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 4.13!]'1번지'의 혈투…정세균vs박진·오세훈 최종승자는?

[the300]새누리당 형·동생 싸움 시작...종로행 티켓 누가?

오세중 기자 l 2015.11.24 05:47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내년 4월 총선에서 종로탈환에 나서는 여당과 수성(守城)에 자신감을 보이는 야당의 치열한 종로 지역구 혈투가 벌써부터 시작됐다. 

23일 국회 등에 따르면 현역의원인 정세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맞서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호형호제'하는 사이인 박진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총선을 앞두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 의원과 오 전 시장은 같은 고려대 법대 출신이라는 점에서 오 전 시장이 여당의 대표로 나설 경우 모교 학부 선배와의 격돌이 불가피하다.
 
세 후보자 중 맏형 격이자 현재 종로구를 지역구로 가지고 있는 정세균 의원은 관내 고궁 입장료를 절반으로 내게 하는 등 지역주민의 피부에 와닿게 하는 법안 발의와 '종로 초선'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는 밀착형 내공으로 종로 출마에 나서고 있다. 

그는 "(상대 후보가)누가 와도 상관 없다"며 "종로구민 3명만 모여도 내가 나타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초선의 마음으로 항상 열심히 뛴다"며 20대 총선에서도 자신감이 있음을 내비쳤다. 다만 본인 스스로도 이야기하듯 '종로 초선'인 만큼 지역구민들로부터 대중적 이미지 각인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박진 전 의원은 서울대 법대, 하버드 정치학 박사코스의 엘리트 이미지로 외교 전문가이다. 종로구에서 내과의원을 한 아버지와 함께 종로 지역구에서 살아왔다는 '종로 토박이'를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박 전 의원은 16대-18대에서 종로 출신을 강조하며 3선 의원으로 입지를 다졌다. 

그는 출마의 변으로 "남북 통일 시대에 우리가 해야 할 좌표를 설정하고, 국민들에게 불신이 높은 정치를 선진국형 정치로 만들기 위해 정치개혁에 앞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3선을 종로구에서 했음에도 지역구민이 체감할 만한 법이 없고, 종로구 의원 당시 중앙정치에 몰두해 '주민 챙기기'에 약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세훈 전 시장은 팬층이 있을 정도로 신사적인 모범생 이미지로 지역구민을 파고들고 있다. 서울시장 당시에는 동대문 디자인 센터와 인사동 정비 등 도시 디자인에 노력을 기울였고, 지금까지 내려오는 정치자금법인 이른바 '오세훈법'으로 깨끗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왔다. 

그는 "서울시장 때부터 강남북 균형발전이 가장 큰 관심사였다"며 시내버스 천연가스(CNG)차 교체, 대기질 개선 및 도시 정비 등 성과를 강조한다. 하지만 도시 정비 사업의 성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뉴타운 공약 실패, 가스 충전소 설치 등의 문제로 구민의 부정적 여론을 샀다는 게 약점이다. 

많은 문화재가 있는 종로의 보존과 지역별 재정비 등 현안에 대한 차별성이 약한 지역인 만큼 지역구를 위한 어떤 정책적인 대안을 보여줄 것인지와 어떤 후보의 진정성이 주민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을지가 내년 4월 총선의 승패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변수는 종로구에서 여야 지지세의 변화와 종로구내 동네별 정치적 성향이다. 

과거 여권의 지지세가 강했던 종로구는 2012년 정 의원이 19대 총선에서 당선된 이후로는 야권의 강세가 이어졌다. 2012년 대선 때 종로에서는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51.4%로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 48.2%를 앞섰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김영종 구청장이 재선 됐다.  

 북서-남동이라는 동네별 편차도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부유층이 사는 걸로 알려진 평창동 주변의 북동지역은 일반적으로 여권이 강세를 보이고, 쪽방촌이 아직도 존재하는 창신동 등 남동지역은 야권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이를 반영, 평창동, 부암동, 삼청동 등 상대적으로 부유한 지역으로 알려진 종로 제1선거구가 여권 강세, 창신, 숭인 등 제2선거구가 야권 강세를 보이고 있다. 

종로구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종로 인구는 2015년 10월 기준으로 현재 16만5344명이다. 제1선거구가 6만3015명이고, 제2선거구가 10만2329명이다. 야권 강세 지역인 제2선거구 주민수가 두 배 가까이 많은 것. 따라서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지역에서 어떻게 민심을 흔들 것인가가 당선의 중요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종로' 후보 선출부터 '시끌'...野, 당 내홍 - 與, 당내혈투 

내년 4월 총선에서 '정치1번지 종로' 당선이라는 목표에 앞서 이들은 당 내홍과 공천 경쟁부터 거쳐야 하는 운명 앞에 섰다. 

정세균 의원은 일단 당내에서 '종로 출마' 굳히기에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 의원 역시 종로 출사표에 앞서 당 혁신위원회와 갈등을 일으키며 적잖게 마음 고생을 한 바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는 지난 9월 23일 문재인 대표의 부산 출마를 비롯해 이해찬, 정세균, 문희상, 김한길, 안철수 등 전직 당 대표들에게 열세 지역에 출마하는 살신성인을 실천해 달라고 촉구했다. 

정 의원은 이같이 열세지역으로 20대 총선에 나서야 될 '살신성인' 대상에 자신을 포함시킨 것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은 삼갔지만 내심 불편한 입장을 드러냈다. 

19대 총선 당시 이미 4선으로 지역구를 다져 출마하면 당선이라는 호남 지역구를 버리고 '선당후사'를 외치며 종로에 출마한 정 의원으로서는 서운한 감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정 의원측의 한 관계자는 당 혁신위가 '희생정신' 운운하며 열세지역 출마자 명단에 정 의원을 포함시킨 것과 관련 "19대 총선 당시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4선의 지역구를 버리고 새누리당이 줄곧 장악해온 종로에 출마해 32년 만에 새정치연합 의원으로 당선됐는데 다시 열세지역으로 가야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일단 어느 정도 야당에서 '종로' 굳히기에 들어간 정 의원보다 더 힘든 상황을 맞은 것은 여당이다. 

형과 동생으로 친분을 유지해온 박진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새누리당내 '정치 잔혹극'의 주인공이 됐다. 

둘은 서로에게 양보를 권유하다 협상이 결렬되면서 각자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결국 오 전 시장이 종로구로 이사하고, 박 전 의원이 출판기념회로 종로 출사표 던지면서 형, 동생이 아닌 적으로 마주하게 됐다. 

박 전 의원은 "동생(오 전 시장)이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다른 곳으로 출마하라고 압박해왔다. 

그러나 오 전 시장도 '쉬운 곳은 가지 않겠다'라는 마음으로 강남보다 종로 출마할 뜻을 분명히 하면서 결의를 다지고 있어 이 둘 간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런 당내 감정의 골은 뜻밖에도 다른 곳에서 터졌다. 
정인봉 새누리당 종로구 당원협의회 위원장이 지난 12일 서울중앙지검에 오 전 시장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오 전 시장이 최근 한 대학생 리더십 아카데미에서 "올 초만 해도 박진 전 의원이 더 이상 정치를 안 하겠다는 취지의 말씀을 여러군데서 했다. (그러나) 예기치 않게 박 전 의원이 정치 재개하면서 그간 마음이 바뀐 것 같다”고 말한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다. 

정 위원장은 "오 전 시장은 박 전 의원이 기회주의적이고 타산적인 인간으로 몰아붙일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면서 비방의 상대가 자신이 아니기 때문에 고소가 아닌 고발장을 제출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위원장이 대외명분상 선거 전 비방에 대한 선긋기를 위한 것이라 말하고는 있지만 '자기 상대는 오 전 시장'이라고 입장을 밝혀온 만큼 종로에서 터를 닦아온 정 위원장이 출사표를 던지기에 앞서 오 전 시장에게 정치적 견제구를 날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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