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화법 궁지 몰린 더민주, '아~ 안건조정위' 뒤늦은 후회

[the300 런치리포트-기로에 선 선진화법 개정③]

지영호 기자 l 2016.01.27 05:52
정의화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국회선진화 법등 현안을 논의하기위해 21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만나 무거운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다. 2016.1.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의화 국회의장이 '총선 불출마'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국회선진화법 개정 중재안을 내놓음에 따라 그동안 개정 반대입장을 고수해온 더불어민주당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더민주가 반대하더라도 새누리당과 정 의장이 개정에 합의하면 선진화법 처리가 가능해진다.

선진화법 정국에서 야당이 궁지에 몰린 것은 지난 18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불참하면서다. 당시 새누리당은 운영위를 단독으로 열고 선진화법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잘 활용하지 않던 국회법 87조를 적용해 선진화법 개정안이 운영위는 물론 야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직행하는 수를 찾아냈다.

이 조항은 위원회에서 폐기된 의안에 대해 7일 이내 30인 이상의 요구가 있을 경우 본회의에 부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선진화법 개정을 위해 '묘수'를 찾은 여당에 비춰볼 때 야당이 무기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민주가 선진화법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졌다면 부결을 막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당시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야당의 의지가 있다면 안건 협의를 시도하거나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요청할 수 있었는데 아무도 요청하지 않았다"고 얘기한 것도 이런 이유다.

원 원내대표가 더민주의 무관심 사례로 지적한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은 야당이 19대 국회에서 선진화법 처리를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국회법 57조 2항에 따르면 위원회는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에 대해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 요구가 있을 시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90일간 활동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90일 뒤면 20대 총선이 끝난 뒤여서 법안 의결이 사실상 어렵다. 총선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려 어수선하고 새로운 국회 원구성 등 물밑작업이 한창인 때다. 만약 더민주가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했다면 선진화법 개정을 통해 파견법 등 쟁점법안을 조기 처리하려던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계획표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했다.

때문에 이런 절차를 활용하지 못하고 정 의장만 바라봤던 야당에 대해 '트랙터를 구비해놓고 옆집서 호미 빌려달라 조른 꼴'이라는 누리꾼의 냉소섞인 평가가 뒤따랐다.

정 의장과 새누리당은 2개 안을 가지고 절충점을 찾을 전망이다. 김무성 대표는 26일 "우리 당에서 낸 안하고 절충해서 좋은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해 논의의 급물살을 예고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더민주의 역할은 모호해졌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운영위에서 심도있게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마땅히 브레이크를 걸 장치가 없다. 기껏해야 남은 것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다. 이마저도 회기 종료와 함께 끝난다. 2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야당의 반대와 무관하게 선진화법 개정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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