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문재인·세무서·고령화, 부산의 세가지 1위가 말하는 것

[the300]경제쇠락·인구유출 심각, 정치지형 변화로 민주당 기회이지만…

부산=김성휘 기자 l 2017.04.04 05:30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이 31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영남권역 선출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호순으로 이재명, 최성, 문재인, 안희정. 2017.3.31/뉴스1


#전국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세무서는 서울도, 울산·창원도 아닌 부산에 있다. 부산 남구 수영구 해운대구를 한꺼번에 관할하는 수영세무서. 2016년 국세통계에 따르면 수영세무서의 2015년 세수는 11조5000억원으로 전국 세무서 중 최고다. 한 해 전보다 무려 8조9000억원 늘어난 경이적인(?) 성장이다.

수영세무서는 금융위기 이후인 1999년 해운대세무서를 통폐합하면서 한차례 몸집을 불렸다. 결정적으로는 최근 문현금융타운(남구) 등 금융공공기관과 금융사들의 지방이전 이전 덕이 크다. 예탁결제원, 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거래소 등이 옮겨오면서 증권거래세, 법인세 등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따라서 수영세무서의 영광을 부산경제 회생의 증거로 읽으면 명백한 착시다. 지역에 뿌리를 둔 기업들이 잘 돼서 생긴 일이 아니다. 예컨대 거래소 본사는 부산에 있지만 실질적인 금융 경제 활동이 벌어지는 경제수도는 서울이다.

#부산의 진짜 경제활동은 어떤 상태일까. 상징적 지표가 둘 있다. 첫째 부산은 노인도시다. 고령화 속도도 매우 빠르다. 인구의 7%가 65세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면 고령사회로 본다. 지난해 부산인구 중 노인비율은 15.3%다. 부산은 전국 특별시·광역시 가운데 가장 먼저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노인 빈곤, 노인자살률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와 직결된 다음 지표는 인구유출이다. 2008~2016년 사이 부산에선 인구 20만명이 순유출(마이너스)했다. 또 2016년 국내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부산은 2만1000명 순유출을 기록했다. 지역 정가에선 젊은층의 유출이 심한 걸로 체감하고 있다. '괜찮은 일자리' 부족에 따른 취업난이 큰 이유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가 31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영남권역 선출대회에 앞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7.3.31/뉴스1


최근 부산의 정치민심이 들썩인다. 부산의 국회 의석은 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을 이어오며 보수당 일색이었지만 20대 총선에 18석 중 5석을 민주당이 차지했다. 이변이었다. 문재인 후보는 부산에서도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린다. 그는 수시로 "부산이 디비진다(뒤집어진다), 영남이 디비진다"고 표현한다. 그는 2012년 비록 대선에 졌지만 부산경남서 상당한 득표를 올렸다. 올해는 더 큰 기대를 하고 있다.

민주당은, 문재인 후보는 이런 부산의 변화가 반가울 것이다. 그러나 웃을 일이 아니다. 새누리당이 못해서? 박근혜 탄핵? 문재인이 잘해서? 그보다 경제사회적 불안과 위축이 변화의 근본 이유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부산 실내체육관. 롯데의 프로야구 홈그라운드 사직야구장과 인접한 이 곳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영남지역 경선이 열렸다. 

부산의 중진 김영춘 의원(국회 농해수위원장)은 고령화, 인구유출을 들며 부산경제 악화를 심각하게 보고 있었다. 그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부산을 희망이 없는 도시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부산 정치민심도 이런 시각에서 봤다. 김 의원은 "결국 사회경제적 변화가 정치적 의지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치가 경제를 100% 좌우할 수 없지만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다. 수영세무서의 영광은 금융기업들을 부산에 유치하고자 백방으로 뛰었던 부산 정치인들, 특히 옛 새누리당(자유한국당+바른정당) 의원들 역할이 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산의 쇠락을 막을 수 없다. 정치민심 변화가 이를 증명한다. 

민주당 약진과 문재인 후보를 향한 바람은 민주당에 '기회'일 뿐이다. 그걸 성공으로 여겨선 안 된다. 새로운 정치세력이 와도 경제 회복이 신통치 않으면 민심은 언제든 다시 바뀔 것이다. 민주당도, 다른 정당들도 이 점을 기억해야 한다. 5월 대선이 본선 모드에 들어서고 있다.

※덧붙임= 부산 수영세무서의 세수는 물론, 관할규모가 너무 크다보니 폐지했던 해운대세무서 부활 요구가 나올 정도다. 결국 해운대세무서는 이달 다시 문을 연다.
31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타이어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 대 롯데 자이언츠 경기 시작에 앞서 롯데 이대호가 박수를 치고 있다. 2017.3.3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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