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상산고 '+9.61'에서 '-0.39' 로…누가 '룰'을 흔들었나

[the300]올해 평가대상 자사고 24개중 유일한 80점 커트라인…상산고 측 "형평성 어긋나"

김하늬 기자, 김평화 기자, 한지연 기자 l 2019.06.25 15:34
(전주=뉴스1) 문요한 기자 =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24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교육청에서 취임 1주년 출입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 교육감은 이 자리에서 최근 논란인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 대해 "문제가 없다. 상산고에 대한 평가는 엄격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서 실시됐다"고 밝혔다.2019.6.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 상산고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철회 논란은 '게임의 룰'이 '자의적'으로 바뀐것 아니냐는 의혹에서 시작한다. 자사고 평가 기준이 지역과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면 형평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상산고는 79.61점을 받았다. 교육부가 제시한 기준점수 70점에 적용하면 9.61점을 더 받아 안정적으로 자사고 재지정이 될 수 있는 점수다.

하지만 전북교육청은 재지정 커트라인을 80점으로 올렸다.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인 전국 24개 자사고 가운데 상산고를 제외한 나머지 23개 학교의 커트라인은 70점 그대로다. 그 결과 상산고만 순식간에 '마이너스 0.39점'으로 일반고 전환에 몰린 배경이다.

◇전북만 80점 만점…의도적 '룰' 바꾸기?= 전북교육청은 자사고 재지정 평가 기준을 다른 시도보다 10점 높은 80점으로 책정했다. 상산고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다.

'상산고 사태' 이후 줄줄이 발표된 전남 광양제철고, 경북 포항제철고와 김천고, 울산 현대청운고는 커트라인(70점)을 넘겨 지정 기간 연장이 확정됐다. 이중 포항제철고는 83.6점, 김천고는 78.2점이다. 구체적인 점수를 공개하지 않은 광양제철고는 80점대 초반, 현대 청운고는 70점대 반으로 알려졌다.

상산고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김천고가 자사고로 재지정되자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올해 가장 많은 13개 자사고를 평가한 서울교육청을 비롯해 강원(민족사관고등학교), 인천(인천포스코고), 부산(해운대고), 대구(계성고), 충남(북일고) 등에서도 70점대 점수를 받는 학교가 다수 나올 전망이라 '상산고 논란'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승환 전북교육감의 입장은 확고하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3연임에 성공한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선거 당시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 교육감은 지난해 12월 확대간부회의에서 "교육부가 자사고 재지정 기준 점수를 60점 이상에서 70점 이상으로 높였지만, 전북은 재지정 기준 점수를 80점 이상으로 정했다. 대통령 공약은 자사고 폐지인데, 그렇다면 교육부의 정책도 자사고 폐지로 방향이 맞춰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 바 있다.

(전주=뉴스1) 문요한 기자 = 24일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평가에서 0.31점 차이로 탈락한 전북 전주시 상산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정문으로 출입하고 있다. 한편 이날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연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 대해 "문제가 없다. 상산고에 대한 평가는 엄격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서 실시됐다"고 밝혔다.2019.6.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교육감의 '재량' vs '권한남용= 자사고 평가 권한은 교육감이 갖는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교육감은 5년마다 학교 성과를 평가해 지정 유지여부를 결정한다. 전국 고교 평가의 통일성을 위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표준안을 만들었다. 100점 만점 중 88점이 여기에 해당한다. 나머지 12점은 교육감 재량 평가다.

전북 교육감은 평가 항목과 배점을 바꿨다. 직전 평가인 2014년 평가 항목이 주로 재정과 시설, 교원 등이 중심이었다. 교육감들은 5년만에 학교 운영과 교육과정 항목에 배점을 높였다.

가장 큰 논란은 '사회통합대상자' 배점이다. 5년 전 2점에서 올해 14점으로 대폭 늘렸다. 사회통합전형은 일정 비율을 기초생활수급권자, 차상위계층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뽑는 제도다. 전북교육청은 올해 상산고의 사회통합전형 입항생이 정원의 10%에 미달한다며 4점 만점에 1.6점을 줬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부칙에 따르면 상산고는 사회통합전형 선발의무 적용 대상이 아니다. 떄문에 전북교육감의 '자의적' 기준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상산고와 동일한 형태의 자사고인 민족사관고, 현대청운고, 포항제철고, 광양제철고가 있는 강원·울산·경북·전남교육청은 사회통합전형 선발 의무가 없는 점을 감안해 정성평가로 바꾸고 충원 노력, 학교의 처지 등을 고려했다. 실제 현대청운고는 같은 항목의 정성평가로 3.2점을 받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자립형사립고로 출발해 자사고로 전환한 다른 학교가 있는 교육청에서는 이 지표를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로 하기로 했다고 지적했다.
유은혜 부총리겸 교육부 장관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교육부, 상산고 지정취소요청에 동의 여부에 '촉각'= 김 전북교육감이 지정·운영위의 심의 결과를 토대로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 여부를 결정한다. 7월 초 청문을 실시하고 같은 달 중순 유은혜 교육부 장관에게 지정 취소 동의를 요청하는 수순이다.

이 과정에서 유 장관은 교육부의 권고 커트라인(70점)을 적용한 재지정 평가에서 커트라인이 달라 탈락한 상산고의 상황이 적절한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만일 유 장관이 자사고 재지정 취소에 동의하면 8월 초 고입전형기본계획을 수정하고 9월 중순경 2020년도 평준화 일반고 전형요강에 공고한다.

논란이 커질수록 유 부총리의 고민도 깊어진다. 자사고 폐지와 일반고 전환은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다. 지정취소에 동의할 경우 상산고를 비롯한 학부모들과 소송전이 불가피하다. 총선을 앞둔 시점 호남 민심 악화로 이어질 경우 정부여당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당정청 협의에서 조정식 정책위의장,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김해영 최고위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03.12. since1999@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해영 민주당 의원은 "지정 목적에 맞지 않게 운영되는 자사고는 일반고 황폐화의 원인 중 하나이므로 지정을 취소하는게 정당하다"면서도 "재지정 평가 절차는 평가 기준 점수와 항목, 과정 등이 적법성과 정당성을 준수하면서 교육감의 재량권의 범위 내에서 이뤄졌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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