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350만 국민 뜻', 유명무실 청원제도 탓 휴지조각으로

[the300][실종된 국민청원권①] 세월호특별법 제정 국회청원, 심사 한번도 안 열려

하세린 기자 l 2014.07.22 17:57
(서울=뉴스1)박세연 기자 =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특별법 제정과 진실규명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9일째 이어가고 있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링거주사를 맞고 있다. 2014.7.22/뉴스1


세월호 참사로 열여섯살 난 딸을 가슴에 묻는 김병권씨는 지난 9일 국회에 청원안을 냈다. '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란 이름의 청원안이다.

김씨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두달간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모은 350만1266명의 청원 서명용지를 416개의 특별한 상자에 담아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지난 14일 전달했다. 청원안에 대해 350만 국민이 공감한다는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공기관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이면 어떠한 내용이든 청원할 권리가 있다. 청원권에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같이 법률·명령·규칙의 제정·개정 또는 폐지에 관한 건의도 물론 포함된다.

그러나 22일 국회에 따르면 세월호 특별법에 관한 청원안을 심사해야 할 관련 상임위원회의 청원심사소위원회는 지난 9일부터 6월 임시국회가 끝난 17일까지 단 한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해당 청원안이 소관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관련위인 법제사법위원회, 안전행위원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같은 날 회부됐을 뿐이다.

농해수위는 후반기 원 구성 후 아직까지 소위 구성조차 하지 않았다. 청원심사소위 역시 청원을 심사해야 할 위원들은 오리무중이다. 청원심사소위가 열리지 못하니 청원안이 논의될 리가 없다.

물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국회 차원의 '세월호 사건 조사 및 보상에 관한 조속 입법 태스크포스(TF)'가 가동돼 논의 중이다. 문제는 여기서 다뤄지는 세월호 특별법은 여야 국회의원들 간의 논의로 그친다는 점이다. 유가족이나 국민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고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막혀있다. 이러다 보니 각종 오해와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유가족들은 350만명의 국민 서명을 받아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호소했는데도 정치권이 갖가지 핑계를 대며 특별법 제정을 지연하고 있다며 가슴을 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을 정식 청원심사소위에서 다뤘더라도 국민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됐을지는 미지수다. 청원심사소위 위원들은 '필요한 경우 청원인 등으로부터 진술을 들을 수 있'(국회청원심사규칙 제10조제1항)지만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이번 TF 논의에서처럼 가족들의 참여를 배제할 수 있다.




청원심사소위 자체가 유명무실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17대 국회에서는 총 432건의 청원이 접수돼 116건만 처리됐으며 채택된 것은 단 4건에 불과하다. 18대 국회에서는 272건 중 69건이 처리되고 3건이 채택됐고, 19대에선 현재까지 142건 접수 중 25건 처리, 2건 채택에 그치고 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청원소위는 법안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을 검토하는 수준이어서 소위가 활성화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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