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달 탐사, 협력 확대"…한미 '우주동맹'

[the300] (상보) 미국 요청에 따라 NASA 우주센터 방문…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50년만

이상배 기자 l 2015.10.15 12:59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4년 4월25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한미동맹'이 우주개발 분야로까지 확대된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 측의 요구도 작용했다. 앞으로 달 탐사를 중심으로 한미 간 우주개발 협력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 朴대통령 "우주자원도 공유할 수 있길"

오는 16일(이하 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오후 워싱턴 D.C. 인근 매릴랜드주의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를 방문, "달 탐사에 대한 한미 간 협력이 확대되고 우주 분야에서도 양국 협력이 확대돼 우주자원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한국은 그동안 축척된 기술을 바탕으로 2020년까지 한국형 발사체를 개발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무인 달 탐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우주개발의 꿈을 실현시키는 '심장'과도 같은 이곳을 방문한 것을 뜻 깊게 생각한다"며 "우주개발 기술 그 자체 뿐 아니라 노력하는 과정,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응용기술이 나오는 것이 더욱 매력적"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의 고다드 우주센터 방문은 한미간 협력의 범위를 우주항공산업과 같은 새로운 분야인 '뉴프런티어'(New Frontier)로 확장시키자는 의미가 깔려 있다. 

이번 방문은 미국 측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우주개발 분야에 대한 한국과의 협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미국 측의 의지가 반영된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에서 우주개발 관련 예산 비중이 점차 축소되고 있어 미국 입장에서도 우주개발에 대한 타국과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입장에선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우주개발에 대한 예산 부담을 더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다드 우주센터에서 박 대통령은 지난 3월부터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체류 중인 미 해군 출신 우주인 스콧 켈리씨가 사전 녹화한 환영 메시지를 청취했다. 켈리씨는 "안녕하세요. 우주인 스콧 켈리입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고다드 우주센터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로 시작하는 환영 메시지를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초 우주인과의 실시간 영상 통화를 시도했지만 여러 변수가 있어 결국 사전 녹화 방식으로 진행했다"며 "우주정거장이 계속 움직이는데다 날씨 등의 변수도 있어 고다드 우주센터도 하루 30분만 우주인과 통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NASA가 추진하고 있는 화성탐사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위성로봇 시연을 지켜봤다. 이밖에도 박 대통령은 한미 우주협력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자들로부터 달 탐사, 우주통신, 위성개발 등 협력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한미 양국의 우주협력 확대를 당부했다.

NASA가 출범한 이듬해인 1959년 최초의 우주센터로 설립된 고다드 우주센터는 미국내 약 10개의 NASA 우주센터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올해로 발사 25주년이 되는 허블우주망원경과 2018년부터 운영될 제임스 웹 망원경의 개발·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 50년 전 선친이 걸었던 길

우리나라 대통령의 NASA 우주센터 방문은 역대 두번째로, 박 대통령의 선친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5년 플로리다주의 NASA 케네디 우주센터를 찾은 뒤 50년 만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미국 방문의 숙소도 50년 전 박 전 대통령이 방미 당시 묵었던 미국의 국빈 전용 숙소인 '블레어하우스'(Blair House)를 이용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의 '조어대'와 마찬가지로 최고의 예우를 갖춰야 할 국빈에게 제공하는 미국의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는 4채의 독립 건물로 이뤄져 있으며 백악관 전체와 맞먹는 바닥 면적을 자랑한다. 23개의 침실과 35개의 욕실 등 총 115개의 방이 달려 있으며 실내는 고풍스러운 가구들로 채워져 있다.

백악관과 펜실베니아 대로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어 미국 대통령 당선인들이 취임 전 정권 인수를 위해 머무는 곳이기도 하다. 주요 국제회담의 장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1824년 초대 공중위생국 장관이었던 조지프 로벨의 사저로 세워져 1836년에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의 자문역이었던 프란시스 프레스턴 블레어에게 팔리면서 블레어하우스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후 1942년 미국 정부가 사들이면서 미국 대통령을 찾아오는 외국 정상들을 위한 영빈관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에게 블레어하우스가 숙소로 제공된 것과 관련,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한미동맹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가교를 상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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