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휘의 PQ]정치권의 '역산 시계'…선거구 획정, 진짜 시한은?

[the300]내년까지 최대 다섯개의 시한

김성휘 기자 l 2015.11.13 06:01

편집자주 정치를 읽는 데엔 지능지수(IQ), 감성지수(EQ) 말고도 PQ가 필요하다. Political Quotient의 머릿글자다. P와 Q는 컴퓨터 알파벳 자판 양끝에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좌우 양끝 사이 어디쯤에 최적의 '정치 지수(PQ)'가 있는지 답을 찾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식당에서 열린 선거구 획정을 위한 여야 지도부 '4+4 회동'이 본회의 일정으로 중단되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회담장을 나서고 있다.2015.11.12/뉴스1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 논의를 위한 여야 지도부 4+4 회동을 마친 후 귀빈식당을 빠져나오고 있다. 2015.11.12/뉴스1

벤자민 버튼, 아니 정치인의 시계는 보통 시계와는 거꾸로 가는 걸까. 

국회의 시간과 날짜에 대한 인식은 ‘역산’이다. 시한을 정해놓고 그 디데이부터 지금까지 거꾸로 세는 것이다. 논의를 시작한지 얼마나 지났느냐보다 시한으로부터 몇 일 남았는지가 더 중요한 셈법이다. 이걸 감안하지 않고서는 툭하면 파행하고 결렬되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

내년 총선 선거제도, 그 중에서도 선거구 획정이 진통에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13일 획정안에 극적으로 사인해도 법안 형태로 만들고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데 시간이 필요하니 '13일 데드라인'은 지키지 못한다.

헌법재판소의 인구편차 2:1 결정으로 선거구 획정 논란이 본격화한 건 지난해 10월부터다. 그토록 오래 논의하고 여태 결론을 못 내는가 의아할 수 있다. 법적 시한은 이미 넘긴 것 아니냐고? 관건은 '진짜' 시한이 언제냐 하는 점이다. 선거구 획정에는 무려 다섯 개의 시한이 있다. 13일은 그 두번째 시한일뿐이다.

첫째 시한은 지난 10월13일이었다. 국회와 별도로 설치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할 기한이었다. 획정위는 이날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자 대국민 사과를 했다.

둘째는 13일이다. 내년 총선일 4월13일부터 5개월(150일) 전까지 국회가 획정안을 처리해야 할 법정시한이다. 이걸 넘기면 셋째 시한은 12월15일이다. 선거 120일 전으로, 예비후보자등록 신청이 시작된다. 이때까지 선거구가 결정되지 않으면 정치신인이나 원외인사의 선거운동이 큰 지장을 받는다.

물론 이것마저 넘길 지 모른다. 이 경우 넷째 시한은 연말, 12월31일이다. 19대 국회의 선거구 효력이 올해까지이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이 때까지는 재획정이 돼야 하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그렇다면 다섯째 시한은 내년 2월의 어느 날이 될 수 있다. 2012년 2월27일 선거구 획정안이 포함된 공직자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지난 19대 총선을 불과 40여일 앞둔 때다. 이번에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2월27일을 내년에 대입하면 재외선거인명부 작성시기(2월24일~3월4일)이다.


연거푸 시한을 넘겨도 괜찮은 이유는 벌칙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신인의 손해는 막심하지만 협상의 주역인 현역 국회의원은 손해가 없다. 강력한 경쟁자가 될 정치신인들이 링에 오르는 것도 최대한 저지할 수 있다. 선거구 획정 협상이 기득권 지키기 게임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런 관행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선거구획정위원들은 적잖은 회의비(거마비)를 받고도 결론을 못내고 손을 들어버렸다. 그게 다 세금이다. 이런 현실에 대한 비난 여론이 강해지면 2020년 총선 선거구 획정은 시한을 넘길 때 벌칙을 받도록 선거법이 달라질지 모른다. 국회가 법정 예산안 처리시한을 번번이 지키지 않자 여론이 악화됐고 결국 예산안을 12월2일 반드시 본회의에 올리도록 국회법이 개정(국회선진화법)됐다.

아무튼 보통의 시민들에게 선거구 협상의 관전 요령은 너무 일찍 조급해하거나 지치지 않는 것이다. 진짜 시한까지는 아직 많이 남았다.

2015년 8월 기준 경북지역 인구수 상한초과 또는 하한미달 선거구/박경담 기자·이승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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