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선거구획정 회담 결렬…'보여주기' 그친 3일 협상

[the300] 文 10분만에 자리 박차고 일어나…50% 권역별 비례 등 이견

박경담 최경민 기자 l 2015.11.12 20:47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을 하루 앞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진행된 선거구 획정 논의를 위한 여야 지도부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 재회동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 이학재 여당 간사가 참석하고 있다. 이날 여야 회동은 본회의 후 재개됐지만 최종 결렬됐다. 2015.11.1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야 지도부가 12일 내년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획정안 도출을 위해 만났지만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 선거구획정 법정 마감 시한(13일)도 어기게 돼 '보여주기'식 협상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지도부는 12일 오후 국회에서 선거구획정 관련 회동을 두 차례 열고 국회의원 정수 및 지역구·비례대표 의석수 조정 등에 대한 담판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10일 여야 당 대표, 원내대표, 원내수석부대표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양당 간사 등을 포함한 '4+4 회동'을 시작으로 여야 지도부는 총 4차례 만났지만 빈 손으로 종료했다.

이날 정오에 열린 협상에서 양측은 현행 지역구 의석수(246석)를 253석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의견을 접근했다. 새정치연합은 비례대표를 7석 줄이는 대신 이병석 정개특위 위원장이 제시한 50% 연동형 권역별비례제의 도입을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이병석안'의 조건으로 국회선진화법의 개정을 제시했다. 양당은 이를 검토하기로 한 후 오후 2시 본회의에 참석했다.

하지만 오후3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은 안이 거부당했다. 이에 오후 5시30분 열린 회동에서 새누리당은 현행 의석수(지역 246석, 비례대표 54석) 유지 등을 야당에 제안하게 됐다. 사흘간 이어져온 회담이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판단에 격노한 문재인 대표가 회동 시작 10여분만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협상이 깨졌다. 

양 측은 협상 실패의 책임을 서로 떠넘겼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선거구간 인구편차를 2대1로 줄이라는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농어촌 지역구 수가 줄어드는 것을 최소화하고 그 숫자만큼 비례대표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야당이 비례대표는 한 석도 줄일 수 없다고 전제했기에 현행인 246석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새정치연합은 선거 연령 인하라든가 투표 시간 연장,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같은 선거구획정과 관련 없는 선거 제도 변경을 요구했다"며 "야당 주장은 100미터 달리기 시합을 하는데 10미터 앞에서 뛰겠다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춘석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우리는 국회선진화법까지도 포함해서 논의하겠다고 들어갔는데, 들어가자마자 다 무효로 하고, 246석으로 끝내자고 했다"며 "시각에 따라 백기를 든 수준까지 양보했다고 보는데 저쪽이 칼을 꽂은 수준이어서 협상이 결렬됐다"고 날을 세웠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 협상이 법정 시한에 임박한 시점에 최종 결렬됐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먼저 협상장을 나서고 있다. 2015.11.1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협상 과정에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관심있어하는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대한 요구가 있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가 다 거부하고 현행 의석수로 가거나 비례대표를 일방적으로 축소하는 것만으로 협상하라는 결정이 있어 협상이 진전되지 않았다"고 협상 파기 책임을 여당에게 돌렸다.

여야 지도부 간 담판 회동이 빈 손으로 종료하면서 내년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획정안 역시 법정시한 내 마감을 못하게 됐다. 여야는 20대 총선에 앞서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독립기구로 띄우며 선거구획정안을 선거 5개월 전까지 내놓고자 했다. 하지만 이날 협상 결렬로 정치권은 16대 총선 이래 선거구획정안 법정시한을 계속 위반하게 됐다.

여야 지도부까지 나선 선거구획정 협상이 결렬된 표면적 이유는 의원정수 및 지역구·비례 의석수 비율에 대한 입장 차였지만 양 당 모두 법정시한 내 마감을 절대 기준으로 삼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총선에 임박해서야 선거구획정안을 만든 과거 전례가 수차례 있는데다 여야가 합의를 도출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다.

농어촌 지역구 축소 문제는 지난 8월 초부터 불거졌지만 이와 관련한 협상은 공회전을 지속했다. 여야 지도부는 정개특위에 협상을 일임하다 법정시한 마감일이 다가와서야 부랴부랴 만났다. 선거구획정 문제가 총선과 직접 연관된다는 점에서 지도부 결단이 필요했지만 이를 방치했다는 지적이다.

현역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현직 의원들로선 선거구획정을 서둘러 확정해야 할 유인책이 적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거구획정이 늦어질수록 정치 신인들의 활동 역시 위축돼 현직 의원들이 손해볼 게 없다는 인식이다. 아울러 여야가 협상 파기의 책임을 나눠 갖는 점 역시 결렬 원인으로 분석된다. 여야 한 쪽에게 정치적 부담이 몰리지 않아 협상 의지가 절박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선거구획정안이 마련되지 않음에 따라 정치 신인들에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총선 예비후보 등록일(12월15일)이 한 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선거운동을 펼칠 선거구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다음 달 31일까지 선거구획정을 확정 짓지 못하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올해를 넘기면 기존 선거구가 모두 무효화 되고 예비후보자들도 후보자 신분을 상실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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