게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기업들에게 유리하다. 접근성도 좋다. 전국 주요도시에 모두 2시간 이내에 닿을 수 있다. 무엇보다 세종시는 인구가 늘고 있다. 도시가 성장하면 땅값도 올라가니 기업들이 선호한다.

-교육·의료 인프라는 어떻게 돼 가나
▶대학·연구지구에 고려대 캠퍼스를 유치하는 방안을 놓고 고려대 측과 상당부분 진전이 있었다. 의료 분야에선 500병상 짜리 충남대 병원이 들어선다. 예산 50억원이 반영돼 있고, 올해 설계에 들어가 2018년 입주할 예정이다.

이춘희 세종시장/ 사진=이기범 기자


-지방자치 20년을 맞았다.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오히려 과거에 비해 더 중앙집권적으로 바뀌고 있다. 가장 중요한 재정이 그렇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2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의 복지지출 부담 등은 상대적으로 더 늘고 있다. 지방이 중앙에 더 의존하고, 중앙이 모든 걸 통제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 수도권에서 충남으로 오는 기업도 과거에는 매년 200개 정도 됐는데, 지금은 10분의 1로 줄어 20개 정도 밖에 안 된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더 중앙집권적이다. 전체 인구 5000만명 가운데 2500만명이 수도권에 사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 영국 12%, 프랑스 18%, 일본 30%다. 우리나라처럼 50%씩 되는 나라는 없다.

-향후 계획은
▶세종시를 잘 만들어야 겠다는 마음 밖에 다른 욕심은 전혀 없다. 나는 정치보다는 행정하는 사람이다. 만약 정치에 관심이 있었다면 보다 의원으로 출마했을 것이다.

-세종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시민 여러분과 많은 소통을 하고 있다. 도시 이름을 '세종'이라고 지은 것은 세종대황이 백성들과 소통하기 위해 한글을 만들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시정을 최대한 시민들에게 가감없이 알리려고 매주 기자들에게 직접 정기 브리핑을 한다. 이런 곳은 우리 밖에 없을 것이다.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각종 위원회를 제대로 활용하려고 한다. 시민들이 참여한 안전도시위원회는 매달 한차례 회의를 한다. 의정부화재와 같은 사고가 나면 우리는 그런 문제가 없나 찾아본다. 현장에 직접 다녀와서 회의를 하는데, 시민들이 힘들다고 투덜대면서도 재미있어 한다.

◇이춘희 세종시장 약력
△전북 고창 △고려대 행정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석사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도시학박사 △21회 행정고시 합격 △건설교통부 고속철도건설기획단장 △청와대 건설교통비서관 △신행정수도 건설추진지원단장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추진 부단장 △초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건설교통부 차관 △인천도시공사 사장

이춘희 세종시장/ 사진=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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