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21 기술탈취 의혹에 1조까지 떼였다…인니 요구, 사실상 수용

[the300] 인니 기술진 약 200명, 8년간 전투기 설계 기술 등 배워

김인한 l 2024.05.08 13:28
정부가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개발 분담금 1조원을 덜 내겠다는 요구를 사실상 수용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2023 항공우주방위산업전시회(ADEX) 개막식에서 KF-21이 날아오르는 모습. / 사진=뉴스1


정부가 최근 인도네시아로부터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의 개발 분담금을 1조원 덜 내고 기술이전도 덜 받겠다는 제안을 사실상 수용했다. 인도네시아는 2016년부터 한국에 자국 기술진 약 200명을 파견해 KF-21 기술을 습득했지만 최근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개발 분담금 1조6000억원 가운데 6000억원만 납부하겠다고 통보해 온 상태다.

노지만 방위사업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은 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KF-21 개발 분담금 규모를 사업 종료시점인 2026년까지 인도네시아 측이 납부 가능한 6000억원으로 조정을 추진한다"면서 "분담금 규모에 맞춰 인도네시아 측으로 기술이전 가치 등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단장은 "체계 개발 시기와 전력화 임박 시점에서 인도네시아 측의 분담금 미납이 지속될 경우 개발 일정과 KF-21 사업 전력화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며 "부족한 재원 1조원 중 약 5000억원은 공정 효율화 등으로 예산을 절감할 수 있고 정부와 업체의 노력을 통해 확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방사청 고위 관계자도 이날 "인도네시아는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서 방산과 경제 분야 주요 협력국으로, 잠수함 등의 방산 수출 사례가 있다"며 "KF-21의 공동개발 중단도 가능하나 향후 예상되는 방산 수출과 양국 협력관계 등 국익을 고려해 공동개발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니, KF-21 기술 먹튀 논란



KF-21 사업은 2015년부터 2026년까지 총 8조8000억원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이다. 인도네시아는 2016년 1월 우리 정부와 협의해 KF-21의 총 개발비 8조8000억원 가운데 1조7000억원(개발비 20%)을 부담하기로 했다가 KF-21 총 개발비 하향 조정으로 1조6000억원을 분담하기로 했다.

당시 인도네시아는 2026년까지 1조6000억원을 납부하는 조건으로 전투기 시제기 1대 제공, 각종 기술이전은 물론 전투기 48대의 인도네시아 현지 생산을 요구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분담금 지급을 중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까지 납부한 금액은 약 3800억원이다. 나머지 2200억원만 더 내고 거래를 마치겠다는 게 인도네시아 정부의 현재 입장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2016년부터 현재까지 약 200명의 기술진을 우리나라에 보내 KF-21 설계 자료 등 핵심 기술을 습득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월17일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파견돼 근무하던 인도네시아 기술진이 KF-21 관련 내부 자료가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를 가지고 나가려다 적발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KF-21 기술을 빼낸 인도네시아 측이 분담금을 내지 않고 '먹튀'(먹고 튀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인도네시아 개발 분담금. /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인니에 휘둘리는 방사청?



방사청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로부터 '인도네시아 정부 측의 입장을 수용하는 것으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을 받고 "저희 입장에선 인도네시아가 한 푼도 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3000억원 이상을 받은 것"이라며 "저희는 국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인도네시아는 밀린 분담금을 팜유와 같은 현물로 내겠다거나 납부기한을 2034년까지 8년 연장해주면 분담금 1조6000억원을 완납하겠다고 제안했다. 내년부터 2034년까지 매년 1000억원 규모로 납부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부는 사업 종료시점인 2026년까지 분담금 납부 준수가 필요하다고 통보했고 인도네시아 측이 2026년까진 약 6000억원만 낼 수 있다고 알려왔다. 정부가 사실상 관련 제안을 수용했지만 향후 협상에서 분담금 6000억원 중 미납금 2200억원도 못 받을 수 있다.

방사청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로부터 '인도네시아가 2026년까지 6000억원만 내겠다는 불확실성과 2034년까지 총 1조6000억원을 내겠다는 불확실성은 같은 게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그 계약(2034년까지 1조6000억원 완납)을 통째로 받는다는 건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은행들이 (2026년 전까지 개발 자금 대출을) 못 해준다고 해서 물리적으로 안 된 부분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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