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 평균 1.5회…국회의원 출판기념회 "빈익빈 부익부"

[the300-국회의원 출판기념회 해부③]"실제론 대부분 수익 몇천만원 수준..세력과시 필요성도"

지영호 기자 l 2014.08.18 16:47



‘1000여명의 여당 지지자들에게 박수받는 야당 의원. 여당 의원 등장에 줄서서 인사하는 야당 의원.’

세월호 특별법 같은 현안을 놓고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이 격돌하는 여당과 야당이지만, 국회의원 ‘출판기념회’에서만은 하나가 된다.

 
'돈'과 '세 과시'가 절실한 동병상련 처지의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기꺼이 ‘얼굴마담 품앗이’를 감수한다.

국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국회 내에서 출판기념회가 열린 횟수는 모두 96회다. 선거일인 6월4일 이후 20회나 집중됐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출판기념회가 금지된 선거 전 90일을 제외하면 주당 1.47회 꼴이다. 거의 매주 한 두번 어디선가는 출판기념회가 열리는 셈이다.


◇부익부 빈익빈…적자나는 경우도 있어

 

선거관리위원회의 규제를 받지 않는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법상 모금한도액이 설정된 '정치자금'에 속하지 않는, 사실상의 ‘가욋돈’이자 비자금이다.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국회의원이 출판기념회를 통해 거금을 거둬들이는 것은 아니다. 소위 '끝발있다'고 평가받는 중진급 의원의 경우라 해도 5억원 이상 모금한 예는 흔치 않다. 오히려 요즘은 ‘밑지는 장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3선 이상 국회의원도 출판기념회 수입이 1억원 안팎이고 초선 의원의 경우 적자를 보기도 한다”며 “출판기념회가 정치자금을 편법으로 모으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것은 일부 사례에 국한된 얘기”라고 전했다.

실제 국회의원의 출판기념회를 통한 수익금은 얼마나 될까.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변동사항을 통해 출판기념회 수익금을 유추할 수 있다. 이 의원은 두 권의 책을 출간하면서 가진 출판기념회에서 각각 5000만원과 3500만원을 신고했다. 19대 국회에서 출판기념회 수익을 제대로 밝힌 국회의원은 이 의원이 유일하다.

18대 여당 국회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A씨는 "출판기념회를 열면 억대의 수익금이 들어온다고 기대했지만 실제 모금액은 7000만원대에 그쳤다"며 "초선 의원이긴 했지만 당내 한 자리를 꿰차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외부에 알려진 것처럼 액수는 크지 않다. 부익부 빈익빈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고 말했다.

◇돈보단 참석을…출판기념회 제1목적은 '세 과시'

 

국회 보좌진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의원들이 출판기념회를 여는 또 하나의 목적은 ‘세 과시’이다.  피감기관과 유관기업, 동료의원에 보여주는 일종의 전시사업 이벤트다. 참석자 수를 의원의 영향력 판단 기준으로 삼는 풍토 때문이다.

 

외부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국회 내 세력 과시용의 상징물인 화환의 숫자는 다소 줄었다.
한 대기업 대관업무 담당자는 “화환이라도 보내드리겠다고 해도 한사코 거절하는 곳이 적지 않다”며 “보좌진과 현장에서 축하인사를 건네는 것이 관계 유지에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상당수 국회의원은 지역구 지지자들과 당원들을 동원해 ‘자리 채우기’ 행태에 집착한다. 보좌진이 국정감사에 버금갈 만큼 눈코뜰 새 없이 바쁜 시기도 이 때다. 조직과 관계기관, 지인들을 상대로 보좌진에게 할당이 떨어지기도 한다. 보좌진의 해임 권한을 쥐고 있는 의원에게 밉보이지 않기 위해선 동원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야당의 한 중진의원 관계자는 "관심을 먹고 사는 게 국회의원이다보니 출판기념회 인력동원은 보좌진의 의무가 됐다"며 "세 과시가 정치활동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자칫 실속을 잃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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