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건너 불구경하는 친박, 당권 확보 포석?

[the300]"원내대표 양보해 총선패배 책임론 희석..전당대회서 당권 노릴 것"

우경희 기자 l 2016.05.02 14:39
원유철 새누리당 대표권한 겸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2016.5.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새누리당 내 최대계파인 친박(친박근혜)계가 원내대표 선출에 거리를 두면서 당권에는 외려 한 발짝 다가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원내대표 양보가 당권을 쥐기 위한 계파 차원의 포석이 될수 있다는 거다. 

새누리당은 3일 오전 당선인대회를 열고 20대 국회 첫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2일 고별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대표직을 내려놨다. 4선(20대 기준)의 나경원, 정진석, 유기준 후보가 출사표를 던지고 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하지만 친박계는 원내대표 선출에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당내 20대 당선인 122명 중 70석 가량을 점유했다는 평을 받는 당내 최대 계파이면서도 손을 놓고 있다. 골수친박 유기준 후보가 출마하자 계파 좌장인 최경환 의원이 "친박이 낸 후보가 아니다"며 제동을 걸 정도다. 

당내에서는 친박의 이런 조심스러운 움직임에 대해 머잖아 있을 차기 지도부 선출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원내대표를 양보해 계파갈등 비난여론을 일단 잠재우고, 알짜인 당대표직을 노리고 있다는 거다. 

여기에 친박계가 중도 내지는 범비박(비박근혜)으로 분류되는 정진석 후보를 측면 지원해 원내대표 지분도 일부 확보하려 한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원로 서청원 의원이 직접 나섰다는 얘기도 돈다. 나경원 후보와 함께 정책위의장에 출마한 김재경 후보가 "잘못된 짓"이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한 바로 그 내용이다. 

사실이라면 대선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 될 수 있다. 친박계는 반기문 UN사무총장을 포함한 대권후보 리스트를 짜고 있다. 만약 지역구가 충청(충남 공주부여청양)인 정 후보가 원내대표가 되고 고향이 충남 천안인 서 의원이 지도부 요직을 차지한다면 충청대망론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유기준(왼쪽부터), 나경원, 정진석 후보가 1일 각각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내대표 출마 포부를 밝히고 있다. 2016.5.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내 비박계 의원들은 대선을 앞둔 시점 상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입장이다. 한 지방출신 중진의원은 "내년 말에 대선이 있는데 친박계가 당권을 포기할 수 있겠느냐"며 "일단 총선 패배에 책임을 지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한 달 후엔 당권에 노골적으로 도전할테니 두고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비박계의 일방적인 비판이라는 해석도 있다. 친박계는 계파 청산을 위해 원내대표 선거에 나서지 않았을 뿐, 당권에 대해 고민할 여력도 없다는 거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지금 당 상황이 당권을 놓고 그렇게 공작을 할 만큼 한가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총선 패배를 수습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새누리당에 다시 계파 간 나눠먹기, 친박의 암중모색설이 퍼지면서 총선 후폭풍이 뒤늦게 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원내대표 선출에서 20대 초선의원들의 표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다수인 친박이 당권 쟁취에 나선다면 당내 계파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며 "의식 있는 초선들이 뭉쳐 제동을 걸수도 있겠지만 그런 건 남경필-원희룡 시대에나 가능했던 얘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국회 당선자 워크숍에서 최다선 의원 자격으로 총선 패배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 의원은 이 자리에서 "지도부의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반성하고 국민께 사죄드린다"면서 "이 어려운 때에 무엇보다 단합하고 단결하는 것밖에는 길이 없다"고 밝혔다. 2016.4.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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