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끝나자 마자"··낙하산·요금인상 해치우는 정부

[the300]수공 '납피아' 인사, 고속도로 통행료, 대중교통요금 인상 등

이상배, 김진형, 김희정, 지영호, 신현우 기자 l 2014.10.20 05:37


7일 시작된 국정감사가 반환점을 돌며 주요 기관에 대한 감사가 일단락되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이 그동안 뒤로 미뤄뒀던 민감한 현안들을 잇따라 '처리'하고 있다.

국감이라는 '소나기'가 지나가자 기다렸다는 듯 낙하산 인사, 공공요금 인상 등에 나서는 행태를 막기 위해서는 '상시국감' 등 국회가 행정부를 상시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국회와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수자원공사 국감 다음날인 14일 수공의 납품업체 사장인 최모씨를 수공의 신임 감사로 임명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도와 충남도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최씨는 16일 대전 수공 본사로 출근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6일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한 국감에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게 "수공에 녹조제거 관련 납품을 하던 사람을 '보은인사'를 위해 감사로 뒤바꿔도 되느냐"고 따져물었지만 최 부총리는 "자료를 확인 못했다"며 넘어갔다.

그동안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 계획이 없다던 국토교통부는 지난 13일 감사가 끝나자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 작업에 나섰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률은 물가상승 등을 고려해 5% 수준이 적절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기재부와 협상해야 하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내 인상률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회 국토위 소속 김상희 새정치연합 의원이 입수한 기재부 내부 문서에 따르면 국토부는 도로건설 증가와 요금동결 등에 따라 악화된 재무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기재부 등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4.9% 인상하는 방안을 요청했다.

14일 서울시에 대한 감사가 끝난 가운데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의 대중교통 요금 인상도 본격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로 이뤄진 수도권 3대 시·도 협의체는 현재 버스·지하철 요금인상안을 놓고 실무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인천시는 내년부터 지하철 요금을 200원 인상하는 안을 검토 중이고, 서울시 역시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경기도는 현행 2000원인 광역버스 요금을 266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놓고 실태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서울시는 또 석촌 지하차도 동공 종합대책으로 2018년까지 연간 하수관로 보강 구간을 매년 2배로 늘리기로 한 가운데 예산 확보를 위해 하수도요금을 인상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국감 기간만 피하자'는 식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상시국감'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삼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치입법팀장은 "국회 상임위별로 연중 상시로 일정을 정해 국감을 할 필요가 있다"며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 국감을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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