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셀트리온 블루', 작년엔 삼성電·신라젠에 속태우더니…

[the300]셀트리온 3사 빼면 코스닥 754선 불과… 전문가 "현재 주가 부담, 조정시 매수전략 유효"

한은정 기자 l 2018.01.1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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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주식 투자자는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지난해 말에는 신라젠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였다면, 올해는 셀트리온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다."

코스닥에 투자하는 개인들이 '셀트리온 블루(우울증)'를 앓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코스피 대형주에 밀려 수익을 내지 못했고 하반기부터 시작된 코스닥 강세장에서는 신라젠 광풍에 올라타지 못해 소외감을 느꼈다. 

올 들어 코스닥 활성화 대책으로 상승 온기가 코스닥 전반으로 퍼져나갈 것으로 기대했지만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셀트리온 계열 3사만 독주하고 있어 허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코스닥 지수가 900선을 향해 치솟고 있지만 셀트리온 3사를 제외하면 제자리걸음 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지난달 21일 740.31에서 지난 12일 873.05로 17.93% 급등했다. 이 기간동안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은 76.53%, 2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69.54%, 6위인 셀트리온제약은 58.76% 상승했다. 

셀트리온 3사가 코스닥 지수 내에서 기여한 수익률은 16.05%p(포인트)로 코스닥 지수 누적 수익률(17.93%)의 90%를 차지했다. 이들 종목을 뺀 코스닥 지수는 1.88% 오른 754.25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주가 급등 과실은 외국인들이 따갔다. 코스닥이 오르기 시작한 지난달 22일부터 외국인은 셀트리온을 6494억원어치 사들여 높은 수익을 올렸다. 이 기간 개인 투자자는 셀트리온헬스케어를 매수했는데 1710억원에 그쳐 외국인이 셀트리온을 사들인 규모의 26%에 불과했다. 

게다가 셀트리온에서 소외된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수익률이 부진한 코스닥 IT·게임주에 투자해 양방향에서 손실을 입었다. 실제로 개인이 주로 매수한 웹젠(-14.88%), SK머티리얼즈(-9.94%), 이녹스첨단소재(-5.93%), 동진쎄미캠(-7.58%) 등은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최근 상당수 펀드매니저와 고액 자산가들은 셀트리온 3사의 현 주가가 과도한 수준이라고 판단해 조금씩 주식을 팔고 있다. 다만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효과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바이오주 상승 분위기도 이어지고 있어 주가 조정을 받으면 재매수하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신라젠 주가는 지난해 11월22일 종가기준 13만3500원으로 최고가를 찍어 연초(1만3250원) 대비 10배 가까이 상승했는데, 이날 종가 10만3900원으로 20% 정도 하락하는데 그쳤다. 신라젠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분석이 쏟아졌고 직원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해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시장 관측을 빗나갔다.

한 자산운용사 CIO(최고투자책임자)는 "최근 셀트리온 주가가 이익 등 펀더멘털보다는 철저하게 수급 논리에 의해 올랐다"면서 "보유 지분을 일부 매도했다"고 말했다. 

이전상장에 따라 셀트리온이 코스피200에 편입됐을 때 들어올 수 있는 연기금 매수자금이 코스닥에서 제외돼 코스닥 ETF(상장지수펀드)에서 빠질 수 있는 자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판단돼 처분했다고 매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는 동안, 코스닥 지수는 우상향할 것으로 예상돼 정책 흐름에 편승하지 않는다면 철저히 소외될 수 있다"며 "셀트리온 3사 등 코스닥 주요주에 관심을 계속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한 증권사 PB(프라이빗뱅커)는 "오늘 셀트리온 3사 등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내에서 순환매가 도는 모습이 포착됐다"면서 "주가가 단기 급등한 개별 종목 흐름을 쫓아 추격 매수하기보다는 코스닥 ETF를 통해 지수를 사는 전략이 좋아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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