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벗은 文 뉴욕선언, 레이건 인용한 까닭

[the300]유엔총회 기조연설 "北 압박하되 충돌 없어야" 평화적 분쟁해결 강조

뉴욕(미국)=김성휘 기자 l 2017.09.21 23:16

【뉴욕(미국)=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UN본부 총회 회의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7.09.21. photo1006@newsis.com

문재인 대통령의 북핵 해법을 담을 것으로 관심을 모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되 평화는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로 요약된다. 국제사회에 분쟁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을 강조한 '뉴욕선언'이다. 북핵 대응이 이른바 '한미일'과 '북중러'로 갈라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양 진영 모두를 향해 일치된 행동을 촉구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 뉴욕 유엔본부 제72차 총회 기조연설에서 "'평화는 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분쟁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다루는 능력을 의미한다'는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을 우리 모두 되새겨야 할 것"이라 말했다. 여러 면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의식한 메시지가 깔렸다.

 

레이건 사례 통해 대북 강경론 제동 =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처럼 공화당 출신이다. 미소 냉전이 치열했던 1980년대 집권, 국제분쟁 위기가 높았단 점도 지금과 비슷하다. 무엇보다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규정하면서도 "악마와도 대화해야 한다"는 기조로 소련 개방을 이끌었다.

 

레이건은 1982년 영국을 방문, '악의 제국' 연설로 이름을 얻은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우리의 군사력이 평화의 필수요건이지만, 이러한 군사력이 절대 사용되지 않기를 희망하면서 이를(군사력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에 강도 높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면서도 "지나치게 긴장을 격화시키거나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로 평화가 파괴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주한 미 대사관은 이를 레이건의 주요 연설로 홈페이지에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레이건이란 선례를 통해 군사적 충돌은 안 된다고 국제사회에 절박하게 호소한 셈이다. "전쟁을 겪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의 대통령인 나에게 평화는 삶의 소명이자 역사적 책무"라고도 했다. 이틀 전 같은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totally destroy)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과 대비된다.

 

동시에 주목받은 건 다자주의 언급이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근본적 해결하기 위해선 동북아 안보의 기본 축과 다자주의가 지혜롭게 결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각에서 '한미 엇박자'란 평가를 받으면서도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을 강조해 왔다. 이런 뜻을 최고 수준 다자기구인 유엔에서 직접 밝힌 것이다.

 

다자주의 강조, 북·중·러에도 평화 메시지= 이를 통해 중국, 러시아 등에게 최고 강도의 대북 제재가 무력응징을 위한 단계가 결코 아니라고 설득하고 제재에 동참해야 하는 당위성과 명분을 줬다. 다자주의는 한편 북한을 향해 미·북 담판으로 체제를 보장받을 수 없으며, 한국이 주도하고 유엔 등 국제사회가 뒷받침하는 다자의 대화 틀이 필요하다고 제안하는 의미도 있다. 

 

【뉴욕(미국)=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UN본부 총회 회의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7.09.21. photo1006@newsis.com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평창올림픽을 '평화'라는 키워드로 북핵 해결과 묶어냈다. 문 대통령은 "개회식장에 입장하는 북한 선수단, 뜨겁게 환영하는 남북 공동응원단, 세계인들의 환한 얼굴들을 상상하면 가슴이 뜨거워진다"며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적극 환영하며,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함께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문 단어중 '평화'를 32회로 가장 많이 사용했다. 다음으로 '유엔' 29회, '북한'이 17회 등장하고 분쟁(5회) 대화(3회) 충돌(1회) 등은 적게 사용했다.


이 같은 뉴욕선언이 얼마나 호응을 얻는지에 북핵 해법의 성패가 달려 있다. 문 대통령은 기조연설 하루전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장 등 미 외교안보 싱크탱크 전문가들과 만나 군사적 충돌을 피하면서 대북압박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방안에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뉴욕 일정 중 촛불혁명이 지금 정부를 만들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기조연설을 포함, 금융경제인을 대상으로 한 대한민국 IR 연설(20일)과 세계시민상 시상식(19일)에서도 그랬다. 문 대통령은 각국 정상으로부터 회담 등 접촉 요청을 적잖게 받았다. 청와대는 그 이유를 촛불의 힘, 즉 '피플파워' 때문으로 분석했다. 국정농단을 국민적 촛불의 힘으로 극복, 평화적 선거로 정권교체를 이루자 국제사회에서도 주목받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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