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제도의 개선방안(상)

[the300][정재룡의 입법이야기]"정기국회 전에 실시" 제도 맹점은

정재룡 국회 수석전문위원 l 2017.11.20 09:54

편집자주 정재룡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을 통해 전하는 국회와 입법 스토리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모습. '궐련형 전자담배 인상안'이 포함된 개별소비세법 일부개정법률안 표결에 대한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2017년 국정감사가 끝났다. 올해 국정감사는 원래 겸임 상임위원회를 제외한 일반 상임위원회는 10월 12일부터 31일까지로 20일간 계획되었으나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소관 부처 장관의 불출석이나 야당의 보이콧으로 당초 계획을 변경, 11월 10일에 마지막 감사를 실시하였다. 이번 국정감사는 사상 최장의 추석연휴가 끝나고 시작됨에 따라 예년보다 매우 늦게 실시되었다. 그로 인해 예년과 달리 예산안이 11월에 들어서야 상정되어 충실한 심사에 차질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국회는 국정감사를 종래 매년 9월 10일부터 20일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던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2조를 2012년 3월 개정하여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매년 정기회 집회일 이전에 △감사 시작일로부터 3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실시하되, △다만 본회의 의결로 정기회 기간 중에 감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변경하였다. 이러한 제도 변경의 요지는 종래는 국정감사의 시기를 정기회의 특정기간으로 명시하고 있었으나, 시기를 특정기간으로 명시하지 않고 원칙적으로 정기회 이전에 상임위원회별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변경한 것이다. 

이처럼 국정감사 제도상 실시시기를 변경한 것은 정기회에서 예산안과 법안 등에 대한 심사기간을 늘려서 안건처리 실적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리고 같은 취지에서 그해 5월 '국회법' 제93조의2를 개정하여 정기회에는 원칙적으로 다음 연도의 예산안 처리에 부수하는 법안에 한하여 상정하도록 하고 있던 규정도 삭제하였다. 종래는 그 규정으로 인해 많은 법안들이 정기회에 상정되지 못하여 중요한 입법조치들이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따라서 국회는 매년 정기회 이후 연말 및 연초에 예산부수법안이 아닌 법안을 심사하기 위한 임시회를 별도로 개최해 왔다.

관련법 개정으로 국정감사가 정기회 이전에 실시될 수 있도록 하였기에 더 이상 정기회에 상정되는 법안을 제한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국회는 관련법 개정 이후에도 지금까지 한 번도 정기회 이전에 국정감사를 실시하지 않고 계속해서 본회의 의결로 정기회 기간 중에 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국정감사가 매우 늦게 실시되어 9월초에 제출된 예산안이 11월초에야 상정되는 상황까지 초래되었다.

왜 이런 상황이 계속되고 있을까? 2012년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과  '국회법' 개정의 취지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매년 정기회 중에 국정감사도 하고 상정되는 법안도 제한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2012년 관련법 개정 이전에 국정감사제도의 개선에 관해서는 상임위원회별 상시감사제, 주제별 집중감사제, 정책청문회 등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국정감사를 정기회로 한정하지 말고 임시회까지 포함하여 미국이나 영국처럼 연중 수시로 실시하도록 하자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정기회 국정감사는 과거 상시국회가 아니었을 때의 제도로서, 국정감사를 굳이 정기회에 한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①감사대상기관의 과다, 서류제출요구의 과다, 감사의 일과성 등의 문제가 있으므로 국정감사를 상시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 ②정기국회 초 20일간의 국정감사는 부실감사, 국정공백 등의 문제가 있으므로 각 상임위원회에서 자체적으로 일년 중 어느 때라도 실시할 수 있는 ‘연중 수시감사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 ③국정감사의 일정과 시기를 국회운영위원회와 협의하여 본회의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는 규정을 폐지하여 각 상임위원장이 소속위원들과 협의하여 연중 상·하반기 또는 분기별로 감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각 임시회에서 감사할 수 있는 대상기관의 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있었다.

이와 같이 오랜 기간 동안 국정감사제도의 개선에 관한 다양한 의견과 활발한 논의가 있었고 국회는 그러한 의견과 논의를 반영하여 2012년 관련법을 개정하였다. 그런데 이후 지금까지 그 취지가 한 번도 존중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당시 국회가 국정감사제도상 실시시기 변경에서 중요한 것을 놓쳤기 때문이라고 본다.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에서 국정감사는 가장 중요한 활동이다. 일년 활동의 성패가 국정감사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의원실의 직원들은 일년 동안 열심히 준비해서 국정감사에 임하게 된다. 거기에 자신들의 사활을 건다. 실제로 국정감사가 끝나면 실적이 저조한 의원실의 직원들이 해고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중요한 활동을 일년 중 시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때인 가을 정기회 중에는 원칙적으로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국회가 2012년 3월 관련법 개정의 취지와 달리 이후 매년 본회의 의결을 통해 정기회 때 국정감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은 당시 그러한 측면을 간과하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하편에서 이어집니다. 
정재룡 국회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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