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기념비·우주센터…朴대통령, 과거+미래 '한미동맹' 행보

[the300] 한미동맹, '혈맹' 역사 토대로 '첨단산업' 등 미래로

이상배 기자 l 2015.10.15 06:00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4년 4월25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오는 16일(이하 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한국전 참전 기념비' 헌화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방미 일정에 들어갔다. 

박 대통령은 이날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와 한미 첨단산업 파트너십포럼까지 찾으며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는 '한미동맹'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 '흥남 철수작전' 주역에 "당신이 진정한 영웅"

13∼18일 3박6일 간의 일정으로 워싱턴 D.C.를 방문한 박 대통령은 14일 오전 링컨기념관 인근 한국전 참전 기념비 공원에서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격려하고 기념비에 헌화했다.

이 행사에는 존 맥휴 미 육군성 장관과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 연합사령관 등 전·현직 한미 연합사령관들, 한·미 한국전 참전용사 10여명 등 12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한국전 당시 흥남 철수작전에서 피난민 1만4000여명을 구조한 '기적의 수송선' 메르디스 빅토리호의 일등항해사로 활약한 해군 예비역 소장 제임스 로버트 루니 제독(뉴욕주 변호사)도 행사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루니 제독에게 "당신이 진정한 영웅"(You are the true hero)이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흥남 철수작전을 지휘하며 피난민 약 10만명의 탈출을 돕도록 지시한 에드워드 알몬드 전 미10군단장의 외손자 토마스 퍼거슨씨도 자리에 함께 했다.

영화 '국제시장'의 도입부에 생생하게 그려졌던 흥남 철수작전은 중공군 참전 이후인 1950년 12월 미10군단과 한국군 1군단이 함경남도 흥남항에서 피난민 약 10만명의 탈출을 도운 작전이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로 시작하는 가수 현인의 노래 '굳세어라 금순아'도 흥남 철수작전을 모티프로 삼고 있다. 

'한미동맹'의 상징과 같은 이 기념비는 올해로 준공 20주년을 맞았다. 박 대통령의 이날 헌화는 한국전 당시 '혈맹'의 추억을 되살려 최근 불거진 한국의 '중국 경사론'을 불식시키고 '한미동맹'을 재확인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비를 입은 미군 19명이 삼각 대형으로 전진하는 모습의 기념비는 한국전 당시 장진호 전투에서 공을 세운 정찰 척후병들을 표현한 것이다. 이들의 정면에는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을 지키려는 요청에 응한 전쟁에 참가한 미국의 아들과 딸들을 위해"라는 문구가 땅에 새겨져 있다. 한국전 당시 미국은 179만명의 전투병력을 파견, △전사 3만6574명 △부상 10만3284명 △포로 7140명 △실종 8177명 등의 피해를 입었다. 

◇ "한미 우주·에너지·보건의료 협력 강화"

이어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워싱턴 D.C. 인근 메릴랜드주의 NASA 고다드 우주센터를 방문해 지난 3월부터 우주정거장에 체류 중인 미 해군 출신 우주인 스콧 켈리씨의 환영 메시지를 청취하고, 위성로봇 시연을 지켜봤다. 한미간 협력의 범위를 우주항공산업과 같은 새로운 분야인 '뉴프런티어'(New Frontier)로 확장시키자는 의미가 깔려 있다. 

또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미 첨단산업 파트너십포럼'에도 참석해 우주, 에너지신산업, 보건의료 등 고부가가치 첨단분야와 제조혁신의 근간인 연구·개발(R&D), 엔지니어링 분야에서의 양국간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을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 측 170명, 미 측 150명 등 총 320여명의 한미 기업인들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저녁 '한미 우호의 밤' 행사에도 참석, 미국 각계 인사들과 동포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미국의 존 케리 국무부 장관, 척 헤이글 전 국방부 장관, 제이 티몬스 전미제조업협회장 등 미국 측 주요인사 45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기념비 헌화를 통해 한미동맹의 과거를 되짚는 동시에 우주센터 방문과 첨단산업 파트너십포럼 참석을 통해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어느 나라를 방문하든 역사적으로 도움을 받은 데 대한 감사의 뜻을 가장 먼저 전한다"며 "박 대통령의 행보를 한미동맹의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조망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오바마와 TPP 가입 논의할까

한편 박 대통령은 15일 오전 미국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을 방문해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재확인한다. 같은 날 외빈으론 이례적으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관저로 초청돼 오찬을 함께 하며 한미관계 발전 방안과 동아시아 정세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

오후에는 한미 재계회의 라운드테이블에 참석, 양국간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미국 방문에 역대 최대 규모인 166명의 경제사절단과 동행했다.

이어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미국 전·현직 고위인사와 학자 등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우리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연설을 한다. 한반도 평화통일 노력에 대한 미국 조야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함이다.

방미 마지막날인 16일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단독 정상회담 확대 오찬회담을 가진다.

회담에서 양 정상은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한미동맹 관계를 한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적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중국의 군사적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Rebalancing toward the Asia-Pacific) 전략과 관련한 논의도 빠지지 않을 전망이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에 대항한 한·미·일 삼각공조를 강화하기 위한 한·일 정상회담 개최 문제가 거론될 지도 주목된다.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4차 핵실험 등 도발 가능성이 상존한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북한에 대한 단호한 메시지를 끌어낼 수 있을 지가 관심거리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등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지도 주목된다. 오바마 행정부와 그동안 쌓아온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통일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낼 지도 관전 포인트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최대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문제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지도 주목된다. 이미 출범 가입국으로 참여할 기회를 놓친 우리나라는 앞으로 2차 가입을 추진할 지 여부를 적극 검토 중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을 위한 기술 이전 문제가 논의될 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는 한미 정상회담 의제에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확대 오찬회담 직후 오바마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을 끝으로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는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귀국길에 오른다. 한국에는 18일 새벽 도착할 예정이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