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위안부 연내 합의' 선택한 3가지 이유

[the300] △피해자 고령화 △사과 표현의 진전 △미국의 한일관계 개선 압력

이상배 기자 l 2015.12.29 15:37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은 왜 '졸속합의' 비판 등 역풍의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한일 간 위안부 협상의 연내 타결을 선택했을까?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분석된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령화에 따른 시간적 시급성 △일본 측 사과 표현의 진전 △미국의 한일 관계 개선 압력 등이다.

현재 국내에 생존해 있는 위안부 피해자는 총 46명. 이들의 평균 연령은 89세다. 올해에만 9명이 타계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더 늦출 경우 생전에 피해가 회복될 수 있는 할머니들이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절박함이 박 대통령이 위안부 협상을 마무리 짓기로 결정한 주된 이유다. 

박 대통령은 28일 위안부 협상 타결 후 '위안부 문제 합의 관련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이번 합의는 피해자 분들이 대부분 고령이시고 금년에만 아홉분이 타계하시어 이제 마흔 여섯 분만 생존해 계시는 시간적 시급성과 현실적 여건 하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이루어 낸 결과"라고 밝혔다.

올해가 '광복 60주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의 상징적인 해라는 점도 박 대통령이 '연내 타결'에 집중했던 배경 가운데 하나다. 박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1월2일 청와대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올해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의 전환점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가능한 한 조기에 위안부 문제 타결을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라"고 각 정부에 지시했다.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인 올해를 넘기지 말고 위안부 협상을 마무리짓자는 뜻이었다.

일본 측의 사과 표현이 종전에 비해 진일보했으며 현실적으로 더 이상의 진전은 어렵다는 판단도 박 대통령의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대신은 28일 협상 타결 직후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며 "아베 총리는 '일본 내각의 총리로서' 다시 한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는 표현에 주목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책임이라는 표현이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일본 내각의 총리로서'라는 표현을 통해 총리 자격으로 사과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는 의미를 부여했다.

비록 '법적 책임'이라는 표현이라는 빠진 것은 아쉽지만, '도의적 책임'이라는 책임회피성 표현이 제외된 것은 성과라는 게 정부의 자체적인 평가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절대로 '국제법적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일본 내각의 입장에 비춰 '법적 책임'이라는 표현을 합의문에 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작용했다.

한일 관계를 조속히 개선하라는 미국의 외교적 압력도 간과할 수 없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적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아시아·태평양 재균형'(Rebalancing toward the Asia-Pacific) 전략 차원에서 '한미일 삼각공조' 복원을 위한 한일 관계 개선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이런 가운데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강경한 태도가 한일 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있다는 일본 측의 대미 외교 '프레임'이 우리 정부 입장에서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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