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법 위의 시행령' 11건 선정…'격돌' 예고

[the300][런치리포트]누리과정 교부금·국립대 재정운영 등…법제실, 3년간 61건

지영호 기자 l 2015.06.01 18:40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 지난 5월13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페이고(Pay-go) 원칙'(재정지출이 수반되는 법률을 발의할 때 재원확보 방안도 함께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날 누리과정(3~5세 유치원·어린이집 교육과정) 보육료를 내년부터 17개 시·도교육청의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하고, 이를 의무적으로 부담하는 내용의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적으로 편성하지 않으면 교육청의 예산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육교부금)을 축소하겠다는 게 시행령 개정안의 골자다.

문제는 교육교부금법 1조에 명시된 교부금 지원대상에 보육시설인 어린이집이 포함되어 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교육교부금법 시행령과 유아교육법 시행령,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교부금 지원 근거를 마련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野, 상위법령 뛰어넘는 시행령 11개 발표=새정치민주연합이 상위법령을 무력화시킨 시행령 및 시행규칙 사례 11가지를 선정, 앞으로 해당 시행령 개정을 둘러싼 여야 격돌을 예고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는 1일 국회에서 '상위법 위반 행정입법 사례 발표 및 행정부 입법권 침해 방지 기자간담회'를 갖고 상위법을 위반한 시행령 및 시행규칙 사례를 발표했다.

사례발표 자료에 따르면 교육교부금법·유아교육법·영유아보육법·지방재정법 등은 누리과정에 대한 교부금 지원의 법적 근거를 상위법의 목적과 달리 시행령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태년 새정치연합 제5정조위원장은 "초·중등교육법에서 학교가 아닌 학원에 지원하라고 하면 상위법 위반인 것과 마찬가지"라며 "법 안의 시행령이 아니라 법 위의 시행령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 정책위는 이날 11개 시행령 및 시행규칙 외에도 해석에 따라 상위법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근로기준법, 국가재정법, 경제자유구역법 등 3개 법안을 추가해 모두 14개의 사례를 소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상위법(모법) 위반 행정입법 사례 발표 및 행정부의 입법권 침해 방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년 정개특위 간사, 강기정 정책위의장, 전해철 법사위 간사.2015.6.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행령, 모법(母法) 침해사례 살펴보니=
새정치연합이 발표한 '시행령 모법 침해 사례'는 다양하다. 국립대학의 회계설치 및 재정운영에 관한 법률의 경우 교육·연구비 지급 규정을 둔 28조에는 교직원에게 비용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교육부령에는 교원으로만 한정하고 있다. 법 제정 시 여야 합의 취지는 학교가 사정에 따라 교원과 직원에게 경비를 자율적으로 지급하라는 것인데 교육부령은 교원에게만 지급하도록 대상을 축소한 것이다.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지원에 관한 법률 사례의 경우 농림축산식품부가 FTA피해보전규칙에 법안에 없는 '수입기여도'를 적용해 피해보전직불금 규모를 축소시켰다.

'학교 앞 호텔법'으로 알려진 관광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자 교육부는 장관 훈령으로 관광호텔업에 관한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 심의규정을 제정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은 사업자가 사업추진계획을 설명하는 기회를 주는 등 특혜를 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법이 개정됐음에도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아 입법 취지를 막고 있는 사례도 있다.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올해 6월까지 피해보상을 신청할 수 있도록 바뀌었지만 주부부처가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아 피해자들이 보상 신청을 못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의료기관의 부대사업을 허용하거나, 세월호특별법에 정해진 특별조사위원 인원과 권한이 시행령을 통해 축소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세월호특별법 15조에 따르면 직원 정원을 120명 이내서 일괄 구성하도록 되어 있지만, 시행령에는 시행령 공포 후 90명, 6개월 이후 30명을 추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라면 이후 30명의 직원의 활동기한은 1달에 그쳐 특별법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전해철 새정치연합 의원은 "시행령은 법률의 하위규범에 있다는 것이 헌법정신이고 상식"이라며 "대통령령도 법률 범위 아래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법제실, 관련 사례 3년간 61건=이런 문제는 국회 법제실도 일찌감치 지적사항으로 제기돼 왔다. 국회 법제실이 지난해 발간한 '행정입법 분석 평가 사례'에 따르면 2011~2013년 약 1800건의 행정입법(시행령 및 시행규칙) 중 모법에 어긋난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행정입법이 61건에 이른다.

유형별로 보면 △위임근거 없는 국민의 권리제한․의무부과 위반 5건 △위임범위 일탈 26건 △포괄적 재위임 4건 △행정입법 부작위 4건 △내용의 불합리성 9건 △법령체계의 부적합 13건이다.

김용익 새정치연합 의원은 "국회선진화법이 발표된 이후 (정부는) 국회를 통한 입법을 회피하고 편법적 행정입법을 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며 "이는 3권 분립의 헌법정신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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