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산업 파견 허용=비정규직 확대?'…현장 목소리 들어보면
[the300][노동개혁, 더 늦출 수 없다 (中)]파견법 개정 '뿌리산업' 고육책…野 "결국 비정규직 확대"
편집자주 17년만의 '노동개혁'이 성패의 기로에 섰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20여일. 지난 9월 극적 타결된 '노사정대타협'의 정신이 꽃을 피우기 위해선 국회의 결단이 요구된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안'이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에 상정됐다. '노동시장개혁 5대 법안' 중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과 함께 최대 쟁점 법안이다.
그동안 파견 근로자 채용을 법으로 허락하지 않았던 제조업 가운데 금형·주조·용접 등 이른바 '뿌리산업'에 대한 파견을 허용하는 내용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비정규직 파견 근로자의 점진적 감축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영세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현실적으로 파견근로자가 아니면 일할 사람을 구하기 힘든 분야의 경우 파견근로자를 허용하는게 오히려 근로자를 보호하는 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파견, 제조업은 '금지'…당정 "'뿌리산업'은 허용"
'파견법'은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노동시장 유연화를 목적으로 제정됐다. 행정·서비스 등 32개 업종에 근로자 파견이 허용됐지만 정작 수요가 몰린 제조업의 파견 근로자 채용은 금지됐다.
이에 따라 제조업 현장에서는 '불법' 파견 근로자들을 쓰는 일이 관례화 됐고 제조업에서의 음성적 파견 근로는 비정규직 확대의 결과뿐만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노노(勞勞)갈등'의 화약고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정부와 여당의 '파견법' 개정은 이 같은 고민에 바탕을 두고 있다. 경기에 따른 물량 차이로 적정 인력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주조 △금형 △용접 △소성가공 △표면처리 △열처리 등 6개 '뿌리산업'의 파견을 양성화 해 고용 유연성을 높이겠다는 것.
노사정위 공익전문가는 검토의견을 통해 "제조업 파견 금지로 실질적 파견근로자들은 최대 6개월 단위로 직장을 옮기거나 불법파견에 따른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파견이 허용 되면 최소 2년의 고용안정이 가능하고 임금 상승도 기대된다"며 "'뿌리산업'에 파견을 허용해 인력 완화 및 일자리 기회 확대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가로 '파견법 개정안'에는 '뿌리산업' 파견 확대와 함께 △생명·안전 관련 핵심업무의 근로자 파견 제한 △파견 계약 시 파견대가 항목 구체적으로 명시 △고령자(55세), 고소득 전문직 등의 파견허용업무 확대 등의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정부 여당이 업계 현실을 바라보는 것과 비교해 야당과 노동계는 파견 업종 확대가 비정규직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파견법 개정안'을 비정규직 사용 기한 확대(최대 4년) 내용의 '기간제법 개정안'과 함께 묶어 국회에서 논의를 이어갈 태세다.
지난달 1일 진행된 국회 환노위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발언이 '파견법 개정안'을 바라보는 야당의 인식을 대변한다. 심 대표는 당시 "'뿌리산업' 파견을 확대하는 내용은 불법 파견에 대한 제대로 된 법 집행을 할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합법화하고자 (정부·여당이) 낸 법안"이라고 말했다.
'파견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 의견은 접점이 보이지 않는 평행선을 달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의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뿌리산업' 종사자들의 의견이 국회 논의 과정에 반영될 경우 '파견법 개정안' 협의의 변수가 될 수 있다.
노사정위원회 전문가그룹은 17일부터 '뿌리산업' 근로자와 사업주 등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 연구 내용을 20일과 23, 24일에 열리는 국회 환노위 법안소위에 활용할 수 있게 전달할 예정이다.
국회 환노위 야당 관계자도 "'기간제법 및 파견법 개정안'은 어떤 내용이냐를 떠나서 기본적으로 비정규직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러나 업계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