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직접 만날까

[the300] 총리·외교장관 방문, 日 합의 이행 이후 유력

이상배 기자 l 2015.12.30 15:00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정부 간 합의가 당사자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반발 등 역풍에 직면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피해 할머니들을 만나 이해를 구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박 대통령과 피해 할머니들의 만남이 이뤄지더라도 그 시점은 다른 정부 고위 인사들의 설득 작업과 일본 정부의 피해자 지원 예산 10억엔(약 100억원) 출연 등 합의사항 이행 이후가 될 공산이 크다.

◇ 총리·외교장관 방문이 먼저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30일 청와대 프레스센터인 춘추관에서 기자들로부터 '박 대통령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와 관련해 피해 할머니들과 직접 만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정해진 바 없다"며 "검토가 되고 있다면 알리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과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의 만남을 검토했으나 일본과의 위안부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의견에 따라 그동안 만남을 미뤄왔다. 28일 한일 정부 간에 위안부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여건은 조성됐으나 청와대는 여전히 만남에 신중한 입장이다. 피해 할머니들이 합의 내용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박 대통령이 나선 뒤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추가로 꺼내 들 카드가 없다는 점에서다.

전날 외교부 임성남 제1차관, 조태열 제2차관은 각각 서울 마포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쉼터와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찾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위안부 관련 합의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러나 피해 할머니들은 "일본 외교부냐?" "우리를 두번, 세번 죽이려고 하는 거냐?"고 반발하며 노기를 거두지 않았다.

정부는 황교안 국무총리,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 고위 인사들이 추가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찾아가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 경우에도 피해 할머니들의 이해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현실적으로 남는 대안은 협상 타결을 최종 승인한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것 뿐이다.

◇ 朴대통령 "日, 신속·성실한 합의 이행 중요"

또 정부는 박 대통령과 피해 할머니들의 만남에 앞서 일본의 합의사항 이행 등 진정성 있는 조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이 합의에 대해 먼저 진정성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28일 위안부 협상이 타결된 와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대신을 접견하고 "이번 합의를 통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이 회복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일본 측의 조치가 신속히, 그리고 합의한 바에 따라 성실하게 이행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각에선 내년 1∼2월 박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후속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정서에 비춰볼 때 이 역시 위안부 합의에 대한 피해 할머니들과 국민들의 이해를 얻고 일본이 합의사항을 이행한 뒤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일본 언론들은 내년 3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핵안보 정상회의 기간 중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미일 3국 정상회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윤 장관과 기시다 외무대신은 2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을 갖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을 타결 지었다. 합의안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의 뜻을 표하고,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10억엔(약 100억원)을 출연키로 했다. 또 우리 정부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과 관련, 관련단체와 협의해 적절한 해결을 위해 노력키로 했다. 양국은 이번 합의가 불가역적임을 확인하고,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상호비방을 삼가기로 뜻을 모았다. 현재 국내에 생존해 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총 46명이며 이들의 평균 연령은 89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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