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관 주브라질대사 "브라질 투자진출 공세적으로 할 때"

[the300]"브라질, 정치·경제적 위기극복 후 업그레이드될 것…중장기적 투자진출 필요"

박소연 기자 l 2016.03.11 17:32

이정관 주브라질 대사가 11일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외교부

이정관 주브라질 대사는 11일 "브라질의 정치·경제적 상황이 안 좋지만 앞으로 2~3년 내 위기를 극복하면 업그레이드된 시장이 될 수 있다"며 "우리 기업이 새 투자기회 창출에 적극적이고 공세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 대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브라질은 국토 면적이 우리나라의 90배에 인구가 2억명, 자원도 없는 게 없어 잠재력과 기초체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나라가 무너지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 대사는 오는 14일부터 열리는 2016년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방한했다.


현재 브라질은 정치·경제적 상황 악화에 대형 부패스캔들, 지카바이러스 악재까지 겹쳐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은 -3.8%를 기록했으며 통화가치 하락으로 경제규모가 세계 7위에서 9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10.7%를 기록했으며 실업률도 7~8%에 달했다. 이에 3대 신용평가사가 공통으로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투기) 상태로 강등시켰다.


이 대사는 "브라질 상황이 어렵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며 "브라질 정치상황은 대통령 지지율이 10%를 넘나드는 구조고 대통령 탄핵 문제가 의회에 제기가 돼 탄핵위기까지 겪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페트로브라스 국영석유회사가 브라질의 주요 건설회사로부터 수주와 관련해 뒷돈을 챙기고 일부 돈이 정치인들에 흘러간 정황이 포착됐다. 1년 반 이상 페트로브라스 스캔들이 브라질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며 "이런 정치적 불안 상황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그러나 브라질이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도 동시에 제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대사는 "현역의원만 수십명이 연루된 대형 스캔들에 성역없는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검찰과 법원 핵심 인물이 젊고 유능한 사람들이고 정의감에 불타고 있다. 그런 수사를 국민들이 지지한다. 브라질 법치주의가 살아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브라질이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를 탈피해 산업생산력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 대사는 "브라질은 여태까지 자급자족이 가능한 나라였고 대외관계에 큰 포커스를 두지 않았는데 이런 위기를 겪으면서 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대외지향적 방향으로 성향이 바뀌고 있다"며 "브라질이 단기적 위기를 잘 극복하면 중장기적으로 브라질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브라질 경기 악화에 따라 우리나라와의 교역량은 지난해 95억달러로 브라질 활황기였던 2011년 약 190억달러의 반토막으로 줄었다. 브라질 내 우리 기업 200여개가 진출해 있고 이 가운데 20여개 기업이 현지에 공장을 개설해 생산하고 있지만 현재 대부분 상황이 좋지 않다. 그러나 이 대사는 현대자동차는 판매대수는 줄었으나 시장점유율은 오르는 등 위기관리를 잘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대사는 "이 상황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은 브라질 수출도 중요하지만 브라질 현지에 직접 투자·진출하는 문제를 조금 공세적으로 생각할 때, 절호의 기회라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50%가량 절화돼 브라질 내 모든 자산이 싸졌고 브라질이 경제위기를 탈출하고자 외국투자 유치를 생각 중"이라며 "고질적 병폐였던 기업 여건과 활동 여건, 특히 신규투자 기업 진출에 대한 장벽 등 여건을 개선하려고 브라질 정부가 생각 중"이라고 설명했다.


심해유전 개발 컨소시엄 구성과 관련, 페트로브라스가 30% 이상 참여하도록 한 규제가 사라졌으며 항공산업 분야에서도 외국인 지분 소유 한도가 20%에서 49%로 상향조정됐다.


이 대사는 "이밖에 브라질이 기업하기 어렵다는 의미의 '브라질 코스트'에는 세제와 노사 문제도 들어가는데, 이것도 기업에 유리한 쪽으로 조금씩 변하고 있고 정부 관계자들도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기회를 놓치지 말고 브라질 기업을 인수합병(M&A) 하거나 그린필드 투자 진출을 해야 한다. 이미 중국과 독일, 유럽국가들은 공세적으로 브라질 기업을 인수하는 등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사에 따르면 지난해 브라질 M&A가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으며 올해 중 외국자본에 의한 M&A가 브라질 자본에 의한 M&A를 상회할 전망이다.


우리 기업은 현재까지 브라질에 대한 투자진출에 적극적이지 못하다. 이 대사는 "브라질이 지리적, 심리적, 문화적으로 멀고 생소해 쉽게 들어가지 모하고 있으며 우리 기업들이 중장기적 차원에서 브라질 시장을 보지 않고 단기적 이해를 생각하다 보니 그렇다"고 분석했다.


이 대사는 "브라질 산업개발청장은 한국의 높은 제조업 생산성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오는 4월 초 방한할 계획이고 오는 5월 브라질 내에서 한국투자 유치 희망 기업과 로펌 등을 모아 한국에서 대규모 투자설명회를 계획 중"이라며 "중장기적 안목으로 브라질에서 새 투자 기회를 창출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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