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위기의 LPG

[the300](종합)

이현수 기자,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l 2015.10.28 09:03
LPG차, 일반인 구매 허용되나…여·야 법 개정 공감대

LPG 충전소/사진=뉴스1


택시·렌트카 등으로 제한된 '액화석유가스(LPG) 수송용 연료 사용제한'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LPG법)'이 국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여야는 일반인도 LPG차량을 구입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가 세수(稅收) 영향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어 해묵은 LPG 차량 논쟁이 어떻게 결말지어질지 주목된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28, 29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LPG법을 심사할 예정이다. 
앞서 노영민 산업위원장은 최근 끝난 국정감사에서 "서민 부담을 덜어줄 친환경 LPG 차량 구매를 언제까지 제한할 수는 없다"며 "석유협회 등 이해관계자가 반대하고 세수에 어려움이 있지만 국민요구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에 "현재 취약계층의 지원 형태로 LPG 차량을 허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계속되는 산업위 여야 의원들의 지적에는 "세수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고, LPG 사용 확대에 대해선 업계의 이해관계가 상충된다"고 말했다.

◇법안 내용은
현행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은 28조 '액화석유가스의 연료사용제한' 조항에서 산업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차종과 사용자에 대해 LPG 연료 사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동법 시행규칙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용 승용자동차 △승합차 화물차 특수차 △하이브리드차 등으로 차종을 제한한다. 사용단체는 △행정기관 또는 지자체 △공기업 준정부기관 및 기타공공기관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이다. 사용자는 △국가유공자 △장애인이다.

국회 상임위 요구에 앞서 LPG 차종과 사용자를 확대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은 이미 제출돼 있다. 28조에 '단서조항'을 달아, 일정 경우 사용자를 일반인으로 확대한 게 핵심이다.

이찬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7월22일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승용차 중 등록 후 5년이 경과한 차량에 대해서 일반인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단서를 달았다. 강동원, 김민기, 김성곤, 김현, 박홍근, 변재일, 양승조, 이목희, 전병헌 새정치연합 의원이 공동발의했다.

지난 13일엔 최봉홍 새누리당 의원이 여당 차원의 개정안을 냈다. LPG연료로 사용하는 자동차 중 택시와 렌트카는 등록 후 4년이 경과하면 일반인 구입이 가능하도록 허용'한 것이다. 김세연, 박대동, 박창식, 송영근, 신경림, 신성범, 양창영, 정갑윤, 정병국, 정희수 새누리당 의원이 찬성했다.

◇LPG 산업 살리기, 여야 '한목소리'
여야는 LPG 차량 대상이 일반인으로 확대되면 유류비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노 위원장도 "다자녀가구는 취득세 면제가 되고서도 유류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전면적인 LPG연료 제한 완화는 어렵더라도 다자녀가구의 LPG 차량 구매는 허용돼야한다"고 말했다.

저유가로 '고사위기'에 내몰린 LPG 업계의 위기의식도 반영됐다. 법안을 낸 이 의원은 "기존 LPG차량 사용자의 재산상 손실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것"이라고 발의 취지를 밝혔다. 택시·렌터카 등 기존 LPG차량 사용자는 중고차 처분 시 LPG차량 수요자가 한정돼 어려움을 겪는 데 따른 것이다.

최 의원 역시 "택시와 렌트카는 일반인 구입을 제한하고 있어 형평성 문제와 저가 해외수출로 인한 경영손실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장애인 LPG 차량은 택시·렌트카와 달리 등록 후 5년이 지나면 일반인 구입이 가능하다.

산업위 여당 간사인 이진복 의원도 "현재 LPG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재산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규제완화 주장의 근거로 △LPG 보급 안정성 강화 △친환경 △세계적 LPG시장 확대 추세 △국민 에너지 선택 자유 등을 들었다.


LPG 차량 해외에선 인기몰이…우리나라만 '거꾸로'



국내 액화석유가스(LPG) 업계는 '생존' 차원에서 국회 LPG법 개정안 통과에 신경을 쏟고 있다. 정부의 LPG 수송용 연료 사용제한으로 한계를 맞은 상황에서 저유가로 가격 경쟁력마저 잃어 업계 전체가 위기에 내몰린 분위기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연도별 LPG차량 등록'은 고유가였던 2010년 245만5696대로 정점을 찍은 뒤 2011년 244만5112대, 2012년 243만3367대, 2013년 241만495대, 2014년 235만5011대로 감소 추세다. 5년새 10만1000대가 줄었다.  

같은기간 휘발유 차량 등록은 79만2000대 증가했다. 경유 차량이 145만6000대 급증한 것과 비교하면 LPG 차량의 현실은 더 초라하다. 저유가가 지속되면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 6월엔 한국LPG산업협회, 대한LPG협회, 한국LP가스판매협회중앙회로 구성된 LPG 산업계가 'LPG연료 사용 제한 규제를 대폭 완화 또는 폐지하라'고 관계 기관에 공동 건의한 바 있다. 

LPG 산업계는 "국내 LPG 생산이 증가하고 대규모 수입이 가능해 현행 사용제한 규제는 시대에 뒤떨어져 껍데기만 남았다"며 "급격한 LPG수요 감소를 방치할 경우 LPG산업기반 붕괴로 이어져 소비자 후생 감소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해외 상황은 다르다. 유럽 국가들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에선 환경 규제 강화로 인해 LPG 차량이 늘고 있다. LPG가 경유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연료'로 부각되면서 정책적으로 보급된 덕분이다.

세계LPG협회(World LP Gas Association)가 최근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LPG차량 보급대수는 2010년 1970만대, 2011년 2100만대, 2012년 2350만대, 2013년 2470만대, 2014년 2520만대로 증가했다. 

환경부의 지난해 '차량 배출가스 등급 조사' 결과 연료별 평균등급은 LPG 1.91, 휘발유 2.46, 경유 2.84로 조사돼, LPG 차량의 평균 배출가스등급이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LPG차 확대…산업부 "세수 때문에"…기재부 "세수와 무관"

에너지정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액화석유가스(LPG) 사용 대상을 일반인까지 확대할 경우 세수(稅收)가 줄어들 것으로 우려한다. 애초부터 대상을 한정해 낮은 세율을 부과한 것이어서 확대하면 국가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 개별소비세법에 따르면 정부는 휘발유에 리터당 475원, 경유는 340원, LPG(부탄)엔 252원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LPG 사용제한, 전세계 '유일'

LPG 수송용 연료 사용 대상을 제한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정부는 70년대 석유파동을 겪은 뒤 82년 처음 LPG를 수송용 연료로 허용했다. 공급이 불안정한 여건을 감안, 다른 유종에는 없는 사용제한 규제를 도입한 게 현재까지 이어진 셈이다. 생산량이 늘면서부터는 장애인 등에 추가적 사용이 허용됐다. 

국회는 사용 대상을 일반인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산업부는 세수문제를 고려한 신중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작 국가 예산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산업부가 세수보다는 에너지 업계 이해관계에 묶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진복 의원은 "세수문제는 정책결정에 대한 종속변수이기 때문에 LPG 사용 일부 완화는 세수문제와 관련이 없다는 게 기재부 입장"이라며 "산업부에서 왜 세수문제를 핑계 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유류세 감소로 인한 세수 감소 효과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타 유종과 형평성?
업계를 중심으로는 LPG 사용대상을 확대할 경우 휘발유·경유와의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국제적 기준과 비교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18개국의 '수송용 연료에 대한 세금비중'을 보면, 우리나라의 휘발유와 경유 세금비중은 49.9%, 41.4%로 각각 주요국 평균비중인 52.8%, 46.3%보다 낮다. 반면 LPG는 30.1%로 오히려 평균비중 28.4%보다 세금부과율이 높다. 

이 의원은 "산업부의 고집스러운 입장 고수로 많은 산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LPG 수송용 연료 사용제한을 당장 전면 폐지하기는 어렵더라도 전향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PG 엔진만 교체해도 보조금…각국 지원책 보니

각국 정부는 정책적 지원을 통해 LPG 차량 규모를 키우고 있다. 경유 차량의 질소산화물로 인한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LPG 차량이 부각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LPG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인식하고 LPG 차량 구입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독일은 2018년까지 수송용 LPG에 대해 리터당 9.74유로센트(euro cent)의 세금을 부과한다. 휘발유에 65.96유로센트, 경유에는 47.43유로센트 세금을 부과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탈리아는 보유차량 엔진을 LPG로 개조할 경우 500유로(약 63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LPG 차량 구매시 보조금을 2000유로(약 250만원)에서 4000유로(약 500만원)로 확대하고, 일부 시 관용차에 대해선 LPG엔진을 의무화했다. 

영국 버밍엄시는 지난해 기존 경유택시를 LPG 차량으로 전환하는 친환경택시 정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LPG 차량 전환시 보조금을 지급하며 정부의 '친환경자동차 기술기금' 50만 파운드(약8억7000만원)를 지원받아 비용을 집행한다. 

호주 역시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2007년부터 2014년까지 8년간 LPG 차량을 새로 구입할 때 2000호주달러(약 164만원)를 지원했다. 기존 차량 엔진을 LPG 엔진으로 개조하면 1500달러(약123만원)을 지원했다. 

미국은 LPG 차량을 '대체연료차량'으로 지정, 연료 충전시 1갤런(3.8리터)당 50센트의 소비세 환급혜택을 2016년까지 부여한다. 충전소 설치비용도 30%까지 세금이 공제된다. 

한편 세계LPG협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LPG자동차 보급대수는 매년 평균 9% 성장했다. 충전소 운영개소 및 수송용 LPG 사용량도 각각 7%, 4%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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