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의 브레인…'슈퍼루키' 강석훈의 '호프노믹스'

[the300][국회의원 사용설명서]강석훈 새누리당 의원

이상배 기자 l 2015.04.24 08:49
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 살을 에는 찬바람이 몰아치던 2013년 1월5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 방학을 맞아 텅빈 학생 기숙사로 3명의 중년 남성이 들어섰다.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정기획조정 총괄간사였던 유민봉 성균관대 교수(훗날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와 국정기획조정분과 위원인 옥동석 인천대 교수, 그리고 박근혜캠프의 '정책 브레인'이었던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51·서울 서초을)이었다.

이들은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이뤄질 정부조직 개편안 마련이라는 '비밀 임무'를 부여받은 터였다. 정부 부처 등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인 만큼 공개되지 않은 작업 장소가 필요했다. 대개 이런 경우 호텔 방을 빌려서 하지만 유 교수가 색다른 아이디어를 냈다. 대학 측에 요청해 기숙사 방을 빌렸다. 방학을 맞은 대학 기숙사는 어떤 곳보다 비밀스러웠다.

그로부터 10일 뒤 박근혜정부의 국정철학을 대변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그렇게 탄생했다. 공무원 출신으로 정부조직론에 정통한 유 교수가 작업을 총괄하고 옥 교수가 실무를 맡았다. 강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을 작업팀에 전달하고, 각 정부 부처와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주말도 없는 철야 작업 끝에 정부조직 개편안이 발표됐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정부조직 개편 후속작업이 이어졌다. 각 정부 부처의 과 단위까지 이전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쉴새 없이 공무원들과 씨름하는 동안 강 의원의 머리는 하얗게 세어갔다. 인수위 막바지 박근혜 대통령 취임(2월25일)을 약 열흘 앞두고는 빙모상까지 당했다. 그렇게 강 의원의 기력은 소진돼 갔다.

"박근혜 대통령의 모든 공약은 강석훈의 손을 거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책 실세'로 주목받은 강 의원은 그러나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과로한 탓이었는지 쓰러지고만 강 의원은 짧지 않은 투병 생활에 들어갔다.

그로부터 반년 뒤. 2013년 하반기 강 의원이 다시 국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무위원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로 상임위원회를 옮긴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리고 2014년 6월 강 의원은 초선으로는 이례적으로 기재위 여당 간사에 선임됐다. 간사 당연직으로 세법 심사를 책임지는 조세법안심사소위원회(조세소위) 위원장까지 맡았다.

투병생활을 이겨낸 남자 '강석훈'은 그렇게 국회 핵심 상임위 간사직을 떠안으며 자신의 '부활'을 알렸다.

[인간 '강석훈']

조용하고 논리정연한 서울 말투, 학자풍의 외모, 서초을이라는 지역구. 얼핏 보기엔 서울에서 '귀공자'로 컸을 것 같은 강 의원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경북 봉화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네살 때 가족들을 남겨둔 채 서울로 돈 벌러 떠났다. 이후 7년 동안 어머니 홀로 자식들을 키웠다. 열한살이 됐을 때야 아버지가 식구들을 서울로 불렀다. 강북구 우이동 조그만 집이 강 의원이 서울 생활을 시작한 곳이다.

과외 한번 못 받으면서도 가정 형편을 생각해 등록금이 싼 국립대로 가겠다며 공부에만 매달렸다. 그 결과,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해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녔다. 미국 유학을 가서도 강의 조교 아르바이트를 하며 장학금과 생활비 보조를 받아 박사 학위를 마쳤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대우경제연구소를 거쳐 성신여대 교수로 임용됐다. 2005년 박근혜 대통령의 공부모임에 초대되면서 박 대통령과 연을 맺었다.

국회 입성에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강 의원은 당초 비례대표 후보로 내정돼 있었다. 그런데 서초을 지역구 공천이 유력했던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의 저자 장승수 변호사가 막판에 공천을 고사했다. 결국 강 의원이 대타로 서초을 지역구에 긴급 투입됐다. 사전에 준비도 없었던 강 의원이었지만 24일 간 발에 피가 나도록 뛰어다닌 결과, 60.1%의 득표율로 의원직을 따냈다. 당시 선거 캐치프레이즈는 '대한민국 경제플래너, 서초구의 희망플래너'였다.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경제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아 '친박의 핵심부'로 직행한 강 의원은 대선 직후 인수위에도 합류했다. 당시 정부조직 개편을 위해 극비 작업을 해야 하는 탓에 기자들을 매번 뿌리친 강 의원은 미안한 마음에 사비를 털어 인수위 기자실로 귤 수십 상자를 보냈다. 자신의 이름이 아니라 '인수위원 일동' 명의였다. 기자들의 취재 결과 뒤늦게 강 의원이 개인적으로 보낸 것임이 드러났지만 그는 끝까지 밝혀지길 원치 않았다.

요즘 강 의원의 화두는 '호프노믹스'(Hopenomics:희망+경제학)다. 정부와 국회가 국민들에게 기회를 통해 희망을 주는 경제정책을 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강 의원은 "모든 국민이 차별없이 균등한 기회를 보장받고,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 그것이 바로 '호프노믹스'"라고 강조했다.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 홍봉진 기자


[대표 법안]

◇ 소득세법 개정안= 2013년 세법 개정에 따른 이른바 '연말정산 대란'에 대한 후속대책으로 지난 13일 발의했다. 자녀나 부양가족이 없는 1인가구들이 주로 해당되는 근로소득세액공제에 대해 '공제율 55%' 적용 범위를 기존 세액 50만원 이하에서 130만원 이하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봉 5500만원 이하 근로자에 대한 연금저축 세액공제율을 12%에서 15%로 높이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세번째 자녀에 대한 세액공제액을 종전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늘리고, 출생 또는 입양 자녀에 대해 1명당 연 30만원을 추가 공제하는 내용도 반영됐다. 현재 기재위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 금융소비자 보호 기본법 제정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욱 높아진 금융소비자 보호의 필요성을 반영한 법안으로 2013년 10월 발의했다. 금융의 겸영화 추세에 따라 다양한 복합금융상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지만 같은 금융상품에 대해서도 은행, 금융투자 등 업권별로 판매규제가 달라 금융소비자 보호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법안은 같은 기능을 가진 금융상품의 판매행위에 대해서는 같은 규제를 하도록 하고, 금융소비자의 사전 구제 절차를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 공제회의 자산운용에 관한 법률 제정안= 공제회의 건전성 유지와 회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법안으로 2013년 11월 발의됐다. 현재 국내에 등록된 공제회 또는 공제조합은 약 60여개에 달하며 회원은 1000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상당수의 공제회가 자산운용에 대한 전문성 부족으로 자산이 부실화되는 문제를 겪고 있다. 법안은 공제회에서 투명하고 효율적인 자산운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준을 제시하고, 자산운용 상황에 대해 주기적으로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재 정무위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다.

[준비 중인 법안]

사라진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되살리는 것은 강 의원이 스스로에게 부여한 필생의 숙제다. 그가 정치인의 길에 들어서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개인이 타고난 배경이나 계층과 상관없이 각자의 노력에 따라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소득계층의 이동성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강 의원은 '기회균등 보장 및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실질적 기회균등이 실현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주도하고 민간이 동참토록 하자는 취지다. 법안은 모든 분야에서 국민 모두가 균등한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기회균등 보장 및 촉진 정책을 이행토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그의 사람들]

*위스콘신: 위스콘신대 동문 가운데 가장 가깝게 교류해온 선배 학자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다. 학계에 있을 때부터 두터운 친분 관계가 있었고, 19대 국회에도 초선으로 나란히 입성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비서실에서 함께 밤을 새워가며 박근혜정부의 정책 로드맵을 짠 '전우'이기도 하다.

기재위 간사인 강 의원의 카운터파트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강 의원과 위스콘신대에서 동문수학하며 두터운 신뢰를 쌓은 사이다. 최 부총리에 대해 강 의원은 "과감한 결단력과 필요할 때의 유연성을 동시에 갖춘 선배로서 정치 현장과 고달픈 인생에서 믿음직한 멘토"라고 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 선배이면서 위스콘신대 동문이기도 하다. 강 의원은 유 원내대표에 대해 "학교 선배인 동시에 정치를 가르쳐준 선배"라며 "정확한 판단, 명쾌한 결론, 폭넓은 설득력을 갖고 있어서 직·간접적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서울대 82학번: 정계, 관계, 학계, 재계를 가리지 않고 곳곳의 요직에 포진해 있는 서울대 82학번 동기들은 그의 든든한 우군이다.

정·관계에 있는 서울대 경제학과 82학번 동기만 해도 이혜훈 전 새누리당 의원, 유광열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 김철주 기재부 기획조정실장, 서영경 한국은행 부총재보 등이 있다. 재계에는 기재부 관료 출신으로서 민간으로 옮겨간 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 문홍성 두산 부사장, 박영춘 SK 전무 등이 포진해 있다.

학계에서도 베스트셀러 '사다리 걷어차기' 등으로 유명한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와 '4대강 반대학자'로 널리 알려진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국내 최고의 공정거래정책 권위자인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활약 중이다.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들도 막강하다. 나경원,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과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최상목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등을 비롯해 '강남좌파' 조국 서울대 로스쿨 교수와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등이 있다.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 현재 국회에서 활동 중인 현직 의원 가운데 강 의원과 가장 절친하다. 서울대 경제학과 후배로 강 의원보다 2살 아래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공약 개발 작업을 함께 했을 뿐 아니라 지금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함께 추진 중인 '동지'다.

*서용교 새누리당 의원: 강 의원의 대학 후배인 것을 빼고 과거에 별다른 인연은 없지만 정치인으로서 강 의원이 자문을 구하는 관계다. 서 의원에 대해 강 의원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탁월한 정무감각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간관계, 희생과 헌신에 앞장서는 우리 시대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이 한장의 사진]

사진 제목: 언제나 희망으로, 언제나 미래로 (출처: 강석훈 의원실)



[이 사람의 한마디]

*"최근 우리 경제는 일본이 디플레이션 징후를 보이기 시작한 1990년대 초반의 경제패턴과 너무나도 유사하다. 성장률이 하락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둔화되고 가계소비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이 몸서리 칠만큼 무섭게 유사하다." (2015년 4월15일 경제분야 대정부질문)

*"고통스럽지만 가야하는 길이 구조개혁이다" (2015년 3월 언론 인터뷰)

*"야권이 '정치' 드라마를 쓸 때 우리는 '정책' 드라마를 쓰겠다." (2012년 7월 박근혜 후보 대선캠프 정책위원 시절 언론 인터뷰)

[요주의!]

헌신적인 지역구 관리와 탁월한 정책 능력 덕에 재선까진 큰 문제가 없겠지만, 전통적으로 새누리당에서 강남 3선은 쉽지 않다는 게 변수다. 그러나 현직 의원에게 유리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가 도입된다면 못할 것도 없다. 

[프로필]

△경북 봉화 출생 △우이초등학교 △도봉중학교 △서라벌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학교 경제학 박사 △성신여대 교수 △대우경제연구소 금융팀장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원회 국정기획조정분과 위원 △19대 국회의원(서울 서초을)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 위원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 △국회 창조경제특별위원회 위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 △국회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 위원 △국회 공무원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 △새누리당 민생정책혁신위원회 부위원장 

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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