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달라졌다? 용산 사령탑, '늘공→어공' 왜 바꿨나

[the300]

박종진, 안채원 l 2024.04.22 17:55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정무직 인선 결과를 발표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4.22/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3년 차를 맞아 22일 정진석 비서실장 체제를 선택함으로써 국정운영 방식 변화에 시동을 걸었다. 윤 대통령의 이날 표현대로 정부 출범 이후 2년간 '설계'와 '디자인'에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현실화'에 주력하겠다는 취지다. 그 방법은 소통 강화다. 정부가 나아갈 방향은 잡아놨으니 국민을 설득하고 야당의 협조를 받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얘기다.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에서는 흔히 국정을 항공모함에 비유해왔다. 거대한 배의 잘못된 방향을 돌리기 위해서는 힘들고 긴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였다. 경제에서부터 외교안보 노선까지 거의 모든 정책을 전임 문재인 정부와 정반대로 바꾸는 과정이었다. 건전재정 확립과 구조개혁, 한미일 중심의 외교 드라이브 등으로 지난 2년은 숨 가빴다.



2년간 정책 대전환 드라이브→남은 3년, '소통 통한 현실화'에 방점


윤 대통령의 의지는 넘쳤고 참모들은 수습하기가 벅찼다. 김대기, 이관섭 비서실장으로 상징되는 대통령실 내 정통 관료 출신들은 국정 실무에 밝았고 추진력도 있었지만 어공(정치인 등 비관료 출신 공무원)이 채울 수 있는 자리까지 감당하기는 어려웠다.

용산에서 실력과 충직함을 갖춘 어공의 역할은 늘 숙제였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정치 선언 단 8개월 만에 대권을 거머쥔 대통령이기에 정치적으로 빚진 사람이 별로 없었다는 건 장점이 될 수 있었지만 동시에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오며 국정을 고민해온 핵심 측근들도 존재할 수 없었다는 점이 정무적으로는 한계였다"고 밝혔다.

정책 추진의 마디마디마다 당정, 국민과 여야 사이에서 관절·윤활유 역할을 해줘야 할 어공이 항상 아쉬웠다. 어느 순간 소통은 일방적으로 흐르기 시작했고 그 결과는 4.10 총선 참패로 이어졌다.

5선 의원 출신의 정진석 신임 비서실장과 수도권 재선 의원을 역임한 홍철호 신임 정무수석은 이런 시행착오 끝에 책임을 맡았다. 인천에서 5선 고지에 오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정치 대통령'을 표방한 이상 정무형 비서실장이 필요할 테고 그런 면에서 낙점이 이뤄지지 않았나"라고 했다.

물론 기존 정책방향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말은 아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어느 정도 우리가 나가야될 방향, 정책, 이런 것들은 세워져 있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고칠 건 고치고"라고도 했지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밑바탕은 굳건히 다져간다는 방침이다.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진석 신임 비서실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4.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전신



'정진석 사령탑' 당면 과제 ①용산 정치 재정비 ②국회와 긴밀한 조율


신임 비서실장의 당면 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총선 패배로 어수선한 대통령실을 포함한 정부의 분위기를 바로잡고 야당 등과 실질적 조율을 본격화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내부 장악력에는 강점이 있다. 현 정부의 첫 정치인 출신 비서실장으로서 정권 탄생에 지분이 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윤 대통령에게 일찌감치 정치 출마를 권유했던 '고향(충남 공주) 친구'였고 당내 중진으로서 이후 대선 과정과 정권 초기에 든든한 뒷받침을 해왔다.

정권 출범에 기여한 5선 출신 비서실장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최근 논란이 됐던 '양정철 비서실장·박영선 총리설'과 대국민 담화 혼선 등 연이은 메시지와 일정 관련 난맥상을 정리하고 용산의 정치 기능을 재정비할 힘과 역량이 있다는 뜻이다.

야당과 소통에서도 긴밀한 움직임이 예상된다. 당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영수회담을 전후해 국무총리를 비롯한 개각은 물론 야당이 강행 처리를 벼르고 있는 각종 특검법과 쟁점 법안 등을 놓고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는 주요 현안마다 물밑에서 국회와 발 빠르게 소통하고 협상하는 비서실장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언론 등과 소통에서도 변화가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2022년 11월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문답)이 중단된 이후 17개월 동안 단 한 번도 국내 현안과 관련해 공개 장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지만 이날은 하루에만 오전, 오후 두 번에 걸쳐 인선 브리핑을 직접 하고 질문도 받았다.

대통령비서실 사령탑이 새로 바뀐 만큼 5월을 기점으로 다양한 소통방식이 도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정부에서는 시행됐으나 현 정부에서는 하지 않았던 언론사 편집국장·보도국장 등과 회동, 취임 2주년(5월10일) 기자회견 등이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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