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기권, 현역 장관 첫 국회기자실 회견…느긋한 야당 "급한 모양"

[the300]이기권 장관, '노동5법' 처리 촉구 국회 기자회견…野 "급한 건 당정"

김세관 기자 l 2015.12.08 11:31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과 이인제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개혁 5대 입법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2015년 12월7일은 국회 역사에 기록될 만한 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프레스센터인 '정론관'이 2006년 1월25일 문을 연 이래 최초(여야 당 관계자들 전언)로 현역 장관이 마이크를 잡고 기자회견을 한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 정론관에어서 기자회견에 임한 장관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었다. 이 장관은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인제 의원과 함께 등장해 '노동시장개혁 5대 법안(노동5법)'의 '패키지' 처리를 야당에 촉구했다.

이날 언론들은 이 장관의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보고 놀라움을 나타냈다. 그도 그럴 것이 통상적으로 장관의 기자회견은 자신의 소속 기관이나 서울정부청사 등에서 부처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그 동안 국회 정론관은 국회의원이나 '언로(言路)'가 보장되지 못한 시민사회단체 등을 위한 기자회견 무대로 인식됐다.

한 마디 한 마디가 국가 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공인'이어서 언론사가 '마크맨'지 붙이는 등 충분한 '언로'가 확보된 장관이 국회 정론관까지 와 기자회견을 한 사례는 수년째 국회를 출입한 (본 기자의) 기억에 없다.

정론관 기자회견 담당 국회 직원도 "처음 봤다"고 했으며, 국회 미디어담당관실 담당자도 "본 적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2006년 4월17일부터 남아 있는 국회 '미디어자료관실(사이트)'의 2만6400여개 정론관 브리핑 영상 기록도 뒤져봤지만 찾지 못했다.

물론 영상 기록 자료가 너무 방대해 놓친 부분이 있을 수 있음에도 여야 관계자들마저 기억해 내지 못하는 것을 보면 현역 장관의 정론관 기자회견은 개관 이래 최초임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그래서 2015년 12월7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기자회견은 국회 정론관 브리핑 역사의 한 페이지에 장식될 '이벤트'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노동5법'이 정국의 뇌관으로 자리한 상황에서 기자회견 계획 문자메시지만 발송해도 수십여 명의 기자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예고에도 없는 이례적 기자회견을 '남의 집'에서 연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5법' 처리를 바라는 정부의 입장이 그만큼 급하다는 것이 국회 안팎의 의견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한 야당 관계자는 "이 장관의 이례적인 정론관 기자회견 기사를 접하고 놀라기도 하고 헛웃음도 나왔다. 정말 급하긴 급하신 모양"이라며 "최근 이 장관이 거의 국회로 출근해 야당 의원들과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개개인에 대한 설득을 하는 것 같은데 정말 다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급한 정부와 여당의 '노동5법' 밀어붙이기가 야당에게 어떻게,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정의 처리 의지와 달리 법안 통과의 또 다른 키를 쥐고 있는 야당은 오히려 느긋한 입장이다.

또 다른 환노위 야당 관계자는 "양보는 하나도 할 수 없다면서 저렇게 자기주장들만 대차게 밀어붙인 채 야당을 설득하겠다는 사고를 이해할 수 없다"며 "어차피 환노위는 야당 동의 없이 어떤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는 구조다. 급한 건 이 장관을 비롯한 정부·여당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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