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테러무방비
[the300](종합)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테러방지 종합대책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5.11.18/뉴스1 |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테러 대응책 긴급 현안보고를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15.11.18/뉴스1 |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정보위 간사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인권개선 시민사회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5.8.6/뉴스1 |
테러에 대한 규정도 향후 여야 간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최소 130여명 이상이 숨진 동시다발 테러가 발생한 가운데 16일 오후 서울 중구 N서울타워에 희생자들을 추도하기 위해 프랑스 국기색의 조명을 비추고 있다. /뉴스1 |
사실상 폐기 수순에 접어들었던 각종 '통신비밀보호법'이 파리 테러를 계기로 되살아났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의 신뢰성 문제 공방으로 피상적인 논의 끝에 법안통과에 제동이 걸렸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18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국가수사기관의 휴대전화 감청을 허용하는 방안 등을 담은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10건을 상정해 심의했지만 한건도 처리되지 못했다.
이날 소위에서는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일명 '휴대전화 감청 허용법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해당 법안은 국정원 및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이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휴대전화 감청을 허용하도록 통로를 열어주는 내용이다. 현재 유선전화의 감청은 합법적 허용대상이지만 휴대전화 감청에는 법적 근거가 없다.
이밖에도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도입해 논란이 된 해킹프로그램(RCS :원격제어장치) 등 소프트웨어도 감청장비로 분류하는 내용의 통비법도 상정돼 논의됐다.
하지만 법안소위는 '국정원의 과거 행태'에 초점이 맞춰지며 진지한 논의에 들어가지 못했다. 당초 해당 법안은 야당 내에서도 의견이 모아지지 않아 법안심사 대상에서 일찍이 제외된 바 있다. 파리 테러를 계기로 새누리당이 '대테러방지법'을 추진하면서 법안소위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애초에 '합의' 가능성이 낮은 사안이었다. 미방위에서는 '대테러방지법'을 논의한다는 앞선 여야 지도부 합의에 따라 형식적으로 법안심사를 진행했다.
박민식 의원은 "문명 국가 중에 휴대전화의 합법 감청을 못하게 하는 나라는 없다"며 "사생활을 침해하자는 게 아니라 정보기관이 제대로 정보수집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정원이 과거에 안좋은 일에 연루됐던 원죄 때문에 이제와서 야당 측이 반대하는 것이라고 본다"며 "테러 위험이 워낙 절박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흔쾌히 처리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미방위 야당 간사인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그동안 상임위에서 끊임없이 야당 측 반대 의견을 냈다"며 "토론은 하되 통과시킬 수는 없다는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야당 미방위 위원들은 휴대전화 감청이 테러 방지에 효용이 있느냐는 문제제기와 함께 당초 박 의원안이 '내국인 범죄 정보 수집용'으로 발의된 만큼 이번 테러 사건에 편승해 어부지리로 처리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프랑스는 휴대전화 감청이 보장돼 있지만 테러를 못 막았다"며 "휴대전화 감청이 허용되면 테러를 막을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못막는다는 이분법은 동의할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실제로 이번 파리 테러의 주동자인 IS는 텔레그램 등 암호화된 모바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파리 테러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논의에서는 끊임없이 국정원의 신뢰성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이날 정보위원회 현안보고에서 국정원이 "우리나라에 시리아 난민 200명이 들어와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파리 테러의 범인이 시리아 난민으로 위장해 프랑스에 들어간 것을 악용해 '한국도 안전하지 않다'는 여론몰이를 한 것이라는 평가다.
한편 이날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은 국정원을 휴대전화 감청 수사대상에서 제외하고 감청 대상을 '외국인'으로 한정하자는 조율된 개정안을 제안했지만 이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 의원은 "테러 사건 때문에 국민들에게 보여주기식으로 토론하자는 것은 국민을 두번 모욕하는 일"이라며 "국정원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그것을 불식할 수 있는 대책을 먼저 논의하자"고 거듭 촉구했다.
하지만 전병헌 새정치연합 의원은 "감청 허용법이 없더라도 국정원은 이미 RCS 사건으로 해킹앱을 들여와 감철을 하고 있다는 것이 다 드러났고, 수사는 유야무야 됐다"고 비판했다.
'십자군 동맹' 한국, IS 테러 안전지대 될 수 없다
프랑스 파리에서 '이슬람국가(IS)'의 동시다발적 테러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국제적 테러 위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최근 한국도 더 이상 'IS 테러'의 무풍지대가 아님을 보여주는 정황들이 급속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1월 시리아와 접경한 터키 지역에서 사라진 김모군(18)은 스스로 IS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돼 충격을 안겼다. IS 가담 외국인이 90여개국 1만8000여명에 이르는 가운데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은 IS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우리나라가 미국이 주도하는 대 테러전쟁의 동맹국으로 포함돼 있고 파병을 하고 있는 점, 한국 내 미군 시설이 있는 점도 위험 요소로 평가된다.
IS는 지난 9월 한국을 포함한 대 테러 활동에 참여하는 62개국을 '십자군 동맹국'이라 칭하며 "이들 국가의 시민들을 살해해야 한다"는성명을 발표했다. 외교부는 지난 17일 열린 '파리 테러' 현안보고에서 이 '십자군 동맹'을 언급하고 "IS 공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최근 국가정보원 주재로 경찰청과 국민안전처 등이 참석한 테러 대책 유관기관 회의를 열고 17일 오전 9시부터 테러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정부는 "테러 경보 수준을 올린 건 IS가 미국을 공격하겠다고 공언하는 상황에서 동맹국인 한국에서도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이 최근 국내 IS 공개 지지가 잇따르고 IS 가입자가 적발되는 것과 관련해 국정원은 18일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테러 관련 징후는 없다"면서도 "한국은 테러 무풍지대가 아니고 안전지대도 아니다"라고 공식 보고했다.
이날 정보위 현안보고에서 정보위 소속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인도네시아인이 2년 동안 대구 성서공단에서 체류한 후 IS에 가입해 사망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런 위험한 인물이 국내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또 "우리 국민 중 인터넷에서 IS에 대한 공개 지지를 표명한 사람이 10여명 있다"고 덧붙였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은 "시리아 난민 200명이 한국에 입국 신청을 했는데 이중 135명이 인도적 지원 형태로 체류 중"이라면서 "65명의 경우 조사를 위해 공항에 대기 중에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국정원은 최근 IS 가담을 시도한 내국인 2명을 적발해 출국금지 조치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또한 사제폭탄원료인 질산암모늄을 밀수하려 한 IS 동조 외국인 5명이 국정원에 적발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국정원은 이 밖에도 IS 선전, 선동사이트 접속 차단과 60만명에게 투여할 분량의 필로폰 밀반입 조직 등 총 31건 165명의 국제범죄 사범을 적발했다고 국감 현안보고에서 밝혔다.
김선일·리퍼트 이후에도 …진전없는 테러방지법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동시다발적 테러를 계기로 국회에서 또다시 테러방지법 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3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피습사건 이후 약 8개월만이다. 그동안 국회는 권한의 중심에 있는 국정원 문제를 풀지 못한 채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현재 여당 내 가장 무게가 실리는 법안은 이병석 의원안(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이다. 새누리당 의원 72명이 공동발의했다. IS(이슬람국가) 조직에 가입한 김모군 사건과 IS 조직의 인질 참수를 계기로 2월 발의됐다.
테러의 개념을 국가안보 또는 국민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정부가 국가대테러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리퍼트 대사 피습사건의 경우처럼 외국정부의 권한행사를 방해하거나 살해, 상해, 인질로 잡는 행위 등을 하는 경우도 테러 범규에 포함됐다.
법안의 처벌 수준은 형법에 비해 무겁다. 테러단체를 구성하면 최소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되며 사형도 가능하다. 기획하거나 지휘한 경우 7년 이상의 징역을, 김군처럼 외국 테러전투원으로 가입하면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자금조달이나 가입 권유, 테러 허위사실 신고의 경우에도 중형을 내리도록 했다.
2013년 송영근 의원이 발의한 ‘국가대테러활동과 피해보전 등에 관한 기본법’과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국가 사이버테러 방지에 관한 법률안’은 2년 반동안 정보위원회에 계류돼있다. 3월에 이노근 의원이 발의한 '테러예방 및 대응에 관한 법률안'을 비롯해 사이버테러에 관한 법 다수도 대동소이한 내용으로 국회에 제출돼 있다.
이들 법안은 리퍼트 대사 피습사건을 계기로 관심을 모았으나 국가정보기관의 사찰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야당 의원들의 우려 속에 논의되지 못했다. 야당은 △불분명한 테러 개념으로 인권 침해가 있을 수 있고 △국정원의 불법 사찰과 반정부단체의 통제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 △비전시 상황에서 군 병력을 동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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