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세월호 잠수사 '김관홍법' 막은 법사위는 '월권'?

[the300]"현 제도상 월권 단정 어렵지만 상임위 중심주의 어긋나는 관행"

이의진 인턴 기자 l 2019.06.24 07:30

(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민간 잠수사 보상법인 '故 김관홍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4.16 민간잠수사회 회원들과 4.16 연대 회원등이 참석했다. 故 김관홍 잠수사는 세월호 참사 당시 민간잠수사로 헌신했다. 2019.6.1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세월호 참사 당시 헌신했던 민간잠수사의 피해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고(故)김관홍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1년째 계류 중이다. 소관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해 2월 통과했지만, 법사위에 발목을 잡혔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사위의 보류 결정에 “국회법이 정한 체계·자구에 대한 법사위 권한을 넘어서는 월권행위”라며 “당시 문제제기 된 내용도 이미 소관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해결된 것”이라고 했다.

 

[검증대상]

 

1. 법사위에서 문제된 내용은 이미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논의·해결됐다.

2. 법사위의 보류 결정은 국회법이 정한 권한을 넘는 월권행위다.

 

[검증내용]

 

◇ 상임위에서 합의 끝난 사안, 법사위에서 발목?=해당 법안은 지난해 3월 법사위 회의에서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의를 제기한 이후 본회의에 부의되지 못하고 있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윤 의원은 잠수사 사망 및 부상을 두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관련성 △타 지원 법안이 있음 △세월호 침몰과 직접 관련이 없음을 근거로 들었다. 

     

그런데 해당 법안 수혜자인 민간 잠수사들은 참사 당시 여건상 고용계약을 맺지 못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대상자가 아니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2016년 1월 19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수상에서의 수색·구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그러나 이 법으로도 미진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 김관홍법 입법 배경이다. 


19대 337회 6차 안전행정위원회 회의록 중


중복 지원·피해자 인정 여부의 경우 강준석 당시 해양수산부 차관이 상임위 회의에서 이미 문제제기한 내용이다. 이에 농림축산수산해양위원회 여야 위원들은 356회 2차 소위원회에서 ‘그럼에도 민간 잠수사에 보상이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결론짓고 법안을 의결했다. 이 같은 내용은 농해수위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 나와 있다.



20대 356회 2차 해양수산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 중


◇체계·자구 심사…국회법 규정 없지만 법사위 심사가 '관행'=
국회법 37조와 86조에 따르면 법사위는 상임위에서 넘어온 법안의 체계·자구를 심사한다. 그런데 국회법에서는 체계·자구 심사의 구체적 내용 규정이 없다. 


법사위에서 발간한 ‘19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편람’에서는 “법률안의 내용이 타법과 상충·저촉이 될 때” 법안 내용 심사가 가능하다고 기술한다. 이에 따르면 “해당 조문이 법률안 입법취지에 부합하는지”, “다른 법률과의 관계에서 모순, 중복인 부분이 없는지” 등이 심사 기준이다. 


실제로 윤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당시 산재보험법과 겹치는 부분이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다수 정치· 법학자들도 이는 형식상 타 보상법과의 관계를 따진 것이기에 심사 기준에 부합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했다.

 

◇법사위 심사 길어지면…'위원회 중심주의' 위배 우려도=법사위에서 체계·자구 심사가 관행적으로 이뤄진다고는 하지만, 이를 핑계로 법안이 몇 년씩 법사위에 계류되는 행태는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실상 법안의 생명을 법사위가 쥐고 흔드는 '옥상옥'이 돼 국회 '상임위 중심주의'를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서복경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법사위가 상임위 논의 과정을 파악하지 못해 문제가 생겨도 시비를 가릴 규정이나 제3의 기관이 없다”며 “이런 경우 법사위 위원 자신이 유권 해석 주체가 돼 법사위 말이 법이 됐던 것이 관행이자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19대 국회에서는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 등이 법사위에서 심사 명목으로 상임위 합의안을 수정해 해당 상임위의 반발을 산 적이 있다.

 

서 교수는 이번 사안을 두고 법안심사 시 전문성을 살리자는 취지의 ‘위원회 중심주의’에 어긋난 사례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법사위 위원들은 전문 분야와 관계없이 상임위에서 올라오는 법안들을 모두 심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모든 법안의 진행사항을 파악하는 게 불가능하다보니 재논의를 명목으로 묵혀두는 경우가 생긴다”고 했다. 

 

법사위의 법안 계류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있어 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17년 보고서에서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된다. 여전히 필요한 제도인지 검토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8년 국회의장 산하 국회운영 제도 개선 자문위원회 역시 법사위 대신 소관 상임위원회가 전문성과 책임성을 가지고 심사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검증결과]

 

법안 논의 과정을 살펴보면 "법사위에서 문제제기 된 내용은 소관 상임위에서 논의가 끝난 것"이라는 박 의원의 발언은 사실이다.

 

다만 "법사위의 보류 결정이 국회법이 정한 권한을 넘는 것”이라는 박 의원의 발언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법사위는 타 법과의 저촉 여부를 심사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 운용이 위원회 중심주의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더 크다. 체계·자구 심사를 넘어 법안의 '생사여탈권'까지 법사위가 쥐고 있다는 점은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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