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만에 3000만원 모은 의원실…비결은?

[the300]국회의원들 연말 후원금 모집 '막판스퍼트'

김평화 기자, 조준영 인턴기자 l 2017.12.16 06:00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 수정안'이 표결에 앞서 대표발의한 박주민 의원이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정치후원금 모으기가 너무 힘들어요" 더불어민주당 한 초선의원실에서 후원금 모집을 담당하는 A비서관의 하소연이다. 이 의원실은 국회의원 세비 대부분을 지역구 사무실 운영비 등 활동비로 쓰고 있다. 인지도가 높지 않은 의원이라 후원금 모으는 게 하늘의 별따기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발을 동동 굴렀다. 정치후원금이 3000만원 정도밖에 모이지 않아서다. 의원실은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지진재난 문자발송 시스템 개선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성과'를 지지자들에게 알리고 후원금을 독려했다. 열흘만에 추가 3000여만원이 후원계좌에 입금됐다.


요즘 국회의원실 분위기는 살을 에는 추위만큼이나 냉랭하다. 후원금을 모을 수 있는 날이 10일 정도밖에 남지 않은 탓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각 의원실은 법안 통과 등 '성과'를 지지자들에게 알리며 후원금 모으기 '막판스퍼트'에 나섰다.

15일 국회에 따르면 지역구 의원들은 선거가 있는 해 후원금을 최대 3억원까지(평소 2배) 모을 수 있다.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비례대표 의원은 선거와 상관없이 매년 최대 1억5000만원 후원금을 모집할 수 있다.

정치후원금은 의원실에 요긴하게 쓰인다. 최우선 사용처는 지역구 사무실 임대료. 특히 여러 개 시·군이 묶인 지역구 의원실은 사무실 임대료가 부담스럽다. 시·군 수만큼 사무실을 운영하면서다. 각종 토론회를 주관하고 정책자료집을 만드는 데도 상당한 액수의 돈이 필요하다.

한 국회 관계자는 "국회 외부에서 강연하거나 토론회를 열면 대관 비용이 만만찮다"며 "정치후원금으로 의원실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지적했다.

의원실 간 후원금 빈부격차는 상당하다. 아직까지 1억원도 못채운 의원들이 많다. 반면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은 일찌감치 3억원을 다 모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유명세'다.

의원 인지도와 상임위 등 여러 변수들이 후원금액을 좌우한다. 민주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에서 다루는 법안은 주로 공무원들이 관심을 갖는다"며 "하지만 공무원이 일 잘하는 의원을 후원하고 싶더라도 정치적 중립의무 때문에 후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후원금 모금에 겪는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지역 기반이 없기 때문. 하지만 이를 인지도로 극복한 사례가 있다. 지난해 민주당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에 입성한 이철희 민주당 의원이 그 중 한명이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올해 후원금 한도인 1억5000만원을 거의 채웠다"며 "(이 의원이) 상반기 방송활동이 많았고 인지도도 높아져 그런 것 같다"고 밝혔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후원을 독려하는 의원실도 있다.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SNS 계정에 후원 독려 영상을 게시했다. 올해 그가 대표 발의한 법안들을 설명하고 내년 의정활동 계획을 밝힌 영상이다. 받은 후원금을 어떻게 사용할지도 설명했다.

올해 6월부턴 중앙당후원회를 통해 정당 후원도 가능해졌다. 정치자금법이 개정되면서다.

정의당은 지난 9월 '차카오페이'(www.chakaopay.org) 사이트를 열었다. '착한 정치, 착한 후원'을 모토로 정의당 후원을 독려하는 사이트다. 민주당도 지난 11월 '더치페이(더불어민주당 치얼업 페이)' 캠페인에 나섰다.

민주당은 지난 10월 중앙당 후원회를 설립했다. 이후 이달 12일까지 후원금 3억여원을 모았다.

정당 후원은 1인당 최대 500만원까지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날달 개인 최대한도인 500만원을 민주당에 쾌척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당·정치인에 대한 후원금은 10만원까지 전액 돌려받을 수 있다. 세액공제 혜택 덕이다. 10만원을 초과한 경우 15~25%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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