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과 생애 처음 함께 식사…이산가족 감격의 만찬

[the300]이산가족 상봉 첫날 만찬으로 공식 일정 마무리

금강산=공동취재단, 권다희 기자 l 2018.08.20 22:09
【금강산=뉴시스】김진아 기자 = 20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이산가족 단체상봉이 열리고 있다. 2018.08.20. bluesoda@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20일 오후 7시 17분 시작한 이산가족 상봉 환영만찬이 9시19분 끝났다. 단체상봉과 같은 장소인 금강산호텔 2층 연회장에서 열린 이번 만찬으로 상봉 첫째날 일정이 마무리 됐다. 

만찬 메뉴로는 팥소빵, 닭튀기(닭튀김), 밥조개깨장무침, 청포종합냉채, 돼지고기 완자탕, 생선튀기(생선튀김), 소고기 다짐구이, 오곡밥, 얼레지토장국, 수박 등이 나왔다. 금강산 샘물과 사이다, 대동강맥주, 강계포도술공장에서 생산된 인풍술 등도 식탁에 올랐다. 

89명의 남측 이산가족을 포함한 남측 참가자 총 197명과 북측 가족들 185명은 두시간여 전 첫만남인 단체상봉 때보단 다소 긴장이 풀린 듯 화기애애한 이야기 꽃을 피웠다. 

북측 여동생 신금순씨(70)를 만난 신재천씨(남·92)는 같은 테이블에 앉은 다른 가족에게 “생전 처음 밥도 같이 먹는 거”라며 감격스럽다는 듯 말을 건넸다. 

1953년 6월, 20대 중반의 나이에 개성에서 홀로 강화까지 피난을 갔다 지금까지 가족들과 헤어져 살았다. 65년이 흘렀지만 나이 터울 많이 나는 막내 동생의 이름도 선명히 기억했다. 

신씨는 단체상봉 때 갖고 오지 않았던 카메라도 목에 걸고 나타났다. "우리 딸한테 (고모 사진) 보여주려고 사진기도 가져왔어 딸은 생전 고모 소리 해보지를 못했으니까”라고 애뜻한 마음을 전했다. 대화 내내 붙잡은 동생의 손은 놓지 않았다. 

단체 상봉에서 아들 리상철(71)씨를 만나 오열했던 이금섬(92·여)씨도 아들에게 빵을 잘라 건네주며 오순도순 얘기꽃을 피웠다. 아들도 어머니 접시에 떡을 놔주며 어머니가 떡을 잘 드시는지 주의 깊게 살폈고, 어미니도 아들이 뭘 먹는지 서로 챙겼다.

북측의 두 딸 김경실(72), 경영(71)씨를 만난 한신자씨(여·99)는 만찬 자리에 앉자 마자 두 딸의 손을 꼭 잡고 손등에 입을 맞추며 연신 미소를 지었다. “경영아", "경실아" 딸들 이름을 독백하듯 되뇌었다. 

두 딸도 고개를 끄덕이며 어머니 손을 잡았다. 딸들은 고령으로 젓가락질을 힘들어 하는 어머니를 대신해 반찬을 대신 집어 떠먹여 드리기도 했다. 

한신자씨와 함께 온 남측 남동생 김경식씨가 북측 누나 김경실의 머리에 묻은 작은 먼지를 떼어 주며 생전 처음 본 남매도 한결 가까워졌다. 

남측 방문단으로 선정된 이날부터 22일까지 사흘간 6차례, 11시간에 걸쳐 북측 가족들과 만남을 갖는다. 둘째날엔 단체 점심이 아닌 가족별 점심 식사도 처음으로 진행된다. 

24일부터 사흘간은 북측에서 선정된 83명의 이산가족과 그 가족들이 남측 가족들을 같은 일정으로 만난다. 이번 상봉으로 이산가족들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기준 65년만에 재회했다. 

한편 이번 21차 이산가족 상봉은 2015년 10월 후 처음열리는 것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4·27 판문점선언에 따라 개최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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