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경제 빨간불, 노동개혁 시급…법인세 인상 안해"(종합)

[the300]신년기자회견, 국회선진화법 통과에 사과 "진박? 대구도 상향식 공천"

김성휘,우경희 기자 l 2016.01.18 12:23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 앞서 카메라 플래시로 인해 눈이 부시다며 손짓을 하고 있다. 2016.1.18/뉴스1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8일 저출산 고령화로 복지예산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법인세 인상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보육대란 우려에는 "각 지자체에서 현재 갖고 있는 예산으로 우선 배정하고, 부족하면 중앙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는 게 옳다"고 밝히고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노동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견을 갖고 경제와 복지, 선거구 획정과 총선 공천 등 폭넓은 주제에 입장을 밝혔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요구한 법안통과가 어려운 이유로 국회선진화법을 지목하고 개정을 주장했다. 청와대 참모와 장관급 출신의 총선출마로 관심을 모으는 대구지역에 대해선 유권자 표심에 의한 현역 물갈이 가능성을 시사해 미묘한 파장을 낳았다.

"국회선진화법은 실패, 개혁입법으로 일자리 창출"= 김 대표는 이날 복지예산 관련  가용예산을 늘려야 한다면서도 "경제 위기 속에 고통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게 법인세를 올리는 것은 더 힘든 길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예산확보가 대단히 중요하고 세금이 목표한 대로 들어와야 할 것"이라며 "경제를 호전시키기 위해 각종 법안을 정부에서 국회로 보내는데 야당의 반대로 이를 국회가 수용하지 못하니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IT및 반도체·자동차·철강·석유화학·조선·해운 등 주력산업의 동반 하락과 수출 감소·성장률 둔화를 지적하고 국내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력산업이 갈수록 위축되는데 미래 먹거리인 신산업의 탄생과 성장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경제 위기냐 아니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데 우리 경제가 설마 무너지기야 하겠느냐 하는 안일한 생각이 가장 위험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행기 추락 사고에 비유하면, 고장이 났을 때가 위기시점이냐 추락하면서 충돌하기 직전이 위기시점이냐를 놓고 논쟁하는 것"이라며 "추락한 다음에 그 시점을 따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노동 공공 금융 교육개혁 가운데 노동개혁은 개혁의 기초가 될 것이라며 특히 청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곧 개혁, 성장, 복지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의 다른 이름은 ‘일자리 창출 정당’"이라고도 했다.

김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을 동시에 겨냥한 듯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법, 노동개혁 5법 등 국회에 계류된 현안을 소개하고 "총선에 나서는 정당은 주요 현안에 대한 명확한 입장 발표로 국민 평가를 받아야지, 단순한 이미지 쇼로 국민을 현혹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쟁점 법안의 국회처리 교착상태 관련 국회선진화법을 작심 비판했다. 2012년 여야 합의로 선진화법을 통과시킨 데에 "좋은 뜻에서 한 것이지만 결국 이를 수용할 만한 국회 수준이 되지 못했다"며 "4년 전 국회선진화법 통과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적용해본 결과 실패한 법이다 하고 증명됐고 위헌 요소도 많다"고 했다.

김 대표는 "국회선진화법이 ‘국가시스템의 블랙홀’로 작용하면서 대한민국은 거북이걸음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새누리당은 개정안을 마련한 만큼,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의 직권상정을 국회의장에게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야당에도 선진화법 바꿔야 한다,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높고 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선이 (의원정수의 3/5인) 180석"이라며 "이에 동조하는 야당 포함해서 180석은 반드시 넘겨야 되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총선 180석' 발언이 논란을 일으킨 데서 한걸음 물러선 걸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국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2016.1.18/뉴스1


"100% 상향식 공천은 정치혁명"= 김 대표는 "새누리당은 야당이 차별과 격차를 말할 때 기회와 공정을 말하고, 야당이 좌절과 분노를 부추길 때 희망과 미래를 설계하고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2012년 총선의 '경제민주화'에 비견되는 화두로 '격차해소'를 제시했다.

김 대표는 특히 회견을 통해 이른바 '100% 상향식' 공천 원칙을 제도화한 것을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공천과정에 ‘소수권력자와 계파의 영향력’이 전혀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야당은 인재영입이라는 이름의 전략공천으로 선정한 뿌리 없는 꽃꽂이 후보, 여당은 상향공천으로 지역에서 출발하는 생명력 있는 풀뿌리 후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지난 17일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에 등록한 986명의 예비후보 가운데 새누리당 소속이 584명으로 거의 60%에 이른다며 "상향식 공천제 확립에 따라 유망한 정치신인들이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대거 등록했다"고 의미를 뒀다. 그는 "비례대표도 당헌당규에 따라 상향식 공천제를 적용, 공모와 심사 후 국민공천배심원단 평가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일문일답에서도 총선룰과 공천원칙에 대한 취재진 질문이 쏟아졌다. 안대희 전 대법관이 서울 마포갑, 오세훈 전 시장이 서울 종로구를 각각 선택하면서 김 대표의 이른바 험지출마론이 꼬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 대표는 "어디까지나 권유이지 과거처럼 강요하거나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일부 인사 험지 출마 요구, 우선추천·단수추천 가능성 등 과연 100% 상향식 공천이라 단언할 수 있느냐는 지적에는 "험지출마는 두 분에게 권유했다가 한 명만 (수용)됐는데 그걸 갖고 상향식 공천 아니라고 하면…"이라며 "(국민 대 당원) 7대 3이 거의 (대부분 지역구에) 될 것이고 특별한 경우에 한해서만 100% 국민공천이 될 것"이라 말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나 이른바 유승민계 현역의원의 대구 지역구에 '진박'(진실한 친박)을 자칭하는 후보들이 도전하는 것에는 "그런 여론과 분위기가 있다는 것은 저도 인정한다"며 "어느 것이 옳고 그른가는 지역주민들이 판단, 얼마 안 있으면 결판이 나게 된다"고 했다.

또 "대구는 우리 당 지지율이 제일 높아 애정도 크고, 요구 수준도 상당히 높다"며 "너무 쉽게 국회의원 당선된 분들이 지역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비판 받는 것도 사실이고 그런 모든 것이 선거를 통해 주민들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대구에도 전부 민주적 절차에 의한 상향식 공천 룰이 적용된다"며 "과거처럼 내리꽂는 공천은 탈당 사태가 많았지만 투명하고 공정한 경선 관리를 통해 한 사람이 정해지면 나머지는 수긍하게 될 것이고 상향식 공천에 따른 후유증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 비박 신박 진박 등 새누리당 계파구분에 "전부 언론용어이지 우리 당에서 스스로 만든 용어가 아니다"며 "저 같은 경우 박 대통령 선거에 총책임 맡았던 사람인데 저보고 '비박의 뭐뭐'라 하는 것도 옳지 못하다"고 했다.

이날 회견에 대해 김영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국가 걱정, 국민에 대한 송구함 절절이 묻어나는 회견이었다"고 평가했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김 대표의 국회선진화법 수정 요구에 "어렵게 만들어놓은 대화와 타협의 기틀을 무너뜨리고 다시 국회를 대립과 대결로 몰아넣는다면 그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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