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소수당 횡포로 식물국회"… 헌재 공개변론서 '선진화법 위헌'주장

[the300]野 불참으로 맥빠지기도…정의화 의장 '선진화법 중재안' 대표발의

유동주 기자 l 2016.01.29 06:16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새누리당이 국회의장 등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공개변론이 열리고 있다. 국회의원 146명은 2014년 12월 국회의장에게 북한인권법안 등 법률안 11건에 관해 심사기간 지정 요청 및 본회의 부의, 이른바 '직권상정'을 요청했지만 국회의장은 국회선진화법을 근거로 이를 거절했다. 새누리당 태스크포스(TF)는 이 같은 거부 행위가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의결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이듬해 1월 국회의장 등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2016.1.2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8일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국회의원과 국회의장 등간의 권한쟁의' 심판사건 공개 변론에서 청구인으로 참석한 여당 의원들은 선진화법의 문제점을 강조하며 '위헌적'이라고 주장했다.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의 개정요구가 국회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헌재 심판정으로 옮겨온 이날 사건에서 청구인으로는 주호영·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 참석했다. 다만 피청구인인 정의화 국회의장과 정희수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 그리고 보조참가인인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당의원 12명은 불참해 다소 맥빠진 상태에서 진행됐다.

사건은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2014년 12월 17일과 올해 1월 6일 북한인권법안,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 등에 대한 심사기간 지정 요청을 거부한 행위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월 29일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에 대한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 요청을 재적위원 과반수가 서명한 신속처리안건지정동의가 아니라는 이유로 표결실시를 거부한 행위 등이 청구인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청구인과 피청구인측 대리인으로 나온 변호사들의 변론 후에 이어진 헌법재판관들의 질의 순서에서 청구인들은 선진화법에 따라 다수당이 다수결원칙에 따른 국회 의사결정을 끌어낼 수 없는 점을 들며 '선진화법 위헌'을 주장했다.

이들은 '동물 국회'를 피하려다 '식물 국회'가 됐다며 선진화법 때문에 국회의 다수 의사가 신속하게 반영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주호영 의원은 "상임위 심의과정에선 충분히 논의하고 안 되면 다수결로 넘어가라는 것이 헌법원리고 여당은 (잘못했으면)선거에서 심판받는 것"이라며 국회법의 현 상태는 위헌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권성동 의원도 "대의민주주의는 책임정치가 돼야 하는데 현재의 국회법상 구조는 5분의 3이상(신속처리요건)을 보유하지 않으면 법안 처리를 못한다"며 "(5분의 3인 180석에 못미치는)179석 가진 정당이나 120석 가진 정당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선거에서 다수당이 집권하는 건 결국 자기책임하에 정치하고 법안 정책으로 구현하는건데 현재 다수당 뜻에 따라 안 되고 있고 그건 책임정치를 불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청구인들은 특히 본회의로의 통로를 제한적으로 막아 놓은 현재 상태는 불합리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피청구인측 대리인들은 심사기간 지정 거부 등은 현행 선진화법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적법했다는 방어적 입장을 고수했다.

주호영(왼쪽),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국회의장 등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공개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의원 146명은 2014년 12월 국회의장에게 북한인권법안 등 법률안 11건에 관해 심사기간 지정 요청 및 본회의 부의, 이른바 '직권상정'을 요청했지만 국회의장은 국회선진화법을 근거로 이를 거절했다. 새누리당 태스크포스(TF)는 이 같은 거부 행위가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의결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이듬해 1월 국회의장 등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2016.1.2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변론에선 '권한쟁의심판'청구의 적절성도 다뤄졌다. 박한철 헌재소장은 "권한 쟁의라는 건 기본적으로 소수당이 다수당에 의한 침해에 대해 제기하는 건데 이번 사건은 다수당이 제기하고 있어 권한쟁의로는 적절하지 않은 거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청구인측 변호사는 "그점이 선진화법 때문에 오히려 소수파가 의사결정권을 갖게 돼 투표가치의 불평등한 상황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여당이 오히려 선진화법으로 소수파인 야당에 의사결정권을 뺏긴 상황이라는 취지다.

이에 박소장은 "(청구인)국회의원들이 입법권 침해를 주장하고 있는데 형태 자체가 모순 아니냐"며 "자율적으로 스스로 (선진화법 통과를)합의해 놓고 문제가 있으면 자율적으로 해야지 권한쟁의 쟁송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가 정상작동이 안 된다면 (청구인측 주장대로)상임위내 위원동수문제, 야당 위원장 문제 등으로 안 된다는데 그건 법률상 문제가 아니라 관행 등 정치행태나 여야 정치력 부재때문이지 규범 문제는 아닌 거 같다"고 질의했다.

이에 권성동 의원은 "일반 다수결 원칙이 적용 안 되고 있고 절차 규정 자체가 의원 개개인의 헌법상 입법권리를 침해한다"며 "전체 국회 구성원의 의사가 국회 의사결정이 돼야 하는데 잘못돼 있다"고 설명했다.


권 의원은 "야당이 반대하면 의사결정을 못하고 있는데 국회라는 협의체구성은 헌법상 원칙에 따라 과반수가 합의하면 결정이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청구인측은 ▲상임위원장을 의석수비율로 배분하는 점 ▲법사위원장을 야당서 맡고 있는 점 ▲상임위에서 사실상 만장일치로 결정하는 점 등 국회 관례에 대해서도 문제제기했다. 이들은 "잘못된 관례로 야당의원 소수의 반대로도 정상적 의결절차가 방해받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종 의사결정은 본회의에서 해야지 상임위 단계에서 막히는 현재 상태는 위헌적"이라고 강조했다.

변론은 주로 여당인 청구인측 주장과 재판관들의 질의응답으로 이뤄졌고 피청구인측 대리인들은 피청구인들 없이 단독으로 답변하기 쉽지 않은 듯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한편 이날 정의화 의장은 헌재에서 공개변론이 이뤄지는 가운데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정 의장이 낸 개정안은 중재안 격으로 안건 신속처리 제도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기사는 더엘(the L)에 표출된 기사로 the L 홈페이지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기사를 보고 싶다면? ☞ 머니투데이 더엘(the L) 웹페이지 바로가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