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악인가" 공정경제법에 부글부글 기업들

[the300][런치리포트-공정경제법 9총사]②"과잉규제, 부작용 크다" 반대 거세…정부 개입 어디까지 해야하나

박종진 기자 l 2019.01.30 04:46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 대화에서 기업인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정부가 추진 중인 공정경제 관련 법안을 반대하는 보수 야당은 기업의 과도한 부담을 이유로 꼽는다. 상법 개정안을 비롯해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상생협력법,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기업 입장에서는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핵심은 경영권 위협 우려다. 정부는 지배구조 개선을 주장하지만 기업들로서는 자칫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어 이를 방어하는데 불필요한 자금과 역량을 써야 한다고 걱정한다.

모든 대기업들이 영향받게 될 상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임이 도입되면 외국계 자본 등이 합세해 감사위원을 세운 뒤 경영 간섭에 나설 수 있다는 식이다.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에 소송을 낼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나 이사 선출에서 1명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는 집중투표제도 경영권 공격에 악용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 역시 상법 개정안의 부작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은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공격으로 홍역을 치르고 여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정권의 국민연금 부당압력 의혹까지 불거지는 등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삼성은 물론 주요 기업들은 모두 상법 개정안 내용에 상당한 반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 대상 확대(공정거래법 개정안)도 논란이 거세다. 총수지분 기준을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 20%로 낮추는 등 입법예고 안대로 하면 규제 대상 기업수는 2018년 기준 231개사에서 607개사로 대폭 늘어난다.

당장 현대차그룹이 타격을 받는다. 물류계열사이자 그룹지배의 핵심 역할을 하는 현대글로비스의 총수일가 지분을 29.9%로 맞춰 그동안 규제를 피해왔기 때문이다. 이를 다시 20% 이하로 낮춘다면 지배력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정 기업의 문제를 넘어 정부 정책 간 충돌이라는 측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적잖다. 정부는 지주회사 정책에서는 자회사 지분율을 강화하고 있는데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오히려 지분 축소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만약 규제에 따라 총수지분을 판다면 주가하락으로 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고 계열사에 판다면 가격을 매기는 과정에서 배임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근본적으로는 경영 효율화를 위한 분사와 내부거래의 경우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활동 영역인데 이를 '사익편취'라는 시각으로 보고 범죄시하는 것에 반대가 많다. 재계는 해외에서 비슷한 입법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근거로 든다.

이밖에 공익법인·금융회사 의결권 제한도 해외에는 없는 우리나라만의 과잉 규제라며 반대가 강한 부분이다. 특히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수단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의결권이라는 사유재산(주식)의 핵심 권리를 제한하는 게 위헌소지마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결국 공정경제 논란의 밑바탕에는 정부의 권한, 민간의 자율성을 어디까지 인정할지가 깔렸다. 법안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정부=선(善), 기업=악(惡)'의 전제가 문제라고 비판한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주주들의 자유로운 결정권이 주식회사의 기본인데 정부가 전지전능하게 개입하려고 한다"며 "집중투표제가 필요한 회사도 있고 그렇지 않은 회사도 있고, 부당한 내부거래가 있을 수 있고 합리적 내부거래가 있을 수도 있는데 무조건 하나의 잣대를 들이대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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