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선거구획정' 협상 발목잡은 '권역별 비례' 시각차

[the300] 지역구 확대 공감했지만 새누리당 '이병석안' 결국 못 받아

최경민 기자 l 2015.11.12 22:22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오른쪽)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2015.7.1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선거구 획정을 마련하기 위한 여·야 지도부 회동이 12일 10분 만에 파행된 것의 중심에는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있었다. 권역별 비례제가 도입될 경우 과반의석이 흔들릴 것이라는 새누리당의 우려는 여전했고, 권역별 비례제를 이번 협상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새정치민주연합의 의사도 변함이 없었다.

당초 지난 10일 여야 당 대표와 원내대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양당 간사가 참석한 가운데 '4+4 회동'이 시작됐을 때부터 양당의 목표는 분명했다. 새누리당은 농어촌 지역구를 위해 비례대표 의석수를 일정 부분 줄인다는 것이었고, 새정치연합은 사표를 최소화하기 위해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는 것이었다.

입장차이는 사흘 동안 이어진 회동 동안 좁혀져왔다. 12일 정오에 있었던 회동까지 여·야는 지역구 의석수를 현행(246석) 보다 7석 가량 늘리는 것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단 야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에 전제한 비례대표 의석 감소안을 제시했다.

권역별 비례안도 절충점을 잡아갔다. 100% 권역별 비례제가 아닌 이병석 정개특위 위원장(새누리당)이 제시한 50% 권역별 비례제의 도입이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완전 연동형(100%)의 경우 득표율 10%를 얻은 정당은 전체 300석 중 30석을 갖는다. 지역구로 10석 당선됐다면 비례대표로 나머지 20석을 채워야 한다. 반면 '이병석안'(50%)은 득표율 10%를 얻은 정당이 15석을 획득할 수 있다. 지역구로 10석 당선됐다면 비례대표로 나머지 5석만 채우면 되기에 보다 비례의석 배분 기능이 약화된 안이다.

야당의 '이병석안' 제안에 대해 여당은 국회선진화법 개정 카드를 꺼냈다. 국회에서 다수당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달라는 요구였다. 권역별 비례제 도입으로 소수정당이 국회에 진입할 경우 국회 운영이 더 어려워진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같은 제안에 새정치연합은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날 오후 3시 열린 새누리당의 최고위원회의에서 '권역별 비례-국회선진화법'안이 거부당했다. 이에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의 이춘석 원내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최고위 통과가 못됐기 때문에 없는 일로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새누리당은 오후 5시30분 회동이 시작한 직후 야당의 문재인 대표에게 이병석 안의 논의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현행 의석비율(지역구 246석, 비례 54석)을 유지하는 안 등을 제시했고, 문 대표는 10분만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새누리당이 권역별 비례제를 끝까지 거부한 것은 여당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제도라는 계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는 앞서 지난 9월 권역별 비례제 도입을 주장한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두 야당이 합쳐서 여당을, 과반을 넘어서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진 원내수석도 이날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권역별 비례는 어떤 안을 갖고와도 여소야대를 만드는 구도로 갈수밖에 없다"며 "야권 전체 대 여당의 구도로 가는 제도"라고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반면 야당은 여당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새누리당이 요구한 지역구 의석수 확대를 받아줄 의사까지 피력했음에도 권역별 비례제의 도입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새누리당이 내년 선거에서 과반의석이 무너질까봐 부정적이어서 (100% 권역별 비례의) 시행시기를 21대 국회에 하자고 제안했는데 그것마저 거부했다"며 "제도개혁에 있어 조금이라도 전진하는게 좋겠다 판단해서 (여당 의원인) 이병석 의원의 안을 수용하겠다고 했는데 오히려 새누리당에서 수용하지 않는 격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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