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 한번 없었는데…" 중소기업 우산 뺏는 '슈퍼갑' 산업銀,

[the300]산은 "투자유치 확정못했다" 대출 전액 회수 통보…투자유치 물거품 위기

정영일 기자 l 2015.10.07 05:35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사진=뉴스1


 
"이자 한번 연체한적 없고, 투자유치가 눈 앞인데…"
충북 음성에 위치한 기능성 병마개 제조 중소기업 청아람 관계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천안지점은 지난달 21일 만기가 돌아온 이 회사 대출금에 대해 만기연장을 거부하고, 순차적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금에 대해서도 모두 상환하라고 요구했다. 이 회사의 산업은행 대출금은 총 64억원 수준이다. 회사측은 분할상환이라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사정했지만 산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연체'처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일 '은행권 보신주의 타파'를 강조하고, 중소기업 지원을 독려하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여전히 '쇠귀에 경읽기'인 셈이다.

산업은행 천안지점이 만기연장 요청을 거부한 것은 지난 7월 만기를 연장하며 맺은 특약사항을 청아람이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청아람 측이 제시한 당시 특약사항은 △자본금 10억원 증자 △외부 투자자금 30억원 유치 등이다. 청아람은 약속대로 자본금 12억원을 증자했지만 외부투자는 확정하지 못했다.

청아람 측은 "지난 8월 중국 투자처에서 회사를 방문해 투자를 확정할 예정이었는데 북한의 지뢰도발과 남북관계 경색으로 회사 방문이 미뤄졌다"며 "조만간 투자자들이 방한, 투자를 확정할 예정이었는데 산업은행의 조치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청아람은 이번 사태 이전까지 은행에 이자와 원금을 한 번도 연체해 본 적이 없고 기업은행과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대출 연장을 약속하고 있는 상황인데 국책은행이 대출 회수에 나서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아람 측이 만기연장 요청을 계속하자 산업은행은 투자의사를 밝힌 중국 기업측에 '중국 베이징 지점 계좌에 50억원을 유치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청아람은 "외국 투자자에게 투자할 의사가 있으면 한국 은행에 50억원을 예치하라는 것 자체가 황당무계하다"고 지적했다.

청아람은 "은행 측의 요구가 너무 무리하니 투자회사 측 관계자의 진행사항에 대한 설명과 투자의향서를 서면으로 제출하는 것으로 대체하겠다고 제시했으나 그마저도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산업은행은 대출 연장 거부 이유로 청아람이 기술적 문제로 제품화가 지연되고 매출부진 등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청아람은 그러나 제품화 초기 협력업체 문제로 손실을 냈지만 기술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청아람은 지난해 6월 기능성 병마개(WOW-CAP)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 롯데·이마트 등 국내 대기업에 OEM으로 납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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