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애들 보고싶어요" 청와대 용사들의 고민

[the300]새정부 초기 7to24 격무에 줄어든 임금…현실적 대안 있어야

우경희 기자 l 2017.06.29 09:38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여야 5당대표와 오찬에 참석하기위해 임종석 비서실장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이동하고 있다.(청와대)2017.5.1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임 실장을 구출하라 : 임종석 비서실장 퇴근미션'은 보드게임 형태로 온라인에 화제가 됐던 인터넷 유머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브리핑마다 같은 넥타이를 매자 '퇴근 못하고 갇혀있는 임 실장의 구조신호'라고 해석한 유머도 나왔다. 그야말로 어른들의 아이돌이다. 춘추관 앞에서 환호의 비명이 들려 무슨일인가 했더니 잠시 후 임 실장이 불쑥 들어선 일도 있었다. 청와대 구경을 왔다가 임 실장과 마주친 여성 관람객들의 환호였다. 

그런데 임 실장을 오래 본 지인들은 우려를 한다. 건장한 체격의 임 실장이 날로 핼쑥해진다. 임 실장 뿐 아니다. 새 정부 들어 청와대에 행정관으로 든 국회 출신 직원들에게도 두 달여의 청와대 생활엔 다이어트가 필요없다. 7시 출근에 자정 퇴근은 예사다. 농반진반으로 '7to24'라고들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미차 청와대를 비워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을 듯 하다. 

대통령직인수위 없이 곧바로 출범한 청와대의 부담감이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이 연일 쏟아내는 개혁적 조치와 파격적 행보, 인사는 청와대 스탭들의 작업을 통해 구체화된다. 백조가 헤엄칠 수 있도록 바쁘게 움직이는 물갈퀴 격이다. 한정된 인원에 기간은 짧다. 당연히 업무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청와대의 용사들이다. 

그 중에도 일이 많기로 유명한 한 수석실의 남성 행정관은 "애들 얼굴 본 날이 며칠 안 된다"고 했다. 휴일도 없이 일찍 출근하고 늦게 들어가니 자는 아이들을 깨우지 않는 한은 아빠 얼굴을 보여줄 수 없다는 거다. 각오는 하고 왔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쉽지는 않다고도 했다. 다른 청와대 행정관은 "사명감으로 버티는건데, 현실적인 이유로 야당 시절 늘 간절히 꿈꿔왔던 청와대 일을 포기하고 국회로 돌아간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현실적 이유 중엔 경제적 이유가 큰 몫을 차지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이정도 총무비서관을 통해 업무추진비와 특별활동비 반납을 지시했다. 특별활동비의 일부는 국회 등과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직원들에게 급여처럼 지급됐다. 공식 임금이 아니니 개혁 대상이 됐다. 이걸 일자리 창출 예산으로 돌렸다. 비서실이 앞서고 대통령경호실이 뒤따랐다. 비서실 50억원, 경호실 20억원 등 총 70억원 정도의 예산이 청년일자리 예산으로 갔다. 

각오는 했던 일이지만 얇아진 월급봉투를 받아든 청와대 직원들은 난감하다. 특히 국회에서 청와대로 옮겨온 직원들의 한숨소리가 더 크다. 청와대는 국회 근무 기간에 맞춰 연차를 인정해준다. 2~4급 구분은 그냥 나이로 끊었다. 서열이 뒤죽박죽된 가운데 수당 격이던 특활비가 없어지면서 30% 가량 월급이 줄어든 경우도 있다. 한 청와대 행정관은 "아내 보기가 미안하다"며 "두달째 독박육아를 하는 아내가 밤마다 손목이 아프다며 끙끙 앓는다"고 했다. 다른 청와대 비서관은 "외벌이를 고수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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