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예외로 비핵화 돌파구 찾는 정부, 北 반응 주목

[the300]정의용·강경화, 미국·유엔에 ‘제재 예외’ 요청…북한, 제재 구멍 노릴수도

최태범 기자 l 2018.07.23 15:20
【뉴욕=AP/뉴시스】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강경화 외교장관이 20일(현지시간) 유엔 한국대표부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2018.7.21.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정부가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남북 협력사업에 대해서는 대북제재를 예외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촘촘한 제재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끈 채찍이었다면, 앞으로 대화의 모멘텀(동력)을 유지하려면 북한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당근'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23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미국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미측 주요 인사들에게 ‘제한적·예외적인 대북제재 적용’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볼턴 보좌관과 만나 비핵화 협상 상황과 한미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정 실장은 남북관계 특수성에 따른 사업들은 대북제재를 예외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강 장관은 뉴욕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공동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대상 브리핑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북한과 대화를 위해서는 제한적인 부분에서 제재 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강 장관은 유엔 브리핑 내용에 대해 “남북사업에 필요한 대북제재의 예외를 인정받기 위한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 전까지 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제사회의 대북기조는 유지하되, 남북 협력사업으로 대화의 활로를 뚫고 북미대화를 견인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 외교라인이 미국과 유엔을 상대로 대북제재 예외를 요청한데 대해 "제재 완화 차원의 접근은 아니다"며 “남북 정상이 합의한 사업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대북제재의 예외를 인정받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은 정부의 ‘당근’ 조치에 비핵화 협상 등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대북제재의 허점을 파고드는데 남측을 활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정부는 북한과 대화의 끈을 이어가면서 남북관계와 비핵화를 선순환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의 싱가포르 발언이나 중국 종업원 문제 등 정부에 불만을 표시하며 비방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센터장은 “북한이 볼 때 남한은 대북제재의 구멍이 될 수 있다”며 “정부는 제재의 틀은 유지하되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예외적인 조치들을 하겠다는 것이지만 북한은 수위를 높여 더 요구할 것이고 남한을 압박해 제재에 구멍을 내려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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