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연구소도 김영란법 적용…'공공·유관' 1천곳 어디?

[the300][런치리포트:김영란법 통과이후1](종합)

진상현 김성휘 김태은 기자, 남영희 인턴기자,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l 2015.03.18 09:53

김영란법 적용대상 공공기관과 공직유관단체 종류/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 경남 남해군 이동면의 재단법인 남해마늘연구소.

마늘로 유명한 이 지역에 기획재정부(옛 재정경제부) 지원으로 설립됐다. 소장 포함 임직원은 18명이지만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다. 중앙행정기관이나 지자체장이 임원을 임명하거나 추천·승인권을 갖는 '공직유관단체'에 속하기 때문이다. 남해군수가 법인 이사장이다.

 
# 춘천시 사농동 춘천시니어클럽. 불교 천태종의 사회복지법인으로 생태숲 설명가 양성, 유기농 농장 운영 등이 주업무다. 규모는 마늘연구소보다 작아 관장과 사무원 포함 13명에 불과하다. 순수 민간인 것 같지만 2002년 보건복지부가 노인일자리 창출기관으로 지정한 공직유관단체다.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이 공직자나 공무원을 기본 대상으로 삼았지만 사실상 민간으로 볼 수 있는 기관·단체 종사자도 대상이다. 중앙부처 고위공무원이나 국회의원이 아니라도 생활 곳곳에서 마주치는 이들이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도 당사자도 이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알쏭달쏭 김영란법 대상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2014년 집계에 2015년 변동분을 반영한 결과 김영란법 적용을 받게 될 공공기관은 17일 현재 300곳, 공직유관단체도 942곳에 이른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공직유관단체 범위에 포함된다. 중복을 포함하면 대략 1000개의 공공기관 및 공직유관단체가 김영란법 적용대상이다. 해당인원은 35만명 가량이다. 
법률상 지원·보조금을 받거나 지자체장이 인사권을 갖는 기관이 자동으로 포함된 결과다. 넓은 범위의 '공직자'인 셈이다. 헌법기관·중앙행정부처·지방자치단체·언론·공립 및 사립학교와 별개다.

공공기관은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으로 나뉜다. 공기업은 다시 시장형과 준시장형, 준정부기관은 기금관리형과 위탁집행형으로 구분한다. 가스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이 시장형 공기업이며 한국마사회, 대한석탄공사 등이 준시장형 공기업이다.

공공기관은 대개 명칭으로 민간이 아니란 것을 구별할 수 있다. 공직유관단체는 사정이 다르다. 민간 사단법인·재단법인이라도 정부의 출자·출연·보조를 받거나 그 밖에 정부 업무를 위탁 받으면 공직유관단체이다. 일반 상식으로는 '공직유관'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곳도 있다.

출자출연보조기관으로는 남해마늘연구소, 춘천시니어클럽 외 재향군인회, 대한노인회, 제주 4.3 평화재단, 벡스코(부산) 엑스코(대구) 킨텍스(일산) 등 컨벤션기관, 명량대첩기념사업회, 강진군민장학재단, 완도전복주식회사, 재단법인 장보고장학회, 산청한방약초연구소 등이 해당한다. 업무위탁 기관으로 농협중앙회가 있다. 지방공사나 공단으로는 남산공영주차장을 운영하는 서울시 중구시설관리공단, 광주광역시의 김대중컨벤션센터도 포함된다. 재출자·재출연 기관으로 철도 테마파크인 하이원추추파크 등이 있다.

소규모 단체, 담당관 운영여력도 없어


이 가운데 남해마늘연구소와 춘천시니어클럽은 언론을 적용대상에 포함하는 데 계기를 제공했다. 여야 정무위원들이 "크고작은 지역단체보다 영향력이 큰 언론을 배제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형평에서 맞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이들 기관을 예로 들었다.

이처럼 작은 기관들이 덩치가 큰 정부부처나 대형 공공기관처럼 김영란법에서 요구하는 업무를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도 논란이다. 김영란법 제20조는 기관별로 직원의 부정청탁·금품수수를 관리할 담당관을 두도록 규정했지만 임직원 10~20명인 곳이 직원을 따로 두기도 쉽지 않다. 이런 기관은 지금도 인사나 총무 담당자가 직원윤리 업무를 겸하는 경우가 많다.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기관규모에 따라 김영란법 담당관을 신설할 수도, 기존의 윤리·인사 담당자가 업무를 겸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처럼 구체적 사안은 상세한 매뉴얼에 담고 이를 알리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영란 우려 "국회의원 브로커화"…'민원과 청탁사이'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일부 후퇴로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들의 브로커화" 가능성을 우려하자 국회 안팎에서 논란이 뜨겁다. 선출직 공직자들의 제3자 고충민원 전달이 처벌대상에서 빠지면 이권청탁이나 인사청탁 등의 부정청탁을 용인하게 될 것이란 주장에 대해서다.

국회의원들은 민원 처리라고 하지만 국민들 눈에는 권력자에 대한 부정청탁과 권한남용으로 비칠 수 있는 모호한 기준이 문제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의원 지역구 사무실은 물론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국회의원 본인에게도 갖가지 민원이 쏟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의원실은 업무의 80%가 민원 처리라고 토로하기도 한다.

민원 처리를 입법부 기구인 국회의원의 업무로 보는 것이 타당한지는 논외로 두더라도 과연 국회의원이 정당한 절차로 해결해 줄 수 있는 민원인지 의심스러운 민원도 다수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가장 많이 받는 민원은 군입대 자녀의 부대 배치 문제다. 군 장성들에 대한 '갑'의 위치를 이용한 일종의 국회의원 '빽'인 셈인데 대가성이 없다해도 결코 바람직한 민원처리로 볼 수 없다.

국회의원실에서 지역 건설사 등의 입찰 자료가 들어있는 서류 봉투를 보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다. 공사를 발주한 정부부처나 공기업에 전화 한번 넣어달라는 요청이 남긴 흔적이다. 지역 경제를 위한다는 핑계를 대지만 엄연히 법안과 예산 등으로 해당 관청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국회의원의 권한을 남용할 가능성이 큰, 일상적 민원 처리 범주에서 벗어난다.

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국회의원에게 직접 연락이 오는 민원은 통상 정상적인 절차로는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결국 국회의원의 권력을 이용해 음성적으로 해결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대다수의 국회의원들이 이와 같은 비정상적인 민원 해결을 지역구 관리 혹은 재선을 대비한 표관리로 치부해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대가성이 없으니 부정청탁이 아니라는 정서도 만연돼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를 당연시하는 풍조가 국민을 대변하고 국가의 이익을 도모해야 하는 국회의 본래 기능을 훼손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회의원들이 민원이 얽혀있는 지역 사업에 국회의 권한을 남용하고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무감각해지기 때문이다.

대가성이 드러나지 않을 뿐 사실상 금전적 로비로 볼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정치 후원금을 낸 개인이나 단체에 의한 청탁성 민원이다. 정치 후원금은 정치자금법 상 투명성이 보장된 반면 부정청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차단하지는 못한다.

상당수의 국회의원들이 고액 후원자 혹은 후원단체의 민원성 청탁에 직간접적으로 압박을 받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법(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의 표결 결과도 이러한 '압박'이 작용했다는 관측도 있다.

반대표를 던진 국회의원의 고액 후원금 납부 명단에는 보육교사가 포함돼 있다. 후원금 내역이 법안 표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이를 공개적으로 소명할 수 있도록 하든가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규정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또다른 국회의원은 "여론의 따가운 시선에도 기권이나 불참이 아닌 반대표를 던졌다는 것은 본인이 반대했다는 것을 보여줘야할 누군가를 의식한 것 아니겠느냐"고 혀를 찼다.

김영란법 논의 과정에서 선출직 공직자의 제3자 고충민원 전달을 부정청탁 사례의 예외조항으로 포함시킨 주요 논거는 이를 막으면 국민들의 민원 통로가 거의 막혀버린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국회 청원제도 등을 통해 국민들의 민원을 듣고 심사할 수 있는 창구는 이미 마련돼 있다. 공식적인 절차와 제도를 활성화해 민원처리의 투명성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여론은 '부패행위 규제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취지의 김영란법에서 권력기구인 국회의원이 제외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국회 일각에서도 김영란법에 국회의원의 민원처리 기준을 명확히 규정해 오히려 부정청탁 소지를 없앨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이 나온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회의원의 민원처리에) 양면이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까다로운 문제이긴 하지만 무조건 허용하는 것도 아니고 전면 금지하는 것도 아닌 균형점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것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이 브로커라고?"…'민원 왕' 김용태의 반박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

"어떤 사람이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했습니다. 답답해서 구 의원한테 부탁을 했다고 합시다. 구의원이 이 얘기를 듣고 구청 복지과 직원에게 이거 이거 좀 알아봐 달라고 하면 그걸 '브로커'라고 해야 합니까."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이자 법안소위 위원장으로 김영란법을 심의를 책임졌던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이해에 따라 부정청탁 예외 규정을 뒀다는 비판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당초 선출직 등에 대한 예외 규정은 김영란법 원안(입법예고안)이나 권익위가 국회에 제출한 정부안에도 있었고 논의 과정에서 원래 조항을 명확히 하자는 취지에서 '제3자의 민원' 부분이 추가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수천명에 달하는 선출직 공직자와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함께 그 조항의 적용을 받는데 국회의원들만을 타깃으로 자기 이권을 챙겼다고 비판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민원의 날'을 운영, 국회의원 가운데 지역구민의 민원해결에 가장 적극적인 의원이기도 하다. 

김 의원은 17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김영란 원안에도 선출직 공직자, 정당, 시민단체 등은 공익을 위하여 법령 등의 개정을 건의할 수 있게 돼 있었다"며 이들에게 예외를 인정하는 조항은 국회의원들이 심의 과정에서 추가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당초 정부가 제출안 법안에는 부정청탁 금지와 관련된 조항에서 '선출직 공직자 정당 시민단체 등이 공익적 목적으로 공직자에게 법령 등의 제정·개정·폐지 등을 요구하는 행위'를 예외로 했으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제 3자의 고충 민원 전달'이 추가돼 '선출직 공직자 정당 시민단체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 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 기준의 제정 개정 폐지 또는 정책 사업 제도 및 그 운영 등의 개선에 관해 제안 건의하는 행위'로 조정됐다.


김 의원은 "원안 대로면 선출직 공직자, 정당, 시민단체 등이 자칫 공직자 자신의 민원 전달로 오해를 받을 수 있어 원문을 명확히 하기 위해 '제 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을 넣은 것"이라며 "선출직 공직자의 일은 99% 이상이 남의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특히 문제가 됐던 것이 정당과 시민단체인데 정당, 시민단체가 자신들의 일이 뭐가 있느냐"면서 "('제 3자의 민원 전달'을 넣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백번 양보해서 선출직 공직자만 생각해도 300명의 국회의원 뿐 아니라 수백명의 광역의원, 수천명의 기초자치단체장, 기초의원, 수십명의 광역단체장 및 교육감 등이 포함된다"면서 "국회의원만 예외로 빠져나간다는 것은 맞지 않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김영란법 정착의 또다른 변수…권익위 '공룡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과 관련한 또하나의 우려는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역량과 위상이다. 가족을 제외한 직접적인 대상만 180만명에 이르는 이 법과 관련한 홍보, 교육, 신고 접수는 물론 일정수준의 사실확인과 조사까지 해야 하는 만큼 크지 않은 권익위 조직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냐다. 

제 역할을 하기 위해 권익위의 조직이 비약적으로 확대될 경우, 김영란법이 또 하나의 '공룡 조직'을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17일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에 따르면 권익위원회는 이 법이 규정한 공직자의 부정청탁 등 방지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세부적으로는 △제도개선 및 교육·홍보 계획의 수립 및 시행 △부정청탁 등에 관한 유형, 판단 기준 및 그 예방 조치 등에 관한 기준 작성 및 보급 △부정청탁 등에 대한 신고 등의 안내·상담·접수·처리 등 △신고자 등에 대한 보호 및 보상 △각 업무 수행에 필요한 실태조사 및 자료의 수집·관리·분석 등을 담당한다. 

 

 

 

특히 신고자를 상대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그 내용을 검찰, 경찰 등 조사 기관에 이첩하기 하기 위해선 상당한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권익위의 김영란법 관련 업무는 부패방지부 청렴총괄과 조직이 중심이 돼 진행하고 있는 만큼 2016년 9월 법 시행전 관련 인력·예산 확대가 필연적인 셈이다. 현재 수준의 조직으로는 법 시행에 앞서 법 적용 대상자는 물론 국민들을 상대로 김영란법을 설명하고 홍보하는 단계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당초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안에는 권익위가 과태료 부과까지도 담당하게 돼 있었으나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담당 기관이 법원으로 변경된 것이 다행스러울 정도다.

 김영란법 적용 범위를 고려하면 권익위의 업무 범위는 행정부 소속의 일반 공공기관 뿐 만 아니라 대통령 직속의 감사원, 입법부인 국회, 사법부인 법원·헌법재판소, 더 나아가 민간 부문인 사립학교, 언론사까지 확대된다. 권익위는 또 조사기관의 조사가 불충분한 경우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갖고 있다. 힘 있는 기관들을 상대로 원할하게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선 현재의 총리실 직속 기관으로서의 위상으로선 역부족이라는 논리다.

 


김영란법 적용대상 공공기관과 공직유관단체 종류/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이에 따라 시행령이 만들어지고 본격적인 법 시행이 다가올 수록 권익위의 조직 확대와 이에 따른 인력과 예산 투입, 위상 강화 등이 추가적인 쟁점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권익위원장을 맡았던 김영란 전 대법관이 만든 이 법의 최대 수혜는 결국 권익위가 될 것이라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부패방지업무는 그동안 권익위와 감사원, 사정기관 등이 함께 해왔다"면서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이 업무의 중심이 권익위가 되고, 권익위가 어느정도의 전문성과 역량을 갖추느냐가 김영란법이 안착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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