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세비인상? 동결한다지만 정말 몰랐을까

[the300]공무원 일반수당 3% 인상 전제 "장관도 동결하자"

김성휘 기자 l 2015.11.26 10:52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운영위원장인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원내수석이 한자리에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5.10.23/뉴스1

국회가 26일 내년도 국회의원 세비를 두고 곤혹스런 처지다. 의원 세비 인상안이 포함된 내년도 예산안을 소관 상임위에서 의결했기 때문이다.

국회가 콕 집어 의원 세비 인상안을 의결한 것은 아니다. 정부는 내년 공무원 일반수당을 올해보다 3% 인상하기로 하고 이것을 전제로 내년도 예산안을 짰다. 국회 소관 인건비도 이게 적용됐다. 국회운영위는 지난 17일 이 같은 안을 예산결산소위원회와 전체회의에서 잇따라 통과시켜 예산결산특위로 넘겼다.

그렇다면 의원들은 자신의 세비가 오르는 걸 몰랐거나, 알면서도 인상했거나 두 경우다.

야당은 다소 억울하다는 쪽이다. 운영위 야당간사이자 예산결산소위원장인 이춘석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세비 인상건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어떤 의원도 세비 인상한지 몰랐고 예산결산소위원장인 저도 보고 받은 적 없다"며 "인건비가 총액으로 나와있었고 만약 그게 (별도로) 있었으면 무조건 안 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랑 사무처가 '국회의원 세비 올랐습니다' 말했으면 당연히 '깎아라' 했을텐데 정부가 괘씸하다"고 했다.

새정치연합은 내년도 국회의원 세비 동결을 약속했다.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예결특위 여당간사인) 김성태 의원 만나 3% 삭감안에 대한 동의를 구하겠다"고 했다.

이춘석 수석도 회의에서 "국회의원 세비는 2013년부터 3년 연속 동결했고 올해도 동결이 맞다"며 "결국 정부가 편성한 원안대로 넘어간 것인데 세비를 동결하고, 국회 인턴 처우 개선 등에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국회가 '일하지 않는다'는 프레임에 갇혀 해마다 급여를 두고 논란을 반복하는 것이 소모적이긴 하다. 일반수당 인상계획에 따라 국회 인건비뿐 아니라 대통령, 장관 급여도 마찬가지로 오를 전망이지만 장관 봉급이 사회적 논란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세비인상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하기엔 석연치 않다. 운영위에선 여야 가리지 않고 다수 의원이 국회 인턴직원과 무기계약직 처우개선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 일반수당 3% 인상이라는 기본전제도 인지했다. 따라서 예산안에 인건비 총액만 나와있어 세비인상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김성주 새정치연합 의원은 "대통령·장관의 내년 월급도 동결해 청년일자리(창출에) 조금이라도 썼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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