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싫어 그대 담배연기"…대북 확성기 첫 메시지는 '금연'

[the300]남북 '사생활·개인정보 보호' 비교, '백세인생' 등 최신가요도 포함

박소연 기자 l 2016.01.08 19:20

군 당국이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8.25 합의 이후 5개월간 중단했던 대북확성기 방송을 8일 정오에 전면재개했다. 이번 대북확성기 방송은 남한의 발전상과 북한의 실상, 김정은 체제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담았으며, 최전방 부대 11곳에 설치 된 확성기는 출력을 최대로 높일 시 야간에 약 24km, 주간에는 10여㎞ 떨어진 곳에서도 방송 내용을 정확하게 들을 수 있다. /사진=뉴스1

"북한 동포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새해를 맞아 건강을 위해 금연 결심한 분들 계실텐데요. 최근 결심을 더 굳게 할 소식이 있습니다…."

8일 낮 12시,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해 전면 재개된 대북 확성기 방송의 첫 메시지는 '금연'이었다.


대북 심리전 FM '자유의소리'의 여성 아나운서 새해 금연 결심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이후 담배를 피우는 부모를 둔 어린이가 감기에 자주 걸리고 천식과 주의력 결핍, 행동장애 증상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북한의 흡연률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금연'을 첫 메시지로 택한 것은 북한군과 주민이 방송을 부담 없이 받아듣도록 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아나운서는 이어 "그대가 뿜어내는 연기 담배연기, 멋있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왜 그런지 나는 싫어 그대의 담배연기"라는 가사를 담은 1980년대 그룹 '건아들'의 노래 '금연'을 틀었다. 다음 곡으로는 '리미와 감자'라는 혼성듀오의 '오빠 나 추워'라는 곡이 이어졌다.


아나운서는 또 우리의 개인정보보호 제도를 소개하고 북한 체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 드러내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죠? 하지만 독재국가에서는 그런 인간의 본능까지도 통제하는데요"라며 "북한 동포 여러분도 하루빨리 개인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사회에서 살 수 있게 되기 바란다"는 등의 표현이 담겼다.


이 밖에도 이날 방송에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부하의 아내에게 접근하는 내용의 라디오 드라마도 성우의 목소리로 방영됐다.


군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방송 내용은 사실에 근거해 작성한다"며 "김정은이나 북한 체제 비판도 할 수 있지만 유치한 인신공격을 하기보다 사실에 기초해 방송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 내보내는 음악 중에는 이애란의 '백세인생', 걸그룹 여자친구의 '오늘부터 우리는', 에이핑크 '우리 사랑하게 해주세요', 빅뱅의 '뱅뱅뱅' 등 최신 유행곡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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