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한달 다시 움직인 북미 정상, 그리고 김정은의 실점

[the300][뷰300]김정은 개성 철수에 트럼프 손짓..출구 찾기 국면

김성휘 기자 l 2019.03.24 18:01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에 참가했다고 11일 보도했다. 2019.03.11.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바다는 고요했다가 갑자기 큰 파도를 만나기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해군사관학교 졸업 및 임관식에서 말했다. 북미 하노이 회담(2월27일)이 '노딜'로 끝난 직후였다. 흔들림 없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행을 강조한 걸로 풀이됐다.

그런데 하노이 노딜 이후 4주, 미국이 새로운 대북 독자제재를 발표하자 북한은 22일 개성의 남북연락사무소에서 철수했다. 문 대통령이 말한 '파도'가 또 한 번 일었고 한반도 정세는 급격히 출렁인다. 

북한 철수의 의미는 첫째 남북관계가 아직도 불가역의 영역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언제든 되돌릴 수 있는 가역의 영역에 있음이 드러났다. 우리로선 자칫 공든 탑이 무너지고, 신화 속 시지프스처럼 같은 돌덩이를 다시 옮겨야 하는 과정을 되풀이할 수도 있다. 북한을 '악마화'해서도, 그렇다고 낙관론에 빠져서도 안된다는 걸 보여준다.

둘째 북한이 절박하다는 사실이다. 대화를 위한 전술이든, 이른바 새로운 길이든 북한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은 건 분명하다. 특히 연락사무소는 남북 정상이 직접 합의, 서명하고 더이상 과거로 돌아가지 말자고 약속한 판문점 선언에 담긴 일이다. 이걸 스스로 흔들었다. 

셋째 아직 방법이 있다는 신호다. 김 위원장의 '흔들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특유의 주목받기 외교(스포트라이트 외교)로 대응했다. 미 재무부의 제재 발표에 뒤이은 "추가 제재를 원치 않는다"는 트윗은 '김정은 달래기'다. 비핵화 협상이 여전히 백악관 집무실의 현안 테이블에 올라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요한 결단은 자신이 내린다는 것을 보여줘 주목도를 다시 높였다. 아울러 북미는 물론, 우리 정부의 부단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웠다.

【워싱턴=신화/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떠나기 전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2019.03.23.

세 가지 의미와 함께 김 위원장의 '실점'을 주목한다. 현대 외교는 톱다운 정상외교만으로 불가능하다. 북한과 같은 나라도 지도자가 결단하려면 인민의 여론과 명분을 중시한다. 선거제 민주주의 국가는 말할 것도 없다. 결국 외교적 목표를 이루자면 상대국 여론과 정치권을 설득해야 하고 이것이 이른바 '공공외교'다.

김 위원장은 한국과 미국 여론에 영향을 주는 공공외교 면에선 북한을 과연 신뢰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들게 만들었다. 한국만 해도 이는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 지지를 허물어뜨릴 수 있다. 보다 적극적인 평화 프로세스에 나서려는 문 대통령의 국정 동력이 상실된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자신의 박사논문을 책으로 낸 '북한의 선군(先軍)외교'(2008)에서 국제사회 악명을 유지하는 악명 유지전략, 강경 위협책으로 상대를 움직이려는 방식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에게 그건 선대의 방식이다. 이걸 답습하는 게 '새로운' 길은 아닐 것이고 그래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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