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전문직 감평사', 4분의1은 월소득 200만원

[the300] ['士'자의 운명 쥔 법안들 ②-3 감정평가사]연봉 8400만원, 고시 수준 국가고시 패스해야

지영호 기자 l 2014.06.12 07:17

부동산 가격공시, 담보 감정평가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감정평가사를 제도화하는 법이 속속 발의되고 있어 감정평가사란 직업에 세간의 관심이 모아진다.

 

국내 10대 전문직 중 하나인 감정평가사는 소득으로 보자면 '턱걸이 전문직'이다. 평균연봉 8400만원으로 전문직 중 바닥권이다.

 

지난해 이낙연 전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9대 전문직(2012년부터 전문직으로 포함된 노무사는 제외)의 2012년 소득자료를 보면 전문직 연평균 소득은 4억6000만원으로 나타났다.

 

변리사의 연봉은 6억300만원, 의사 등 의료사업자는 5억6000만원, 변호사는 4억2200만원인 반면 감정평가사는 8400만원으로 꼴찌였다.

 

업계 내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연 2400만원(월 200만원) 이하로 소득을 신고한 이가 24.7%나 된다. 건축사(25.0%)에 이어 두 번째로 빈곤한 전문직 종사자 비율이 높다.


세금 납부를 피하려고 소득을 축소 신고했다는 평가가 많아 신고소득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비판이 있지만 소득이 예년같지 않다는 것이 감정평가업계의 판단이다. 부동산의 경제적 가치를 판단하는 업무가 주를 이루다 보니 침체된 부동산 경기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해석이다. 통상 감정평가사로 첫 발을 내딛는 동안에는 일반 기업체 수준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정평가사가로 활동하려면 정부가 주관하는 전문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국가전문자격시험업계에 따르면 감정평가사 문턱은 높은 편이다. 통상 3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1차 시험을 통과하더라도 다시 약 7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지난해 9월 진행된 감정평가사 2차 시험(1차 면제자 포함)에 1467명 응시해 209명이 합격했다. 합격률은 14.25%였다.

합격한 뒤에는 개인사업자의 길을 걷거나 법인에 소속돼 일을 할 수 있다. 한국감정원이나 LH공사 등 국가기관에 취업할 수 있는 길도 생긴다.

감정평가결과가 매매의 기준으로 쓰이다보니 매수자와 매도자의 이해관계에 휘둘리기 쉬운 것은 한계다. 사건 의뢰인의 요구에서 독립돼 공정한 평가를 내리기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게 업계의 솔직한 심정이다.

 

현재 5880억원 규모의 감정평가 시장은 감정원과 민간 감정평가법인 및 개인사무소로 양분돼 있다. 감정원이 민간영역의 평가업무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타당성 조사 등 감정평가 감독 권한을 쥔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감정평가협회 관계자는 "감정원이 감정평가업무를 포기하려면 계약직 포함 1000명을 해고해야 한다"며 "감정원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여서 감정평가업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이 감정평가사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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