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우려 속 '국정원 해킹' 국회 진상조사 시작

[the300]청문회 아닌 현안보고…자료제출·증인출석 '한계'

박소연 기자 l 2015.07.26 15:25

국정원이 해외에서 해킹 프로그램을 들여와 사용했다는 의혹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정원 해킹의혹'에 대한 검찰고발에 이어 다음주부터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가 본격화된다. 여야가 가까스로 합의해 상임위별 현안보고가 이뤄지게 됐지만 벌써부터 자료제출과 증인출석, 공개수위 등 이견을 보이고 있어 진상규명 보단 '정쟁'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지난 23일 여야 지도부의 합의로 27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정보위원회와 미래방송통신위원회, 국방위원해, 안전행정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 4곳에서 관계기관 현안보고를 받기로 했다.


야당은 당초 공개 청문회가 어려우면 정보위 차원의 비공개 청문회라도 열자고 주장했으나 여당의 '절대 불가' 방침에 부딪혀 자료확보와 증인출석을 강제할 수 없는 현안보고로 대체하게 됐다.


27일 정보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국정원장과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문제의 해킹프로그램을 구매·사용한 임모 과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삭제한 파일의 복원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앞서 삭제된 자료를 디지털포렌식 방식으로 일주일 안에 100% 복구할 수 있다고 주장해온 이철우 정보위 새누리당 여당 간사는 24일 "(국정원 간부를 통해) 삭제된 자료를 모두 복구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정원의 '셀프 복원'에 따른 보고가 어느 정도의 설득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국정원이 임 과장이 유서에 쓴 대로 삭제된 파일에 내국인 사찰이나 선거개입 정황이 없다고 발표해도 야당은 삭제된 데이터 원본과 로그파일 등을 받아 직접 분석하지 않는 한 의혹제기를 계속 할 가능성이 높다.


야당의 의혹 제기가 무리한 정치공세라며 비판해온 여당은 이번 정보위 보고를 통해 의혹을 말끔히 씻겠다는 입장이지만 야당 의원들 설득엔 실패한 채 국정원의 일방적인 해명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같은 날 미방위에서는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 등의 절차에 따른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여부와 RCS 구입 중개업체인 '나나테크'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여부, 국정원이 SKT 회선 5개 IP에 스파이웨어를 감염시키려 했다는 의혹 등이 다뤄질 예정이다.


안행위에서는 임씨의 죽음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임씨가 실종된 뒤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발견되기까지 국정원의 개입 여부와 임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정확한 경위, 임씨의 마티즈 차량의 바꿔치기 및 폐차 의혹 등이 쟁점이다.


국방위에서는 국방부 사이버사령부의 유사 해킹 프로그램 구매 가능성 등에 대한 현안보고와 질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 3월 국방부 소속 영관장교 등이 이탈리아 '해킹팀'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질의도 예상된다.


여야는 4개 상임위 현안보고가 끝나는대로 정보위를 다시 열 계획이지만 실질적인 '청문회' 개최를 고집하고 있는 야당과 이를 반대하는 여당이 계속 대치할 경우 성사를 장담할 수 없다.


새정치연합의 고발장 접수로 27일 이번 사건이 검찰에 배당될 예정인 가운데 국회가 공정한 검찰수사를 이끌어내는 기폭제가 될지 단순 정쟁으로 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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